brunch

그 많던 로고는 다 어디로 갔을까?

Trend: Beyond the Logo


Trend: Beyond the Logo
그 많던 로고는 다 어디로 갔을까?






시각적 언어인 로고(Logo). 많은 이들이 로고가 그려진 옷을 입으며 자신을 드러내곤 한다. 헌데 요즘 컬렉션을 살펴보니, 전에 비해 로고가 잘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포착됐다! 그렇다면 그 많던 로고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로고로 보는 패션계 흐름


로고가 패션계를 주름잡는 시절이 있었다. 바로 2000년대, 특히 2010년 후반!

당시 맥시멀리즘을 필두로 로고를 내세운 스타일이 하우스 브랜드를 강타하면서, BALENCIAGA, Dior, GUCCI, PRADA, Off-White 등의 디자인 하우스는 화려한 로고 플레이를 선보였었다. 내가 입은 옷이 옷 나를 표현하는 직접적인 수단이었던 당시를 상기해 보면 재킷, 백, 벨트 어떤 아이템 그 자체보다 그 위에 그려진 로고의 존재감이 더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1.jpg ©vogue.com, ©refinery29.com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로고를 입었을까? 아니, 정확히는 언제부터 로고가 옷에 들어가게 되었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우선 로고의 어원은 그리스어 ‘Logos’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어 또는 연설을 뜻한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언어처럼 애초에 로고가 가진 상징 자체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간 역사 전반에서 중요한 장소나 기관, 파벌을 상징하는 기호로서 존재했었던 로고는 문자 언어보다 먼저 탄생했다. 처음부터 로고는 기호의 모습으로, 말보다 더 강력한 이미지 상징으로서 이미 오랜 시간 우리 곁에 있었던 거다.

특히 현대 서구 사회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상징적인 예시는 미국 아이비리그의 유니폼에 그려진 로고다. 이는 20세기 의류 역사에 등장한 최초의 로고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동시에 프로 스포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테니스 팬들은 LACOSTE의 유명한 폴로 테니스 셔츠처럼 상징적인 악어가 들어간 셔츠를 입었고, 이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로고인, 악어가 옷에 전면적으로 드러난 최초의 로고 의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2.jpg ©themodestman.com, ©pinterest.com





로고의 행방불명


그렇다면, 다시 지금의 패션계로 돌아와 보자.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이 본질인 패션 트렌드의 특성 덕에, 브랜드에게도 로고를 드러내는 방식에 변화가 찾아왔다. 아는 사람만 인지할 수 있게끔 표현된 디테일한 로고나, 보다 미니멀한 방식으로 로고를 드러내는 식으로 말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된 다음의 사진을 보아라. 그 차이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테니.


3.jpg BALENCIAGA FW17, BALENCIAGA SS25 ©hypebeast.com
4.jpg Dior FW20 ©vogue.com, Dior SS25 ©showstudio.com
5.jpg GUCCI SS18 ©gucci.com, GUCCI SS25 ©hypebeast.kr
6.jpg Off-White SS16 ©feature.com, Off-White SS25 ©hypebeast.kr


확실히 2020년에 들어 패션은 좀 더 점잖아졌다. 패턴화되거나 미니어처 로고를 내세우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조용한 럭셔리와 드뮤어가 2024년을 강타한 트렌드였던 점을 상기해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거다. 대놓고 로고를 드러내지 않는 게 오히려 우아한 게 지금 패션계의 트렌드니까. LOEWE의 아나그램 로고와 PRADA 프라다의 로고 플라크는 직설적이지 않으면서도 멋스러운 미니멀한 로고의 대표 주자!


7.jpg ©kyliejenner, ©fashiontimes.com





패션은 돌고 돈다


에디터는 평소 로고 플레이하는 옷을 즐겨 입지는 않는다. 그래서 지금의 미니멀한 트렌드가 꽤나 마음에 든다. 그런데 입지 않는다고 해서 로고의 향연으로 가득했던 2000년대를 즐기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때는 또 그 맥시멀리즘이 주는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으니까.

그럼, 언젠가 다시 과하고 담대한 로고의 향연이 ‘멋의 상징’이 되는 때가 돌아올까?
그에 대한 답은 (아마도) 그럴 것이다.


8.jpg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는 ‘패션 주기표’ ©meghanforestfarmer.com


‘패션은 돌고 돈다’는 식상한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일반적으로 패션 트렌드는 위의 ‘패션 주기표’를 따르는 경향을 보인다. 다만 알아야 할 건 이전에는 트렌드가 5~10년 동안 지속될 수 있었지만, 요즘은 트렌드 주기가 훨씬 더 빠르게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에서 하루에도 셀 수도 없이 쏟아지는 이미지들을 접하다 보면 금세 질리듯.

그래서 ‘로고의 시대’가 전의 주기보다 더 빨리 찾아오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지금의 차분하고 우아함이 주를 이루는 패션이 주는 매력도 있지만 화려하고 과한 패션의 스펙터클이 주는 도파민 자극 또한 충분히 매력적이니 말이다. 마치 혈당 스파이크가 치솟아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음식의 단짠 조합처럼!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젠테스토어 바로가기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올겨울엔 컬러 스타킹을 신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