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Eomjidongsan
Interview: Eomjidongsan
아 - 밖에서 자고싶다
영하 17도,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텐트 하나에 의지해 잠든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백패커 엄지동산 님은 이 극한의 경험에서 희열을 찾습니다. 격주로 야외 취침을 즐기고, 브랜드 and wander를 사랑하는 크리에이터 엄지동산을 만나 삶과 취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젠테스토어 독자분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밖에서 자는 걸 좋아하는 엄지동산 이아정입니다.
Q. ‘밖에서 자고 싶다’ 라는 말이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밖에서 자는 것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밖에서 자고 싶다’는 말은 사실 불편함에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바로 그 불편함이 백패킹의 가장 큰 매력이죠.
저는 밤도 무섭고, 벌레도 무서워합니다. 추위도 엄청나게 잘 타고요, 집이 아니니 불편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밖에서 자려면 이런 한계를 극복해야만 해요. 그런 불편함 덕에 저는 성취감과, 정신력을 얻습니다.
Q. 2024년에 산을 몇 번 탔나요?
A. 작년에는 총 30회 갔던 것 같아요. 2024년은 52주였으니, 거의 격주로 다녔네요.
Q. 엄지님이 추천하는 풀코스
알찬 등산 코스 하나 추천드릴게요.
악어봉(등산) > 레이크앤마운틴(커피or피자) > 만선식당(메뉴:제육+된찌) > 아크테릭스 여주점(2층 아울렛(10~50%행사)
Q. 자연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을 것 같아요.
A. 단순하고 겸손하게 사는 것의 중요성을 알려주었어요. 자연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으며 햇살과 비, 최소한의 것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니까요.
Q. 자연이 선물하는 아름다움은 남다른 것 같아요. 산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인가요?
A. 해발 1,500m에서 보았던 일출과 운해가 기억에 남습니다. 붉게 물든 하늘과 하얀색의 땅은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제가 보지 못한 새로운 자연의 조합에 감동했던 때입니다.
Q. 캠핑과 백패킹은 부지런함이 요구되는 일이잖아요. 이 둘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실은 특별한 계기는 없었습니다. 저에게 소중한 사람의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밥을 먹고 있는데 일단 가방 하나 구매해 보라는 말이 지금의 저를 만들 줄은 몰랐어요. 먹었던 음식도 기억나는데 돼지갈비였습니다ㅋㅋ 첫 경험 이후 소중한 사람과 같은 관심사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계속해서 다녔어요. 지금은 백패킹 자체로 좋아서 혼자서도 다니고 그럽니다.
Q.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 속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무엇인가요?
A. 폭설, 바람 속에서 텐트를 철수해야 했던 겨울 백패킹이 떠올라요. 넓은 들판에서 부는 바람에 제 몸은 서 있기도 힘들었고, 10kg이나 되는 가방이 여기저기 굴러다녔습니다. 그러다 날아가는 텐트를 아이젠으로 붙잡았는데.. 한정판 텐트에다 빵꾸 에디션도 추가했답니다.
Q. 맨몸으로도 올라가기 어려운 게 산인데…등에 찰싹 붙어 있는 백팩의 무게가 어떻게 되나요?
보통 5~8키로 정도 되는 백팩을 매고 다닙니다. 엄청 가볍게 돌아다닐 때는 3키로 정도네요.
Q. 산행 중 에너지를 충전하는 엄지 님만의 방법이 있나요?
A. 산 정상에서 먹을 맥주를 생각하며, 하산해서 먹을 주변 맛집을 생각하며 걸을 뿐입니다. (물질적 충전은 에너지젤인 ‘아미노바이탈’ 추천해요.)
Q. 백패킹을 할 때 or 캠핑을 할 때 꼭 가지고 가는 필수 아이템 3가지를 소개해 주세요.
A. 침낭, 에어매트, 술!
Q. 없으면 안 되는 생존 아이템이 많을 것 같아 계획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원래도 이렇게 계획적인 성향을 보이나요?
A. 계획형 ENFP입니다. 계획은 성대하였으나 항상 한두 개 빼먹고 오는… 하지만 없는 대로 잘 즐기는 해피독 입니다 :)
Q. 한국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느꼈던 곳이 있나요?
A. 가리왕산입니다. 희귀 동식물로 이미 국가에서 지정한 산인데요, 올라가는 동안 감탄이 함께했던 곳입니다. (지옥계단도 탄성이 절로나옴^^!)
*이곳은 정선 구기림을 기준으로 백패킹이 가능하지만, 산불 조심 기간에는 출입이 제한됩니다.
Q. 여름 산 vs. 겨울 산
A. 무.조.건 겨울 산. 여름은 벌레와의 전쟁입니다. (귀신보다 벌레가 무서워요)
Q. 2025 밖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요?
A. 집에서의 시간보다 자연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싶다!
Q. 집에서의 엄지동산은 자연 속의 엄지동산과 어떤 모습이 다른가요?
A. 자연 속에선 쉼에 집중하며 여유로운 사람이 되지만, 집에선 일, 청소, 요리, 생각(?) 이것저것 하느라 정신없이 부산스러워요.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Q. 본업은 무엇인가요?
A. 저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여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로 브랜드 로고, 콘셉트 등을 잡아주고 있어요.
Q. 엄지동산 님 옷장은 어떤가요?
A. 까마귀 둥지 그 자체예요. 아웃도어 의류 7 사복 3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Q. 최애 패션 브랜드가 and wander라고요?
A. 아웃도어 브랜드 중에서는 and wander를 가장 좋아하고, 평상시에는 amomento를 즐겨 입습니다. 브랜드 속의 이야기를 많이 들여다봅니다. 브랜딩이 잘 되어있는 옷은 좋을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 and wander의 경우에, 디자이너 이케우치 키에타는 Issey Miyake Man에서 디자이너 출신인데 캠핑 준비를 하면서 마음에 드는 옷이 하나도 없어서 시작한 브랜드거든요. 패션과 아웃도어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게 브랜드의 철학이자 목표라고 하는데, 정말 깊이 공감해서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Q. 평상복과 캠핑 할 때 스타일이 어떻게 다른가요?
아웃도어는 다양한 악세사리들로 멋을 내는 반면 사복은 이런 아웃도어와 어올릴 수 있도록 미니멀하고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심플한 옷들을 주로 입습니다.
이 둘의 경계를 없애는게 제 목표인 것 같아요. 엄지동산 이라는 이름이 단순히 캐릭터를 넘어 저의 아이덴티티가 되기를 바라요. 제 스타일도, 취미도 이 이름을 통해 연결될 수 있도록요.
Q. 2025 집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자연에서처럼 조금은 여유로워지기,
그리고 큰 옷과 장비방 만들기!
Q. 백패킹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소가 있나요? 제가 한 번 가보려고요.
A. 시작이 편해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힐 신고도 가능한 ‘남이섬’ 추천드립니다. (산은 아니에요!)
Q. 경험을 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백패킹을 통해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변화했나요?
A. 예나 지금이나 시선 자체가 크게 변한 건 없어요. 자연은 여전히 고귀하고, 그 속에 있는 시간이 저를 행복하게 해줘요. 한 가지 달라진 점은 각종 환경 문제들로 인해 자연이 많이 아파하는 것 같아요. 리듬을 타지 못하는 계절이라든지, 산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볼 때면 안타까울 뿐입니다.
Q. 자, 마지막 질문입니다. 엄지동산에게 백패킹이란?
A. 느리게 즐길 수 있는 취미입니다. 요즘 세상은 릴스와 같이 빠르고 편리하고 자극적이에요. 하지만 백패킹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지만 정상의 기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저한테 정말 소중한 취미생활이에요. 집은 편안하지만, 자연은 저를 본질로 돌아가게 해줘요. 그곳에서의 불편함이 오히려 저를 성장시키고 풍요롭게 해줍니다. 바라는 것 없는 자연 속에 있으면 스트레스 해소도 너~무 잘되고요!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