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ies: Stockholm Simplicity
Stories: Stockholm Simplicity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4개월간의 캐나다 생활을 제외하고 쭉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에디터 H는 뼈 속까지 한국인이다. 1990년대에 한국에서 태어나 z세대의 시작점에 서 있는 나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탑승해 흘러가고 있지만, 90년대와 00년대의 감성을 지닌 채로 살고 있는 것. 그러니 아무리 한국이 변해가고 있다고 말하더라도 한국인의 '정'이라든가, '빨리 빨리' 문화, 유교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장유유서' 등. 점차 희미해지는 우리나라의 특징들이 나에게는 남아있다.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이 문장을 보고 생각했다.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에게는 한국인의 '정'처럼 이 문장이 당연히 마음 한켠에 자리 잡은 것일까.
덴마크어로는 Janteloven, 스웨덴어로는 Jantelagen이라고도 불리우는 스칸디나비아에 존재하는 생활 규범인 <얀테의 법칙>. 이 법칙의 제1조항 즉,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는 문장은 개인의 개성이 아닌 개인의 보편성을 강조한다. 얀테의 법칙은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겸손하고 평등한 가치관을 반영하는 사회적 규범인 셈이다.
1933년, 덴마크에서 발표된 소설, <도망자는 자신의 발자국을 넘어간다>에서 시작된 이 법칙은 가상의 덴마크 마을 ‘얀테’를 배경으로 한다. 소설 속 마을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 열 가지 규칙이 바로 ‘얀테의 법칙’. 이 마을 사람들은 개인의 성공이나 독창성을 억누르는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마을을 이루고 살아간다.
에디터는 이러한 <얀테의 법칙>을 보며 생각했다. 스칸디나비아 전체에 퍼져있는 이 사회 규범은 그들이 만드는 옷에도 반영되진 않았을지. 스칸디 패션을 보고 일컫는 “Quiet Cool”과 연관성이 있지 않을지 말이다.
<얀테의 법칙>은 타임리스한 미니멀리즘 패션을 떠올리게 한다. 어딘가 차분한 디테일과 과하지 않은 요소를 가진 스칸디나비아 패션 아이템은 다 함께 모아두어도 이질감 없으니 말이다. 일상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기능성과 무채색을 기반으로 한 채도 빠진 색상, 클래식한 스타일과 자연스러운 소재.
미니멀리즘을 기반으로 무럭무럭 자라난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시작된 브랜드, 이를테면 스웨덴 기반의 OUR LEGACY, TOTEME, Acne Studios, Sefr, EYTYS. 이들에게서 묘하게 절제된 감상을 느꼈다면, 이들이 같은 문화적 공동체에 있음을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스웨덴어로 ‘적당한’, ‘충분한’이라는 뜻을 내포하는 단어, 라곰(Lagom)은 스웨덴 사람들의 삶의 가치관을 담고 있는 철학이다. 스웨덴 브랜드의 옷에서 실용성과 깔끔한 미니멀리즘을 느꼈다면 당신이 느낀 게 맞다. 이들이 함께 공유하는 문화가 그들 패션을 대변해 주고 있으니 말이다.
스칸디나비아 패션의 쌍두마차. 스웨덴과 덴마크. 이들을 같은 문화권이라고 같게만 보면 오산이다. 지리적으로 더욱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덴마크는 통통 튀고 개성 있는 컬러감의 옷들이 많이 보이는 반면,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보편성이 더욱 강조되는 스웨덴은 뉴트럴 톤의 컬러감이 돋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궁금해진 에디터는 스웨덴 사람을 수소문해 미니 인터뷰를 진행했다. (참고로 인터뷰이는 스웨덴 출생의 26세 여성으로 여전히 스웨덴에 거주한다.)
Q1. 얀테의 법칙에 관하여 스칸디나비아 국가 사람들이 비슷하게 생각할까요? 이 법칙이 스웨덴 사람들의 패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시나요?
A1.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는 거의 동일합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맞추려고 행동하고 옷을 입는 이유일 것입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유행을 따르거나 안전하게 검정색이나 뉴트럴한 옷을 입습니다.
Q2. 스웨덴의 일상 패션을 떠올릴 때 어떤 색상이 떠오르나요?
A2. 스웨덴 사람들은 색깔 있는 옷을 잘 입지 않습니다. 검정색 또는 갈색, 혹은 뉴트럴한 컬러가 떠오릅니다.
Q3. 최근 스웨덴 패션 트렌드에 변화가 있나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 간의 패션 차이가 커지고 있나요, 아니면 작아지고 있나요?
A3. 스톡홀름 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고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칸디나비아 국가들 간의 패션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스웨덴 사람들은 미니멀리즘을 선호하고, 일반적인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의 개인을 인터뷰하여 모든 스웨덴 패션을 대표하는 입장을 취할 마음은 없다. 보편성을 강조하더라도 개인의 차이는 분명할 테니. 하지만 분명한 건, 이들이 문화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특징은 이들이 만들어가는 패션에서도 은근히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실용적인 것을 추구하는 스웨덴에서 차분하고 미니멀한 옷을 만들어 내는 것은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문장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어느 정도 증명되었다. 북유럽 패션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의 호기심은 꽤 유의미하지 않나 생각했다.
젠테의 궁금증 탐구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to be continued…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