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r of God
Brand LAB: FEAR OF GOD
스타일에 대한 경외심
“나의 목표는 시대를 초월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FEAR OF GOD의 리더 제리 로렌조(Jerry Lorenzo)는 2022년 Interview 매거진에서 자신의 야심찬 포부를 당당히 밝힌다. 어쩌면 당신의 옷장 한 곳을 영원히 차지할, 경건하고 경이로운 FEAR OF GOD의 세계 속으로.
MLB에서 크게 활약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인해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야구를 접한 로렌조. 때문에 그의 유년 시절은 온통 야구 생각 뿐이었다. 대학 시절엔 소속 야구팀에서 선수 활동을 했을 정도로 운동에 진심이었지만, 이내 아버지만큼의 소질이 없다는 걸 깨닫고 스포츠 에이전트로 진로를 변경한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그가 가진 패션에 대한 열망을 깨우는 결정적 계기가 출연한다.
한 때 디젤 매장에서 창고 관리를 한 게 패션 이력의 전부였지만, 그는 자신의 감각을 믿었다. LA 다저스에선 선수의 스타일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되며 그 감각을 발휘할 기회를 얻었으나,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선수들이 원하는 의상들을 전부 구할 수 없다는 사실. 이때 로렌조는 중대한 결심을 한다. 가질 수 없다면, 직접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닌가?
로렌조는 자신이 입고 싶지만, 아무도 만들지 않았던 의상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기 시작한다. 내가 입고 싶은 옷, FEAR OF GOD의 시작은 순수한 개인의 열망에서부터였다.
하지만 패션계는 정글 같은 곳. 그는 준비없이 뛰어든 대가를 혹독히 치러야만 했다. 몇 번이나 사기를 당하고, 간신히 정을 붙여도 결국 이용당하고야 마는 현실 앞에서 그는 매 순간 좌절의 기로에 놓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풍파 속에서도 로렌조를 버티게 만든 건 바로 가족. 갓 태어난 자신의 아들과 사랑하는 아내는 그를 무너지지 않게 하는 단 하나의 존재였다.
공식적인 교육 없이 맨몸으로 브랜드를 시작한 로렌조는 스스로 발품을 팔며 의류 제작을 위한 조건을 다듬어갔다.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던 그는 의상 스케치 조차 할 수 없었고, 대신 기성품 중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을 보완하여 ‘재정비’하는 것으로 부족한 실력을 보완했다. 이를테면 실루엣이나, 기장감, 소매와 장식을 수정하는 것으로 말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그는 새롭진 않지만, 또다른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모든 것은 정말 신의 계획이었던 걸까. FEAR OF GOD의 정식 컬렉션은 2013년에 출시되었지만, 사실 그 이전부터 많은 유명인들이 그의 작품을 착용하고 있었다. 로렌조의 아내가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뮤지션 빅 션(Big Sean)에게 샘플로 제작했던 티셔츠를 우연히 선물한 것이 발단이 되었던 것. 또한 이 옷은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진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눈에 들게 되며, 로렌조와 칸예의 인연을 성사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첫 만남 이후, 본격적인 협력 관계를 약속한 칸예와 로렌조. 둘은 칸예와 A.P.C의 콜라보 작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서로 윈윈 하는 사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칸예는 미국의 최대 패션 행사 멧 갈라의 드레스 코드를 무시한 채 FEAR OF GOD의 데님을 입고 참석했을 정도로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
“나는 디자인을 한다기보단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항상 패션계 밖에 머무르길 원한다는 로렌조의 고백은 아웃핏에 집착하는 패션의 현실을 환기시킨다. 무언가를 열렬히 갈망하고, 사랑하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그 본바탕엔 항상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함을, 또한 그 스토리는 개인을 둘러싼 인물과 환경들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때문에 스스로를 위하는 만큼 주변도 위해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한다.
FEAR OF GOD의 컬렉션은 다른 브랜드들과는 조금 다른 형식을 취한다. 전통적인 패션 위크 진출을 거부한 채, 독립적으로 비정기적인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 하지만 그렇기에 팬들의 충성심은 더욱 굳건해지는 듯하다. 그리워했던 시간만큼 만남의 감동은 커지는 법이니.
최근 긴 공백을 깨고 8번째 컬렉션과 함께 나타난 FEAR OF GOD. 항상 룩북과 캠페인을 통해서만 관객과 소통했던 그들이, 론칭 10년 만에 첫 공식 런웨이를 개최한다는 소식은 잠잠했던 패션계를 들썩이게 만들기 충분했다.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선보이는 라이브 쇼인만큼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정성이 엿보였다.
특히 미국의 상징적인 공간인 Hollywood Bowl을 개최지로 결정하고, 실력파 아티스트 샘파(Sampha)의 공연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버라이어티한 연출을 기획한 것은 신의 한 수 였다. 또한 소문만 무성하던 Adidas와의 콜라보 FEAR OF GOD Athletics가 이 컬렉션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어 언론과 평단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한몫했다.
의상 역시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소재의 차별화, 고급스러운 테일러링 속에 깃든 절제된 화려함, 쇼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변화하는 컬러 팔레트는 FEAR OF GOD만의 엘레강스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전작인 2022 이터널(Eternal) 컬렉션은 시대를 초월한 영원성을 추구하겠다는 로렌조의 이상이 가장 잘 표현된 시즌이다. 거의 대부분을 이탈리아에서 제작해 유럽 특유의 장인 정신과 직물에 대한 탐구심을 계승하였다.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이번엔 지속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FEAR OF GOD의 뚝심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본질에 충실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느낌을 내기 위해 집중했으며 또한 브랜드가 앞으로 어떤 분위기를 지향할 지 파악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컬렉션이었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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