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r of God
Brand LAB: FEAR OF GOD
스타일에 대한 경외심
2018년 FW를 겨냥했던 여섯 번째 컬렉션과 그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는 일곱 번째 컬렉션은 엘레강스함의 초석을 다졌던 시기였다. 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과 스트릿 느낌을 살리면서도, 동시에 고급스러움까지 추구하려 한 그의 욕심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결같이 도전하기 쉬운 느낌이지만, 왠지 모를 아우라가 풍겨져 나오는 것이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모든 브랜드의 꿈인 패션 위크를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FEAR OF GOD의 컬렉션은 시작부터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아왔다. 2013년 공개된 최초의 룩북은 스트릿 패션과 하이엔드 패션의 요소를 적절히 배합함으로써, 단순한 일상복을 넘어선 문화로서의 패션의 탄생을 알렸다. 다양한 형태의 플란넬 셔츠와 튜닉, 소매를 과감히 컷팅한 후드, 측면에 달린 지퍼 장식, 과감한 컷팅의 데미지드 데님 등 흥미로운 아이템들을 보고 있으면 첫 데뷔작이라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
한때 패션 피플들이 즐겨 신었던 데저트 부츠. 미군용 전투화를 연상케 하는 이 투박한 슈즈가 세상에서 가장 힙한 슈즈로 자리 잡게 된 건 FEAR OF GOD의 공이 크다. 그들의 세 번째 컬렉션에 등장한 데저트 부츠 코디는 다시 봐도 정말 굿 초이스. 기존 전투화의 모양을 기반으로 하여, 더 날렵하고 섹시한 실루엣을 탑재하기 위해 만반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는데 이쯤 되면 최고점 합격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슈즈 제작에 자신감을 얻게 된 로렌조는 다음 차례인 네 번째 컬렉션에서 본격적으로 슈즈 아이템들을 선보인다. 무려 600켤레가 넘는 실패작을 파기해 가며 획득해 낸 고심의 산물이라고 하니, 대단하면서도 왠지 뭉클해진다. 그들의 시그니처인 오버사이즈 플란넬과 나일론 봄버 재킷, 스트라이프 셔츠들을 자유롭게 레이어링 한 룩북에서 무심한 듯 시크한 매력이 물씬 풍긴다.
로렌조 피셜 본인이 가장 애정하는 컬렉션은 바로 2017년의 다섯 번째 챕터. 창립 4년 만에 트렌드를 선도하는 세력으로 급성장한 FEAR OF GOD의 인기가 극에 달했을 때 출시된 컬렉션이었기에, 대중들의 기대 역시 최고도를 찍고 있을 때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가 진 부담감이란 이로 말할 수 없었을 터. 하지만 이번에도 신은 로렌조의 편이었다. 본연의 무드를 올곧게 유지하면서도 색다른 요소들이 감칠 나게 가미되었다는 호평을 받아냈던 것.
하지만 로렌조가 이 컬렉션을 특별하게 여기는 데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자기 자신을 뮤즈로 하여 컬렉션을 제작했기 때문. 콘셉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찾는 대신 가장 개인적인 내면에 머물며 전체적인 구상을 진행했던 것이다. 룩북에 등장하는 모델들이 대부분 유색 인종인 것도, 그의 유년시절을 가득 채웠던 야구의 흔적이 아이템 곳곳에 묻어나는 것도, 모두 디자이너가 아닌 ‘인간 로렌조’로부터 얻은 영감의 결과물이었다.
FEAR OF GOD의 보급형이라 볼 수 있는 Essentials 라인은 오리지널보다 더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기특한 효자 라인. 국내에선 꾸안꾸룩의 기본으로 많이 추천되는 아이템이다. 오리지널 보다는 약간 힘을 뺐지만 브랜드 특유의 색감을 잃지 않으며 편안한 실루엣과 실용성을 극대화시킨, 말 그대로 ‘에센셜한’ 구성이라 보면 된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디자인과 키즈 라인까지 마련되어 있어 세련된 패밀리 룩을 원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
최근 럭셔리 브랜드에 분 콜라보 바람. 그 중의 원탑은 아마 FEAD OF GOD이 아닐까 싶다. Nike와 Adidas를 넘나드는 파격적인 행보를 비롯해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Ermenegildo Zegna와의 협업까지. 이젠 함께 작업하지 않은 브랜드를 찾는 게 더 힘들 정도다. 누구나 원하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특별한 아이템들을 소개한다.
남성 의류만을 취급하던 Ermenegildo Zegna가 FEAR OF GOD과의 협업을 통해 처음으로 여성을 고려한 의상을 선보였다. 100년이 훌쩍 넘는 Zegna의 역사에서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브랜드 이름 때문에 여러 오해를 받기도 한 FEAR OF GOD. 이러한 공격에 로렌조는 엄숙히 맞선다. “신과의 관계가 없다면 두려움으로 읽히겠지만, 신을 믿는다면 그건 경외심이 될 것이다. 나는 끝없이 겸손하려 한다.” 실제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로렌조. 하지만 이 대답은 종교와는 무관한, 삶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리고 거침없이 발전하는 FEAR OF GOD의 행보가 이러한 그의 신념을 증명한다. 편견과 오만을 경계하고 본질과 염원을 꾸준히 상기하는 일. 인간이 응당 지녀야 할 선(善)은 아마 이런 걸지도.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