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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25 패션 위크 리캡

Stories: Fashion Week Review

Stories: Fashion Week Review

FW25 패션 위크 리캡







아는 만큼 더 입고 싶은 패션의 세계.

이번 FW25에서 유독 눈길이 갔던 6가지 쇼를 꼽아봤다.





그럼에도 우리의 세계는 낙관으로!



이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법, PRADA


가장 트렌드의 선두에 있는 지금의 PRAD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미우치아(Miuccia Prada) 여사와 라프 시몬스(Raf Simons)의 조합은 매 시즌이 거듭될수록 더욱 안정적인 궤도로 진입하며, 패션 팬들이 원하는 지점을 정확히 긁어 주는 모습이다. ‘끝없는 본능(Unbroken Instincts)’이 주제였던 이번 PRADA FW25 남성복 컬렉션은 되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직관과 본능 그리고 인간의 ‘불완전함’에 집중했다. 그래서일까. 패션계 여타 브랜드가 위기를 겪는 불확실성의 시대에도 프라다 그룹의 매출은 고공행진 중이다. 이에는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가 패션에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계를 반영해 내는 탁월한 능력에 있다.


1.jpg PRADA FW25
2.jpg ©prada.com


인간의 ‘본능’을 그려낸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다시 돌아온 아이템들이다. 모피, 웨스턴 부츠와 슬림한 핏의 통이 좁은 팬츠 그리고 꽃무늬 패턴이 대거 등장했으니! 미니멀한 디자인의 몸에 핏한 니트웨어부터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갈색 퍼, 아주 고전적인 트렌치코트에 다채로운 색상과 패턴의 웨스턴 부츠로 와일드함도 더했다. 어떻게 보면 모순적인 아이템들을 한데 모아서 하나의 컬렉션으로 아우른 PRADA의 능력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PRADA는 그 이유를 두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대답”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희망을 전하고 억압에 저항하는 인간성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희망은 무엇인지 의문을 던지게 되는 시기일수록 처음으로 돌아가 인간만이 가지는 본능, 열정, 로맨스에 집중한 미우치아 여사와 라프 시몬스의 메시지. 언제고 패션을 통해 낙관을 말하고자 하는 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럴 리가.



단순하게 살련다, RICK OWENS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에서 열린 RICK OWENS FW25. 이번 쇼에서는, RICK OWENS의 제조 공장이 있는 이탈리아의 작은 산업 도시 콘코르디아(Concordia)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여 년간 파리와 콘코르디아를 수없이 오갔던 릭 오웬스(Rick Owens). 그는 공장 생산 리듬에 자신을 몰입시키기 위해 “콘코르디아에서의 첫 15년 동안 공장 안의 소파에서 잠을 자거나 간소한 호텔에서 지내”는 생활을 선택했다고. 그 시절의 경험을 알고 나면, 진짜 필요한 것들만 삶에 두는, 그의 패션 세계를 이해하는 단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특히 이번 컬렉션이야말로 그 철학이 제대로 고스란히 담겨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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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철학처럼 RICK OWENS가 최소한의 것을 남기되, 꼭 필요한 건 특별하게 집중해서 제작한 아이템을 만날 수 있었다. 크롭된 블루 셰어링 스웨터와 가슴 깊숙이 파인 탑, 디자이너 빅터 클라벨리(Victor Clavelly)가 디자인한 가죽 패널. 그리고 무엇보다 특히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속 하울의 깃털을 연상케 하는 실루엣의 부츠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블랙, 크림 컬러로 조각 조각낸 가죽 소재로 해체된 가죽은 집중해서 보여주고자 하는 건 제대로 보여주는 RICK OWENS 다운 아이템이었다.


아 참, 쇼 배경 음악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1977년에 나온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히어로즈(Heroes)’. 이 음악을 데이비드 보위가 베를린 장벽 앞에서 공연하면서 독일 통일 시위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고 보면 RICK OWENS는 이 쇼를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는 온다고 말해주려던 게 아닐지.





달콤한 노스텔지어에 푹 빠지다!



아기 엄마가 보여주는 유년기의 추억, Sandy Liang


사랑스러운 아기 엄마이자 디자이너 Sandy Liang. 작년에 엄마가 되어 인스타그램에 육아 사진을 곧잘 올리는 그녀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런웨이에 제대로 풀어냈다. 그것도 가슴속에 소녀 감성 하나 품고 있는 이라면 당장 지갑을 몽땅 털고 싶은 모습으로! “이번 컬렉션은 어린 시절에 좋아하는 장난감을 고르고, 부모님께 사달라고 졸랐던 바로 그 느낌을 구현했다”라고 설명한 그녀는 행운의 별 접기, 다마고치, 카네이션 표창, 퍼비 인형 등의 아이템을 하나하나 녹여내 다소 단조로운 컬러의 뉴욕 패션 위크에 화사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5.jpg Sandy Liang FW25
6.jpg ©sandyliang.info



가장 주목받은 아이템은 캘린더를 다이어리 커버처럼 프린트한 미디스커트! 똑딱이마저 완벽하게 재현해 낸 이 스커트(사서 집에 걸어두고 싶다…)와 함께 글로벌 완구 전문 매장 ‘토이저러스(TOYSRUS)’의 로고를 패러디한 Sandy Liang로고 티셔츠와 함께 스타일링해 선보였다.



7.jpg ©@sandyliang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컬렉션 제작 디테일 컷



Sandy Liang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는 런웨이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사랑스러운 디테일을 만날 수 있었는데, 카네이션에 쏙 넣은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 사진들. 그중에 에디터도 어린 시절 사랑했던 애니메이션 ‘더 스노맨(The Snowman)’까지 있어서 감동하고 말았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낭만적으로 담아낸 이번 Sandy Liang 쇼를 보면서 생각했다. 한 시절의 기억을 이렇게 ‘쿨’하게 풀어낼 수 있다니. 어쩌면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일은 생각보다 더 멋진 일일지도?


8.jpg ©@sandyliang



미니멀을 원해? 제대로 보여줄게, Calvin Klein


이탈리아 출신 베로니카 레오니(Veronica Leoni)와 Calvin Klein의 만남. 그것도 6년 만에. (브랜드의 런웨이 컴백도 2018년 라프 시몬스가 이끌던 이후로 7년 만이었다.) 그러니 패션인들의 기대 가득한 눈이 이번 FW25 쇼로 향했던 건 당연했던 일. 거기에 레오니가 그간 커리어를 쌓아 온 곳도 피비 파일로(Phoebe Philo)가 수장이었던 시절의 CELINE, JIL SANDER, THE ROW 등으로 한창 전성기를 풍미했던 Calvin Klein의 ‘미니멀리즘’을 확실히 이해하고 보여주리란 믿음이 있기도 했다. 이번 컬렉션 자체도 ‘아메리칸 뷰티’와 ‘미니멀리즘에 대한 찬사’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고.

9.jpg Calvin Klein FW25
10.jpg ©vogue.com

특히, 이번 쇼에서 주목할 만한 건 총 64개의 룩을 오로지 그녀의 본능으로 재해석해 냈다는 점이다. 코트, 트렌치코트 셋업 슈트, 스키니 팬츠, 데님 그리고 드레이프 저지 드레스와 이브닝 턱시도의 아이템 군을 다채롭게 선보인 이번 컬렉션의 컬러 팔레트는 주로 블랙, 그레이, 화이트 같은 무채색이 대부분이었지만 가끔은 과감한 레드도 등장했다. 스키니한 실루엣이 돋보였던 이번 컬렉션은 전체적으로 깔끔하면서도 묘하게 힘이 느껴지는 아우라가 느껴졌다. 무엇보다 브랜드 창립자인 캘빈 리처즈 클라인(Calvin Richard Klein)도 쇼 내내 자리를 지키며 레오니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녀가 앞으로 만들어갈 Calvin Klein의 새로운 챕터, 분명 기대가 된다.





패션은 우리네 인생과 닮아 있다



우리 결혼했어요, JORDANLUCA


JORDANLUCA 쇼에는 항상 개인적인 부분이 있다. 친구들,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 이 듀오 디자이너가 사랑하는 이들의 모아 함께 컬렉션을 그려왔으니까. ‘더 웨딩(The Wedding)’이 주제였던 이번 JORDANLUCA FW25 컬렉션에서 그간 준비한 옷들을 다 선보인 디자이너 조던 보웬(Jordan Bowen)과 루카 마르케토(Luca Marchetto)는 실제로 결혼, 그러니까 사랑의 서약을 맺었다. 사랑하는 이들 앞에서 6단 케이크를 자르고, 따스한 키스를 한 이 듀오 디자이너의 진정한 원동력은 사랑이다. “사랑은 나눠야 하며, 확장되어야 하고, 표현되어야 한다.”라는 이들의 말처럼 말이다.

11.jpg 디자이너 조던 보웬과 루카 마르케토 ©vogue.co.uk

지금까지 이런 런웨이가 있었던가? 기억상으로는 없다. 가장 진솔한 패션을 보여준 이들이 표현한 한 룩 속 티셔츠에는 ‘I HATE LOVE’라고 적혀있기도 하다. 괜히 그 마음을 짐작하게 만드는 이 문구. 한참을 봤다. 왠지 저 마음을 알 거 같아서. 실은 사랑하고 싶고 받고 싶은데 상처받기 싫어서 ‘사랑은 싫어’라고 밖에 나올 수 없는 그 심정을. 그런 뾰족한 마음마저 다 아우러 담은 JORDANLUCA, 아니 조던과 루카의 FW25. 앞으로도 이들이 보여줄 컬렉션은 그 어떤 형태든 사랑과 맞닿아 있으리라 확신한다.

12.jpg JORDANLUCA FW25
13.jpg ©@jordanluca





‘미친 상속녀’의 맛 보여줄게, Anna Sui


뉴욕 ‘국립 예술 클럽(The National Arts Club)’에서 펼쳐진 Anna Sui FW25 컬렉션. 그 주제는 ‘미친 상속녀(MADCAP HEIRESS)’였다.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았지만, 생의 마지막에 남자와 보석에 돈을 탕진해 버리는 욕망에 이끌리고 마는 여자들의 이야기. 쇼 노트에 따르면 안나는 바바라 허튼(Barbara Hutton), 도리스 듀크(Doris Duke), 페기 구겐하임(Peggy Guggenheim) 등의 여자들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의 사치스러운 욕망과 현실의 억압에서 자유로운, 그러니까 일반적인 여성과 다른 현실을 살아가는 모습에서 끌렸던 모양이다.


14.jpg ©vogue.com


퍼플, 브라운, 마젠타 등의 풍부한 색감과 우아한 실루엣의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번 컬렉션은 보석 디자이너 에릭슨 비먼(Erickson Beamon)과 고무 밑창이 특징인 슈즈를 디자인하는 슈즈 디자이너, 존 플루보그(John Fluevog)와 협업해 진정한 ‘미친 상속녀’의 룩에 도달했다. 전체 룩으로 보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아이템을 각각 따로 보면 충분히 웨어러블하다는 생각도 든다. 쇼 노트는 “Anna Sui의 세계에서 부의 기준은 주관적”이라고 덧붙였지만, 이 자본주의를 살다 보면 가끔은 정말 ‘미친 (상속)녀’ 모드가 된다. 어디서 본 건 많아서 감히 나도 갖고 싶다. 드라마 속에서 상대를 향해 고래고래 악다구니를 쓰며 “얼마면 돼?”하고 돈뭉치를 던지는 그 근거 있는 쿨한 애티튜드 말이다. 어쩌면 될까? Anna Sui를 입으면 될까요?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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