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ies: Prada Likes Green
Stories: Prada Likes Green
프라다는 초록을 좋아해
올봄에도 여지없이 찾아온 그린 컬러의 귀환. PRADA 역시 이 푸른빛 연회에 기꺼이 참석했다.
달아나는 빛 초록을 거머쥐고 그 많던 내 모습 기억되리. 2025년 봄 PRADA는 잔나비의 노래 초록을 거머쥔 우리는의 한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겨우내 짙은 컬러에 의존해 있던 우리의 취향을 따스히 녹여주는 산뜻한 컬러들과 함께.
그중에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코 그린. 디렉터인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와 라프 시몬스(Raf Simons)는 PRADA 2025 SS 맨즈 웨어 쇼의 핵심 키워드로 Youthful Optimism, 청춘의 긍정을 내세운다. 이 표현은 사회에 갓 참여한 젊은 세대들에게 적용되는 문구로, 꿈을 향해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패기와 열정을 가리킨다. 스스로가 바라는 미래상이 앞으로 펼쳐질 무수한 도전의 이유가 되어주는 것이다.
두 디렉터는 청춘이 가진 솔직함과 순수함, 그리고 목표 지향성에 집중한다. 나이가 들면 생각이 너무 많아져 스스로를 제한하게 되지만 젊을 때는 그냥 돌진한다(VOGUE, 2024.06)는 웃픈 경험담도 곁들이며 봄 런웨이의 핵심을 짚어낸다. 무모하지만 의미 있는 성장. PRADA가 그린을 애정하는 이유다.
무대에 오른 수많은 아이템 중 에디터의 원픽은 패럿 그린 컬러의 싱글브레스트 코트. 앵무새의 녹색 빛깔에서 따온 패럿 그린은 적당한 채도와 명도 덕에 여느 컬러와도 곧잘 어우러진다. 무채색 계열, 특히 회색과 실버와는 환상의 궁합. 재질도 가벼운 코튼이라 컬러의 발랄함이 더욱 살아난다. 강렬한 색감과는 반대로 뒤편에 역삼각형 로고 디테일은 미니멀함의 극치. 이질적인 요소들이 한데 공존하는 데도 참으로 아름다운… 그야말로 느좋 재킷이다.
2021년, BOTTEGA VENETA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다니엘 리(Daniel Lee)의 보테가 그린(BOTTEGA Green)을 기억하는가. 원래 켈리 그린(Kelly Green)이라는 엄연한 명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아직도 그 색을 보테가 그린이라고 부른다.
PRADA에게도 이러한 독보적 그린 컬러가 있다. 바로 그들의 스토어를 장식한 파라다이스 그린이 그 주인공. 팬톤(Pantone)에선 지상 낙원을 닮은 이 컬러에게 아름다운 이름을 지어줬건만, 패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PRADA를 떠올릴 것이다.
그린과 무채색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궁합이라는 건 여기서도 증명된다. 스토어의 바닥을 수놓은 흑백의 체크무늬를 보라. 게다가 틈새를 공략하는 다크 오렌지빛 원목 컬러까지. 창문 하나 없는 매장 안에서도 싱그러운 자연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건 다 이러한 컬러 매칭 덕분이다.
이처럼 그린을 향한 열렬한 구애는 올 봄 PRADA의 여성 라인에서도 이어진다. 게다가 보다 과감해졌다. 우아한 분위기의 딥 그린과 차분한 올리브 그린까지 가세했기에.
예나 지금이나 PRADA가 그린을 해석하는 태도는 무척 한결같다. 아예 메인으로 세워 관객의 주목을 확실히 끌거나, 상대적으로 고상한 컬러들과 배합해 단조로움을 해체하는 포인트 역할을 부여하거나, 가끔은 화사한 컬러를 더해 봄날의 풍경을 떠오르게끔 한다. 그렇다. 그들은 푸른빛이 가진 다층적인 매력을 진심으로 마주하고 있다.
참고로 이와 같은 행보는 내년 가을까지 꾸준하게 지속될 예정. 올해 초 공개된 PRADA FW 시즌 맨즈 웨어 쇼에서도 부츠와 수트, 아우터 등 여러 아이템에서 다채로운 그린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스토어의 키컬러인 파라다이스 그린 수트와 옐로우의 조합은 칙칙한 겨울 패션에 포근한 낭만을 불어넣어 줄 신의 한 수.
당신에 옷장에 아직 그린 컬러가 없다면, 혹은 너무 많다면. 사실 어느 쪽이나 상관없다. PRADA는 그린을 향한 그 어떤 니즈도 만족시킬 준비가 되어있으니.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