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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색의 울림

JENTE TREND REPORT: NEUTRAL PALETTE


JENTE TREND REPORT: NEUTRAL PALETTE
고요한 색의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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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테스토어가 제안하는 첫 번째 SS 시즌 트렌드, 뉴트럴 팔레트(Neutral Palette).
SS25 컬렉션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두 가지를 골라 우리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했다.

이번 시즌, 대비가 강하고 화려한 색상이 중심을 이루기보다는 정제되고 차분한 컬러가 컬렉션 전반에서 돋보였다. 뉴트럴 톤이 주는 안정감, 컬러의 절제 속에서 디테일의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는 순간을 포착했다.

두 번째 포인트는 무겁지 않은 레이어링이었다. 맑은 색의 수채화를 완성하듯 조심스럽게 쌓아올린 듯한 레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군더더기가 없다는 것. 과거처럼 벌키한 핏을 위해 무작정 겹쳐 입는 것이 아니라, 실루엣과 균형을 고려해 딱 필요한 요소만 추가하는 방식이 중심을 이뤘다.

미니멀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룩.
이번 시즌 젠테가 전하고 싶은 첫 번째 메시지, 뉴트럴 팔레트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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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jpg Styling and Photography by jente


사전적으로 뉴트럴은 중립적인 혹은 중립적 위치에 있는 사람을 뜻한다. 이번 시즌, 뉴트럴은 단순한 색채 개념을 넘어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해석된다.

간결한 컬러 팔레트와 자연스러운 실루엣이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지만, 그 안에서도 자유로움은 분명히 존재한다. 옷을 입는 방식에서 더 이상 정형성을 따를 필요가 없다. 벨트를 두르듯 재킷을 허리에 묶거나, 같은 셔츠를 두 벌 겹쳐 하나는 상의로, 하나는 스커트처럼 연출하는 식이다. 익숙한 아이템을 새롭게 활용하는 순간, 뉴트럴은 단조로움을 넘어 창의적인 스타일로 확장된다.

이러한 스타일은 마치 균형 잡힌 시소와도 같다. 어느 한쪽이 과하게 튀지 않으면서도,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흐름을 만들어낸다. 뉴트럴 컬러는 단순함의 상징이 아니라, 스타일링의 유연함을 위한 캔버스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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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테스토어가 제안하는 뉴트럴 팔레트 트렌드와 가장 맞닿아 있는 네 가지 브랜드를 엄선했다.





OUR LEGACY SS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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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타일링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브랜드 중 하나는 OUR LEGACY. 이들의 SS25 컬렉션 타이틀은 ‘Blood Knot’이다. 여유로운 실루엣과 뮤트한 컬러가 지배적인 이번 컬렉션은 촬영 방식부터 남달랐다.

모델과 포토그래퍼 사이에는 한 장의 유리판이 놓였고, 모델들은 그 뒤에서 자유롭게 워킹했다. 카메라 앵글 속에는 촬영 중인 포토그래퍼의 모습이 희미하게 비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겹쳐졌다. 단순한 화보를 넘어, 관찰과 피사체가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OUR LEGACY의 디렉터 크리스토퍼 나잉(Cristopher Nying)은 이번 컬렉션의 영감을 그리스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얻었다고 전했다. 해변가에 흩어진 잔해물, 병뚜껑, 밧줄, 조개 껍데기. 그는 이러한 요소들에서 ‘웻 룩(Wet Look)’의 아이디어를 끌어냈다. 바닷바람을 맞아 주름이 진 듯한 셔츠, 낚시 그물을 연상시키는 니트 톱은 그러한 영감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물이었다.

이번 컬렉션은 단순한 의상의 나열이 아니라, 가깝고도 먼 시간의 잔상처럼 다가왔다. 가까이 있지만 닿을 수 없는 유리판 너머의 이미지처럼, OUR LEGACY는 이번 시즌을 통해 낡은 것과 새로운 것, 현실과 환상을 절묘하게 엮어냈다.





PALOMA WOOL SS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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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oma Wool은 이번 시즌에도 특유의 뉴트럴 감성을 가득 담은 컬렉션을 선보였다. 마치 흰색 물감을 잔뜩 희석한 듯한, 맑고 은은한 톤의 아웃핏이 라인업 전반을 채운다. 컬러감 있는 이너 위에 쉬어한 원피스, 스커트, 팬츠를 레이어링해, 투명한 텍스처가 만들어내는 깊이와 흐름을 강조했다.

이번 컬렉션에서 빠질 수 없는 포인트는 바로 Santangelo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주얼리. 조개 문양이 새겨진 벨트와 목걸이, 동그란 자개 디테일이 돋보이는 톱까지—마치 바닷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오브제를 조합한 듯한 디자인이 Paloma Wool의 아티스틱한 감각을 더욱 극대화한다.

차분한 컬러, 쉬어한 소재, 그리고 과감한 컷아웃 디테일까지. 이번 시즌 역시 Paloma Wool만이 구현할 수 있는 감각적인 레이어링의 미학을 완성했다.





LEMAIRE SS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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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쇼의 핵심은 “간결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실루엣”이라고 디자이너 사라 린 트란(Sarah-Linh Tran)이 밝혔다. LEMAIRE는 매 시즌 급격한 변화 없이 일관된 퀄리티와 정제된 스타일을 유지하는 브랜드지만, 이번 SS25 컬렉션에서는 FW24, FW25와 비교했을 때 컬러 팔레트에서 분명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VOGUE는 이번 쇼에서 이끼와 나무껍질이 품은 미묘한 그린과 브라운의 변화를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쇼는 검은색 레더 아우터와 블랙 스커트로 시작했지만, 점차 팔레트가 따뜻해지며 옐로우 아이보리, 버터 옐로우, 블루 그레이, 메론 색상의 원톤 스타일링이 돋보였다.

절제된 실루엣 속에서도 컬러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의 변화. 이번 LEMAIRE SS25 컬렉션은 자연의 색감이 지닌 깊이와 여운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ACNE STUDIOS SS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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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가장 과격한 브랜드 중 하나로 알려진 ACNE STUDIOS가 이번 시즌,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쇼장에 등장했다. 디렉터 조니 요한슨(Jonny Johansson)은 이번 컬렉션에 대해 “부드럽고, 장난스러우며, 즉흥적”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는 기존의 ACNE STUDIOS 정체성에서 다소 벗어난 방향으로,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는 그의 의도가 엿보였다.

조니 요한슨에게 이번 컬렉션은 확실히 도전이었다. 그의 첫 번째 룩에서 바로 그 결심을 읽을 수 있다. 동일한 누드 톤의 니트 두 벌과 숏츠, 탑을 스커트처럼 매치한 모습은, 그의 단단한 의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과거의 디스트레스드 빈티지 디테일은 이 컬렉션에서 찾을 수 없었고, 그 빈자리가 오히려 그리움보다는 새로운 설렘으로 다가왔다.

이전보다 한층 정제되고 성숙해진 느낌의 ACNE STUDIOS는 마치 사춘기를 지나 성숙한 소녀처럼, 그 변화가 더 반가웠다. 도전적인 변화 속에서도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만든, ACNE STUDIOS의 이번 컬렉션은 많은 이들에게 기대 이상의 인상을 남겼다.

뉴트럴 팔레트는 이제 단순한 컬러의 경계를 넘어서, 하나의 정제된 언어로 각 브랜드의 독창성을 드러낸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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