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LAB: LOEWE
Brand LAB: LOEWE
LOEWE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LOEWE라는 브랜드를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의 실험실? 캠페인에 예술가들을 다수 등장시키고, LOEWE 공예상을 주최하고, 영화 감독 루카 구아디노(Luca Guadagnino)와 코스튬 디자인까지한 예술에 진심인 브랜드?
이들의 행보를 단어로 축약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우선 LOEWE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를 나열해보겠다. 신선하고, 유쾌한데, 예술에 조예가 깊으며, 컬렉션마다 깊이 있는 주제로 놀라움을 선사하는 곳. 끊임없이 변화에 몸을 던지는 이 브랜드의 나이는 몇 살일까?
놀랍게도 LOEWE는 무려 179살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LOEWE의 모습은 극히 일부의 모습인 것. 1864년, 마드리드의 가죽 장인 공방이 그 시초다. 그리고 1876년, 독일 출신 엔리케 로에베(Enrique Loewe Roessberg)가 합류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키우기 시작했다. 30년 뒤, 꾸준한 퀄리티를 증명한 LOEWE는 스페인 왕실에 납품을 시작해 그 품질을 제대로 인정받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도 LOEWE의 주요 고객 중 하나였다는 사실!
고급 가죽 제품을 중심으로 스페인의 ‘HERMES’로 인식되던 LOEWE였지만, 1996년 LOEWE가 LVMH에 인수되면서 한 차례의 성장통을 겪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기엔, LOEWE의 크리에이티브 정체성을 두고 다소 모호했던 것이다. 이 시기 로에베는 여러 디자이너들이 짧은 기간 내에 디렉터직을 맡으며 방향성을 명확히 잡지 못했고, 보수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한 실험들이 있었지만 대중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우리가 여전히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기나 긴 여정 끝에 우리에게 익숙한 LOEWE가 탄생했다. 조나단 앤더슨이 디렉터 자리에 앉자마자 로에베는 '스페인 왕실 가죽 명가'라는 전통 이미지에서 ‘예술에 진심인 패션 하우스'로 과감하게 탈바꿈했다. 예술 작품에서 찾은 다소 난해 레퍼런스, 성별의 경계를 흐린 중성적인 실루엣, 그리고 기존 LOEWE의 장인정신과 소재에 대한 뚜렷한 강조. 앤더슨은 패션과 예술, 과거와 현대를 믹서에 넣고 한껏 섞은 뒤, 180년 전통 위에 쏟아부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명품이 너무 진지하면 피곤하다'는 걸 알았던 그가 택한 방법은 하이패션에 서브컬처를 섞는 것. 가방 하나에 몇 백만원을 지불하겠다는 사람들이 즐비한 시장에서, 오히려 무게를 덜어내고 재치를 얹은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스튜디오 지브리와의 콜라보다.
이와 같은 행보로 LOEWE는 PRADA와 MIU MIU를 당당하게 제치고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가장 핫한 브랜드' 1위에 올랐다. LOEWE의 캠페인 컷을 보면 그 해 가장 핫한 인물이 누군지 알 수 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가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을 데려오는 법.
그렇게 영원할 것 같았던 조나단 앤더슨의 챕터가 드디어 막을 내리게 되었다. 그가 브랜드를 떠난다는 소식이 2025년 3월에 발표가 되었고, 그로부터 한 달 뒤 그의 후임이 지목되었다. 영광의 주인공은 잭 맥콜러프(Jack McCollough)와 라자로 에르난데즈(Lazaro Hernandez), 즉 프로엔자 슐러 듀오였다. 이들은 2025년 1월에 본인들이 차린 브랜드의 디렉터 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LOEWE에 완전히 전념할 모양이다.
뉴욕 패션계의 정통파로 불리는 이들은 파슨스 졸업작품에서 시작해 CFDA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를 무려 다섯 번이나 수상한 실력파다. 가진 것 없이 바닥에서부터 시작해 Proenza Schouler라는 브랜드를 일으켜세웠고, 'PS1 사첼 백'으로 2000년대 패션계를 평정한 이 듀오는 이제, 스페인의 백년 브랜드를 이끌어야 하는 입장에 섰다.
오는 9월, SS26 컬렉션으로 데뷔를 하는 둘. Proenza Schouler의 무기는 무엇보다 실용적이면서도 섬세한 균형이다. 조나단 앤더슨의 LOEWE를 ‘뜻 밖의 결합’이라고 표현한다면 이들의 LOEWE는 ‘조화와 균형’에 가깝지 않을까. 비대칭 실루엣, 투명한 소재 레이어드, 컬러 블록킹 등은 이미 이들의 시그니처다. 이제 LOEWE에서도 일상 속의 럭셔리를 겨냥하지 않을까 추측된다. 대표적인 컬렉션 이미지부터 훑어보자.
색감과 실루엣에서부터 조나단 앤더슨이 전개한 LOEWE와의 차이점이 확연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공통점 중 하나는 조나단 앤더슨이나, Proenza Schouler 듀오나, 예술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있고, 예술로부터 영감을 얻는다는 점이다.
브랜드의 얼굴과도 같은 인스타그램 곳곳에는 이들의 컬렉션에 영향을 준 작품 이미지들이 업로드되어 있으며, Gagosian과 진행했던 인터뷰에서는 아티스트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니, 조나단 앤더슨이 세워둔 새로운 기준 - 예술에 진심인 패션 하우스라는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을 듯 하다. 매년 진행하는 Craft Prize와 더불어, LOEWE가 중요하게 여기는 예술의 가치를 또 어떤 방식으로 전파할지 기대가 된다.
불은 충분히 달궈졌다. 지금 LOEWE의 재료는 더할 나위 없다. 팬층은 넓고, 브랜드 내러티브는 탄탄하다. 남은 건 이 두 셰프가 어떤 조리법을 선택할 지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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