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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가 그려낸 어머니의 초상

Brand LAB: Commission



두 남자가 그려낸 어머니의 초상

Brand LAB: Commission




워킹맘의 아들로 자란 바닷가 근처 마을 출신 소년들이 무럭무럭 자라 뉴욕에서 만난다. 아시아 문화를 그대로 머금은 남성들이 전개하는 브랜드 Commission. 이들의 시선이 만들어낸 어머니의 또 다른 초상.


1.jpg 21SS Commission ⓒCommission


기억의 옷장에서 꺼낸 노스탤지어


뉴욕이라는 거대한 용광로 한복판에서 지극히 동아시아적인 여성복을 짓는 이민 1세 두 남자가 있다. Commission은 이들이 공유하는 어린 시절의 기억.


2.jpg 진 케이(Jin Kay)와 딜런 카오(Dylan Cao) ⓒ@davidsiwickicommunication
ⓒ@commissionofficial



그들의 초창기 스케치북을 펼쳤을 때, 떠오르는 것은 ‘엄마의 주말 출근복’ 혹은 ‘90년대 동아시아 가정의 퇴근 후 거실 풍경’이다. 이들의 첫 컬렉션을 살펴보면 잘 느껴질 것. 깨끗이 다려진 블라우스, 그리고 말려 올라간 듯한 실루엣으로 묘사된 어딘가 급해 보이는 스커트. 여유와 절제가 기묘하게 뒤엉켜 있던 그 시대의 잔상. Commission은 그 사소하고 섬세한 기억들로부터 시작한다.



4.jpg Commission의 첫 컬렉션, SS19
5.jpg Commission SS19 ⓒ@commissionofficial



첫 컬렉션은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오히려 생경한 냉방기의 찬 공기와 출근길 새벽에만 맡을 수 있는 향. 그리고 구겨진 스커트 자락에서 나는 알 수 없는 섬유 냄새 같은 현실적 디테일로 가득하다. 보수적이면서도 숨길 수 없는 우아함. 실용이란 이름의 엇박자 미학. “어머니 세대는 서구의 파워 드레싱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터에서의 여성성을 표현했다.”고 말한다. 남성처럼 보이기 위한 옷보다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프로페셔널의 세계에 임하는 태도. 아시아의 진짜 향기는 화려한 수식이 아니라 그런 작은 흔적들에 남아 있다.



6.jpg Commission SS19 ⓒ@commissionofficial



브랜드 VAQUERA를 보면 미국이 떠오른다. 카우보이, 치어리더, 프롬 퀸, 미국 청춘영화의 패러디 같은 요소들이 VAQUERA라면, Commission은 미국 이민자가 번역한 동양에 가깝다. 2020년대의 트렌디한 오리엔탈리즘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던 여성들의 실용적이고도 위태로운 아름다움. 10대 시절의 어머니가 아침에 초조하게 고른 셔츠 한 벌의 구체적인 일상에서 Commission의 노스탤지어는 시작된다.



7.jpg ⓒ@commissionofficial





차이나타운에서 시작된 기억과 낯선 동행


8.jpg 21SS Commission ⓒCommission



이야기의 시작은 파슨스 스쿨에서의 흔한 조우. 그러나 결과는 전혀 흔하지 않다. 진 케이, 딜런 카오, 후이 루옹. 한국, 베트남, 그리고 다시 뉴욕이라는 궤적. 차이나타운의 어수선한 생일 파티에서, 테이블에 쌓인 남은 딤섬 앞에서 이들의 창의적 연대가 시작된다. 지금 후이는 경영 일선에서 한 걸음 물러섰지만 계속해서 Commission의 캠페인 사진을 촬영 함으로써 그의 감성은 브랜드의 공기층처럼 여전히 스며든다.



9.jpg 진 케이, 딜런 카오, 후이 루옹 ©Forbes
10.jpg 현재는 한국 출신 진 케이와 베트남 출신 딜런 카오가 함께 Commission을 이끌고 있다.ⓒ@jin__kay, ©Highsnobiety / Hailey Heaton



2020년대 미국에서, 남성 디자이너 둘이 80-90년대 동아시아 여성복을 해체하고 재조립한다. 과거와 현재, 공과 사, 남성성과 여성성, 이 모든 이질적 에너지가 충돌하는 곳에서 Commission의 실루엣이 태어난다.



11.jpg Commission FW20, Commission SS25 ⓒ@commissionofficial



이들의 작업은 단순한 복원을 넘어, 과거의 유산이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 집요하게 탐구하는 과정에 가깝다. 왜 하필 그들이었을까? 왜 그들은 어머니의 옷장에서 영감을 길어 올렸을까? 어쩌면 그 답은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보편적인 울림을 준다는 패션계의 오랜 진리 속에 있을 것이다.





엄마 재킷의 단계적 확장


12.jpg Commission FW21 ⓒCommission



이들의 탐구는 어머니의 옷장에만 머물지 않았다. 2021년 가을, 마침내 공개된 남성복 컬렉션은 이 세계관의 자연스러운 확장이었다. 아버지의 옷장에서 발견한 듯한 캠프 칼라 셔츠, 살짝 빛바랜 색감의 니트 폴로, 여유로운 울 개버딘 팬츠. 디자이너들은 “남성복은 우리 아버지들, 삼촌들, 그리고 그 시절의 대중문화 속 남성상에 대한 탐구”라고 설명한다. 여성복의 코드를 공유하되, 보다 절제되고 담백한 방식으로 풀어낸 남성복은 Commission의 이야기가 특정 성별의 추억이 아닌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단위의 기억임을 증명한다.



13.jpg Commission FW22
14.jpg 모델 미카 슈나이더(Mika Schneider) ©Commission



Commission은 아시아 문화라는 두루뭉술한 말 대신에 칼처럼 날카로운 재단과 예상 밖의 스타일 조합으로 본질을 건드린다. 테일러드 재킷과 나른한 슬립 드레스, 플로럴 셔츠와 와이드팬츠, 엄마 옷의 낡은 기억에는 한 차례 쿨한 위트가 입혀지는 것처럼 말이다.



15.jpg Commission FW20 ©Commission



Commission을 애정을 가지고 보아 온 사람이라면 이들의 변화를 눈치챘을 것이다. 초기 컬렉션에 비해 조금 더 캐주얼하고 편해졌다는 것을. 이들의 초창기 컬렉션이 실용적 우아함의 오마주였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어머니에서 아버지로 그리고 친구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랑하는 이들의 아름다움을 조금씩 차용하며 Commission의 나이테는 커져왔다. 다양한 변화와 변주를 받든 Commission은 요즘 컬렉션은 더 편안한 실루엣과 파격적인 레이어링을 선보이며 스타일링에서의 신선함을 전하기도 한다.



16.jpg Commission SS24 ⓒCommission
17.jpg Commission FW25, Commission SS26 ⓒ@commissionofficial
18.jpg Commission SS26 ⓒCommission



결국 Commission은 이질적인 모든 것이 충돌하고 나서야 탄생하는 예상 밖의 아름다움을 증명한다. 이민자 시선으로부터 탄생한 여성복에 대한 남성적 해석이, 추억과 현재의 감각이 겹겹이 뒤엉켜 만들어내는 단 하나의 실루엣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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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ission

커미션 FOLD-UP 블랙 스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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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ission

트위스트 새틴 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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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ission

로고 라벨 패치 반팔 티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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