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음악과 패션을 넘나드는 뉴제너레이션

Stories: Three to Follow




Stories: Three to Follow - Underground Artists on the Rise

음악과 패션을 넘나드는 뉴제너레이션





2025년 현재, 매일 9만 9천 곡이 스트리밍 플랫폼에 업로드된다. 수만 곡 사이에서 들을 만한 음악을 골라내는 게 취미보다는 일에 더 가깝게 느껴질 수 있다. 본업이 DJ인 젠테스토어 에디터 O는 음악을 사랑하는 현대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도움을 주고자, 꼭 소개하고 싶은 아티스트 3명을 골라 이들의 독보적인 사운드 & 스타일을 탐험한다.






1. 센트럴 씨(Central Cee)


일단 시작은 임팩트 있게.


런던 서부 셰퍼즈부시 거리에서 자란 센트럴 씨는 묵직한 드릴 베이스 위에 흥 폭발 후렴과 재치 넘치는 펀치를 얹어 바이럴 트랙을 뚝딱 만들어낸다. 열네 살 꼬꼬마 시절 처음 스튜디오 부스에 들어간 뒤, 요즘엔 멜로디와 느슨한 레이드백 그루브까지 섞어 런던 힙합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중이다. 다만 영국 래퍼가 영어권, 특히 미국 메인스트림에서 두각을 드러내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억양과 문화 차이로 라디오 편성이나 플레이리스트 노출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센트럴 씨는 ‘Doja’, ‘Sprinter’ 같은 싱글을 글로벌 스트리밍 상위권에 올리며 이런 장벽을 서서히 허물고 있다.



센트럴 씨 덕분에 스컬캡 (챙 없는 얇은 비니)은 어느새 런던 길거리 필수템이 됐다. 뮤직비디오건 인스타그램이건 틈만 나면 스컬캡을 눌러쓰는 그의 모습이 워낙 인상적이라, 팬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대로 따라 하기 시작한 것. 덕분에 요즘 런던에선 고개만 돌려도 스컬캡 쓴 청춘들을 손쉽게 마주칠 수 있다. 결국 스컬캡 = 센트럴 씨 시그니처라는 공식이 굳어진 셈이다.



1.jpg
2.jpg ⓒ@centralcee, ⓒwhatsonthestar.com


그가 대체로 즐겨입는 패션은 ‘힙’하긴 한데,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아웃핏은 바로 5월에 있었던 멧 갈라 수트 착장이 아니었을지. “슈트는 안 입는다”라고 선언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그는 이날 Jacquemus의 커스터마이징 수트를 입고 등장했다. 블랙 더블브레스트 재킷은 허리선 위로 짧게 커팅되어 기존 테일러링의 규칙을 비틀었고, 클래식한 플리츠 팬츠와 매끈한 레더 슈즈로 균형을 맞췄다. 익숙했던 스트리트웨어의 언어를 잠시 접고,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였던 밤. 센트럴 씨 님, 앞으로 패션으로도 음악적으로도 새로운 거 많이 보여줘.


3.jpg ⓒGQ



2. Donna Goldn (돈나 골든)


4.jpg ⓒ@donna.goldn


벨기에 출신 아티스트 돈나 골든(Donna Goldn)은 네오 소울과 K팝을 넘나드는 유니크한 음악을 선보인다. 그녀의 음악은 R&B와 팝에 기반하지만, 재미있게도 대부분의 가사를 한국어로 부른다.


첫 한국어 싱글 'Mashiketta(맛있겠다)'는 도자 캣의 'Mooo!'를 패러디해 화제가 됐다. 소 대신 밥을 먹여 달라는 익살스러운 가사와 뮤직비디오 덕분에 그는 단숨에 밈 스타로 떠올랐다. 이어 공개한 'Grape Wifey(청포도 마누라)'도 재치 있는 가사와 한층 성숙한 보컬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겉은 유쾌하지만 음악적 태도는 의외로 진지하다. 실제로 해외 RnB 감성에 한국어를 얹어 서울 로컬 씬의 익숙한 장르 구도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5.jpg


Instagram @donna.goldn Spotify [Mashiketta]


우리가 볼 수 있는 돈나 골든의 스타일은 두 갈래로 흐른다. 하나는 음악만큼 미래적인 테크웨어, 다른 하나는 요즘 다시 떠오른 70년대 레트로 글램. 테크웨어 룩에 매끈한 선글라스까지 더하면 릭 오웬스나 발렌시아가 쇼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가 완성된다.




3. 데미안 러브


6.jpg ⓒ@demianlove_3


데미안 러브는 한국 인디 신에서 떠오르는 싱어송라이터다. 빈티지한 어쿠스틱 사운드에 포근한 보컬을 얹어 따스한 울림을 만든다. 2023년 말 발표한 첫 정규 앨범 Recovered Frequencies에서는 통기타와 피아노로 빚은 포크·소울 멜로디가 돋보인다. 70년대 싱어송라이터의 향취에 90년대 R&B 감성을 살짝 보태 시간이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정서를 들려준다.



데미안 러브의 음악은 화려한 편곡보다 담백함에 방점을 찍는다. 오히려 그 절제 덕분에 디지털 사운드에 익숙한 젊은 청중에게 신선한 휴식처럼 들린다. 존 메이어와 샘 스미스(Sam Smith) 사이 어딘가에 있는 클래식한 팝 보컬의 미덕을 갖춘 대표곡들 'Home'과 'Right People @ Right Time'에서 어쿠스틱 기타 선율과 섬세한 목소리가 만나 편안하면서도 아련한 정서를 자아낸다.


7.jpg ⓒ@demianlove_3


재미있게도 그는 힙합 씬과도 인연이 있다. 2022년 한 힙합 공연 백스테이지에서 에이셉 라키(A$AP Rocky)를 우연히 만나 노래를 들려줬는데, 라키가 감탄하며 즉석에서 전화번호를 요구했다고 한다. 즉, 라키가 그의 잠재력을 코사인(co-sign)한 셈이다.


8.jpg @demianlove_3


Instagram @demianlove_3 Spotify [Demian Love]


데미안 러브는 무대에서 내려와도 여전히 ‘타임머신’을 탄다. 60-70년대 재즈 가수를 떠올리게 하는 벨벳 수트를 당당히 차려입고, 헐렁한 가디건 위에 빛바랜 밴드 티와 코듀로이 재킷을 겹쳐 편안한 빈티지 감성을 완성한다. 둥근 안경테에 살짝 흐트러진 반 장발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데미안표 레트로 시그니처. 인스타그램을 열어 보면, 폴라로이드 톤 필터 속에 세월을 건너온 듯한 그의 모습이 곳곳에 박제돼 있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그의 패션 센스도 배우고 싶다.



오늘 소개한 세 명은 모두 서로 다른 결을 지녔지만, 하나의 공통된 흐름을 공유한다. 장르의 경계를 흐리고, 감정의 결을 전면에 내세우며, 완성보다 진동에 가까운 무언가를 지향한다. 덜 다듬어졌기에 더 솔직하고, 예측할 수 없기에 더 흥미로운—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목소리들은 그렇게, 익숙한 시스템 바깥에서 자라고 있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젠테스토어 콘텐츠 보러가기

젠테스토어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의 릭오웬스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