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LAB: sacai
sacai 컬렉션을 보면 항상 궁금했다. 이런 옷을 만드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디자인한다고 말하는 디자이너 그리고 탄생한 사랑받는 디자인 sacai의 이야기.
sacai의 디자이너 아베 치토세(Abe Chitose). 1965년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나 자랐다. 어릴 시절 재봉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직접 인형 옷을 만들어 입히는 데에 흥미가 있었던 그녀는 TV 광고에 나온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를 보고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스타일링을 고집했다고 한다. 그녀의 튀는 스타일 때문에 어머니는 함께 다니기를 꺼려 할 정도였다고 한다.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고 어린 나이에 World co.라는 대기업에 취직했으나 획일화된 디자인에 지루함을 느낀 아베 치토세는 항상 자신의 취향을 가득 담은 아방가르드 한 디자인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녀의 회사 근처에는 COMME des GARCONS이 위치하고 있었다. 흰 셔츠에 검정 바지 단발머리를 한 COMME des GARCONS 직원들을 보며 그녀는 항상 그곳에서 일하기를 원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녀의 염원이 이루어져 레이 가와쿠보(Rei Kawakubo)에게 잠재력을 인정받아 1989년 COMME des GARCONS에 입사해 패턴사로 일하며 준야 와타나베(Junya Watanabe)와 함께 Junya Watanabe Comme des Garçons을 이끈다. 그녀는 레이 가와쿠보와 준야 와타나베를 자신의 인생의 큰 스승으로 꼽는다.
이후로 8년간 COMME des GARCONS에서 일하다가 결혼과 출산을 계기로 퇴사하게 된다. 육아에 전념하던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창의성과 디자인에 대한 열망을 표출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딸이 입을 수 있는 니트웨어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처음 니트 5벌로 시작한 게 sacai이다. sacai는 그녀의 결혼 전 성인 sakai에서 k를 c로 바꾼 이름이다. 일과 삶의 정체성을 분리하기 위함이였다고 이야기한다.
sacai는 별도의 마케팅 없이 스타일리스트, 디자이너, 에디터들 패션 종사자들에게 입소문을 타며 주목받았다. 그녀는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스스로가 입고 싶은 옷인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며 디자인 해나간다고 한다. 그녀가 옷을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흥미롭다. 남들과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실루엣을 선보인다.
2021 FW
2010년 파리 컬렉션을 처음 시작으로 파리에서 계속해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컬렉션을 시작할 때 패브릭의 선택과 개발을 중시한다는 아베 치토세. 그래서인지 sacai는 다양한 소재의 믹스 매치가 두드러지는 게 특징적이다. 시어링 소재와 실크 스커트처럼 대조적인 소재를 조화롭게 풀어내는 디자인이 돋보인다.
2023 SS
레이 가와쿠보의 해체주의 정신을 이어받은 디자이너답게 sacai 역시 정형화된 기존 의복의 관습을 파괴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한다. 평범한 셔츠도 소매에 볼륨을 주거나 절개로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포켓이나 지퍼 같은 디테일의 과감한 크기 변형도 눈에 띈다. 비대칭을 활용한 실루엣도 두드러진다. 아방가르드 한 디자인이지만 대중적으로도 사랑받는 디자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니트 5벌로 시작한 브랜드답게 니트는 sacai를 대표하는 소재라고 할 수 있다. sacai 니트는 최고급 소재를 이용해 만들어지며 봉제와 품질관리도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디자인 역시 평범한 니트웨어와는 다르다. 코튼과 나일론 소재와의 결합, 패치워크나 지퍼로 디테일을 살려서 여느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니트웨어를 선보인다.
sacai는 많은 브랜드와 협업했지만 가장 주목할 만한 건 Nike와의 협업이다. 국내에서도 Nike와의 협업을 계기로 인지도를 크게 얻었다.
2015년 처음 발표된 NikeLab 과의 협업에서 여성 스포츠 웨어와 스니커즈를 처음 선보였다. Nike의 기능성 의류에 sacai의 혁신적인 디자인이 더해진 스포츠 웨어는 큰 인기를 끌었다. 발매되는 스니커즈들 역시 매번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Sacai x Nike LDWaffle 시리즈는 FRAGMENT, UNDERCOVER, CLOT과 함께 협업해 7가지의 스니커즈를 선보였다. 브랜드 별 개성이 두드러지는 컬러블록과 프리미엄 스웨이드와 메쉬소재의 활용, 미드솔에 브랜드 레터링이 특징적이다.
블레이저 시리즈에서는 기존 Nike의 블레이저를 sacai의 감성으로 재탄생 시켰다. 컬러가 다른 두 겹의 설포가 더해져 포인트를 주고 갑피 부분 소재의 오버레이가 눈에 띈다.
베이퍼 와플 시리즈는 Nike 베이퍼 플라이와 페가수스의 결합으로 2020년 발표한 이후 큰 인기를 끌었다. 클래식한 Nike 제품에 sacai만의 독특한 디자인이 더해진 모든 제품에는 더블 스우시 로고와 컬러 믹스, 로고의 결합이 특징적이다.
2020년 가을에는 Ten C와 협업 컬렉션이 이루어졌다. 고 퀄리티의 OJJ 원단을 바탕으로 제작되는 Ten C와 sacai 특유의 레이어링이 결합된 패딩, ma-1, 자켓으로 구성된 아우터를 선보였다.
2021년 공개된 A.P.C의 INTERACTION 컬렉션의 9번째 주인공은 sacai였다. A.P.C의 시그니처인 데님을 활용한 자켓과 스웻셔츠, 토트백이 발매되었다. SA.P.C.Ai 라는 로고의 결합이 눈에 띄는 가운데 지퍼 포인트와 절개 실루엣과 같은 sacai만의 특징적인 디테일이 더해지면서 기존의 클래식한 아이템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sacai의 매력이 더욱 두드러지는 협업이였다.
2021 Fall Couture
브랜드와의 협업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로서의 협업도 있었다.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는 2020년 은퇴를 선언하고 매 시즌 쿠튀르 컬렉션을 게스트 디자이너를 초대해 컬렉션을 전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의 첫번째 게스트 디자이너로 아베 치토세를 선택했다.
아베 치토세는 Jean Paul Gaultier의 전설적인 마돈나 코르셋을 베이스로 쿠튀르 컬렉션을 전개했다. 소재의 믹스매치에 탁월한 디자이너 답게 스트라이프 원단, 트렌치, 항공점퍼, 데님까지 다양한 소재를 아우르며 특유의 해체주의적 테일러링으로 조화를 이루는 의상을 선보였다.
누구나 알 수 있을만한 평범한 것을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게 하자는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전개해나가는 sacai가 걸어나가는 독자적인 행보를 지켜 봐 주길 바란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