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ies: Fashion and Tattoo
“둘이 어떻게 만났어?”
시작한 연인에게 가장 많이 질문 중 하나다. 누구에게나 흥미롭게 느껴지는 커플의 첫 만남처럼, 패션과 타투 그 이색적이고도 황홀한 만남이 당신에게도 반갑게 느껴지길 바라며.
최근 Y/Project와의 협업을 통해 다시 부흥기를 맞이한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 그는 제자이자 인턴이었던 Maison Martin Margiela의 1989 데뷔 쇼 트롱프뢰유 티셔츠를 기념해 'Les Tatouages(1994)’ 컬렉션을 세상에 내놓았다.
"나는 옷, 사람, 사회 계층, 장르를 혼합하고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자신의 컬렉션에 타투와 패션을 뒤섞고 흔들며 가감 없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개척한 장 폴 고티에. 그가 그리는 그로테스크한 미감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아래 이미지를 통해 감상해 보자.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타투 아티스트 JK5(Joseph Ari Aloi)와 레이 가와쿠보가 손을 맞잡아 선보인 Comme Des Garçons Homme Plus 컬렉션. 페인팅, 소묘, 스케치, 그래픽 등 다분야 예술가인 JK5는 단어 스크립트를 타투와 접목해 의상에 더했다. 죽음과 의식을 주제로 했던 컬렉션인 만큼 무게감을 잘 나타낼 수 있는 “Born to Die”, 목탄 드로잉, 일그러진 얼굴, 식별할 수 없는 공포를 묘사했다. 레이 가와쿠보가 보인 패션과 타투의 만남은 모두가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어둠, 애도에 대한 무게감의 필요성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2017
1984년 도쿄의 문화복장학원(Bunka Fashion College)을 졸업 후 Comme des Garçons에 합류해 패턴사로 일하며 화려한 이력을 쌓은 디자이너 준야 와타나베(JUNYA WATANABE).
남들이 자주 걷는 지름길이 아닌 자신만의 아방가르드 스타일로 이름을 널리 알린 JUNYA WATANABE의 2017 SS 맨즈 컬렉션을 짚고 넘어가 보자. 독창적인 원단 및 드레이핑 기술로 매 시즌 특이한 비주얼을 선보인 그가 선택한 건 바로 타투. 모델들은 추상미술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가짜 타투 메이크업을 받았다. 마치 팔 전체가 타투로 뒤덮여진 듯 착각을 일으키는 패널 셔츠와 재킷, 타투 도안을 일부 가져와 펼친 듯한 하프 슬리브 셔츠로 아이디어를 펼쳤다.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와 그의 동생 구람 바잘리아(Guram Gvasalia)가 설립한 디자인 콜렉티브 VETEMENTS. 2019년 뎀나 바잘리아가 자리를 떠나고 구람 바잘리아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전개하고 있다. 뎀나와 구람이 함께했던 VETEMENTS 컬렉션에서도 타투와의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다.
VETEMENTS의 10번째 컬렉션인 2019 SS 컬렉션을 두고 뎀나는 말했다. “나는 이 컬렉션을 우리가 살았던 곳에서 일어난 조지아 전쟁에 바쳤다.” 컬렉션이 시작되고 첫 캣워크를 장식한 건 다름 아닌 타투 스킨탑. 이 제품은 도입부로 언급했던 Maison Martin Margiela의 트롱프뢰유 타투 티셔츠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을 눈치 빠른 당신이라면 이미 인지했을 수도.
전쟁의 불안과 두려움, 고통을 표현하고자 했던 뎀나 형제는 타투 스킨탑에 갱스터들의 상징, 러시안 크리미널 타투를 프린팅했다. 이를 본 일부 러시아인들은 VETEMENTS의 컬렉션이 사기, 살인, 폭력과 관련된 범죄 미학을 악용하고 있다며 거부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는 2020년 여러 젠더에 끌림을 느끼는 폴리섹슈얼(Polysexual)라인인 Heaven by Marc Jacobs을 공개했다. Heaven은 사진작가이자 영화 제작자인 마농 마카셋(Manon Macasaet)이 기획한 타투북을 출간했다.
Heaven Tattoo Zine에는 다양한 크리에이티브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으며, 브랜드의 Y2K 미학을 담아냈다. 서브컬쳐와 젠더리스의 장난기 섞인 디자인이 주를 이루는 Heaven by Marc Jacobs. 그들의 미학과 타투는 궁합 좋은 와인과 음식처럼 완벽한 페어링을 자랑한다.
사람이 문신을 새기는 이유는 너무나도 광범위하다. 아이의 탄생과 같이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기념하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 혹은 존재의 상실을 기억하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몸에 간직하고 싶어서. 이렇듯 타투를 하는 이유에 대해 심리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는 건 결코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타투는 오늘날 사회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자유로움을 갈망한다는 사실을 대변해 주기도 한다.
우리는 ‘나’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지 않는다. 어쩌면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확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타투를 행하고 있는건 아닐까. 타투로 인해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을 되찾은 사람들에 대해 조명해 보자.
좀비 보이로 알려진 캐나다 출신의 예술가 릭 제네스트(Rick Genest). 그는 15살에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그 때문에 친구들과 뛰어노는 게 가장 큰 행복으로 다가올 유년기 시절, 앞으로 펼쳐질 인생의 기대감보다는 삶과 죽음에 관한 생각을 깊게 하게 된다.
뇌종양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릭 제네스트는 절대적 자유의 무정부주의 라이프를 살겠노라 다짐한다. 그가 처음으로 문신을 새긴 나이는, 불과 16세였다. 펑크와 공포영화를 유난히도 좋아했던 릭 제네스트는 취향을 반영한 타투를 계속해서 이어 나갔고 결국 검은 잉크가 몸의 90%를 차지하게 된다.
티에리 뮈글러(Thierry Mugler)의 예술 감독이자 당시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스타일리스트였던 니콜라 포미체티(Nicola Formichetti)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릭 제네스트를 발견하게 되고, MUGLER의 2011 FW 컬렉션 모델로 그를 발탁한다.
니콜라 포미체티는 레이디 가가에게 릭 제네스트의 사진을 보여주었고, 그의 매력에 매료된 가가는 뮤직비디오 출연자로 릭을 캐스팅하게 된다. 릭 제네스트의 해골 타투와 동일하게 가가의 얼굴에도 해골 모양의 타투를 그려냈다. 그렇게 공개된 "Born This Way” 뮤직비디오는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스타덤에 오른 릭은 L’Oreal 브랜드의 첫 남성 모델, 키아누 리브스 주연 판타지 액션 영화 47 Ronin 배우로 데뷔하는 등 종횡무진으로 활약했다.
온몸을 뒤덮은 그의 타투는 가장 많은 뼈 문신과 곤충 문신을 한 사람으로 기네스 세계 기록을 남기고 2018년 8월 세상을 떠났다. 릭 제네스트의 어머니는 세상을 등진 그에게 “사람들은 각자의 길을 가고, 릭은 선택에 따라 자신의 방식대로 살았다.”라고 말하며 상실의 슬픔을 표했다.
"Born This Way” 뮤직비디오 속 릭 제네스트와 레이디 가가
타투 르네상스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에드 하디(Don ED Hardy). 석판화 및 음각 기술을 마스터한 하디는 1973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타투 마스서인 호리히데와 함께 공부하며 일본 타투의 미학과 기술을 그의 미국식 문신, 판화, 그림에 통합한다.
에드 하디는 앞서 소개한 문신 선구자 세일러 제리와도 두터운 친분을 자랑한다.
43년 동안 타투 작업을 계속했던 에드 하디는 항상 그림을 그리며 석판화 같은 판화 작업을 이어 나갔다. 하디는 자신의 작품을 바탕으로 의류 라인을 제작했고 그의 브랜드 Ed Hardy는,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 마돈나(Madonna), 실베스터 스탤론(Sylvester Stallone),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제시카 알바(Jessica Alba) 등 많은 유명 인사들에게 사랑받았다. 에드 하디의 회고록 Wear Your Dreams: My Life in Tattoos에 따르면 2009년에만 약 7억 달러 이상의 제품을 판매했다고 하니, 그의 브랜드가 얼마나 많은 인기를 얻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소용돌이 같은 디자이너 릭 오웬스(Rick Owens). 60세를 넘어간 그는 여전히 건실하다. 속도를 늦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컬렉션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 한 시간 정도 탄탄한 근육 유지를 위해 근력 운동을 한다는 릭 오웬스. 그의 왼쪽 팔에 자리한 타투가 자연스럽게 눈길을 끈다.
인터뷰에 따르면 그의 타투는 20년 전 새겨진 것으로 당시의 반항, 침략, 포기를 의미한다고. 인생에서 반항의 기간은 지나갔지만, 지금은 애정 어린 추억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굴곡진 라인을 따라 짙에 남겨진 타투도 어느새 릭 오웬스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어릴 적 동네 슈퍼에서 구매했던 300원짜리 풍선껌. 사실 나의 목적은 풍선껌이 아닌 판박이 스티커가 목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판박이 스티커를 친구 하나 나 하나 나눠 손등에 붙여 시종일관 들여다보던 그 시절. 피부에 절대로 붙이지 말라는 경고 문구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청개구리 시절 판박이 스티커는 어린 시절의 타투였다.
오늘날은 저마다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몸에 타투를 새긴다. 피부에 수놓아지는 검은 잉크는 우리를 더욱 자신 있게 행동하게 만들고 개성을 찾게 해주는 마법이다. 그 마법의 힘은 패션 산업에도 영향력을 발휘했다. 타투는 패션 디자이너와 모델에게도 고유의 개성을 끄집어내고야 말았으니 말이다.
한 번 붙인 판박이는 다시 뗄 수 없는 것처럼 패션과 타투 두 문화의 뗄 수 없는 마찰이 예술에 어떤 활기를 불어넣으며 새로운 역사를 깨나갈지 궁금해진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