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ies: Fashion and Tattoo
“둘이 어떻게 만났어?”
시작한 연인에게 가장 많이 질문 중 하나다. 누구에게나 흥미롭게 느껴지는 커플의 첫 만남처럼, 패션과 타투 그 이색적이고도 황홀한 만남이 당신에게도 반갑게 느껴지길 바라며.
패션과 타투, 두 예술의 간극을 좁힌 이는 다름 아닌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패션의 관습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온 브랜드 Maison Margiela의 화려한 데뷔 쇼를 들여다보면 두 예술의 로맨틱한 첫 만남을 발견할 수 있다.
마틴 마르지엘라가 펼친 새로운 역사의 서막, Maison Martin Margiela의 첫 번째 컬렉션 1989 SS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그중 시선을 붙드는 흑백 사진 한 장. 짙은 눈 화장을 한 여성이 양손을 허리에 고정하고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이 착장은 마치 모델이 옷을 입지 않고 몸에 부족 문양이 그려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마틴 마르지엘라가 의도적으로 연출한 착장이자 1989 SS 데뷔 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 중 하나다.
착시를 뜻하는 트롱프뢰유(trompe l'oeil) 타투 티셔츠는 프랑스령 누쿠히바에서 트라이벌 타투를 한 남성에 대한 19세기 삽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여기서 트라이벌(Tribal) 타투는 주로 검은 선, 점, 추상적인 모양으로 구성된 부족 문신을 의미한다.
당시 타투는 갱스터, 해적 등 반항적이고 범죄적인 이미지가 강했기에 일반 대중들에게 쉽게 용납되지 않았다고. 그런 타투를 서슴없이 패션과 접목시킨 마틴 마르지엘라. 디자이너들이 황무지로만 여겨 온 타투를 Maison Martin Margiela 데뷔 쇼에 위풍당당하게 선보인 그의 행보를 경외하지 않을 수 없다.
트롱프뢰유 타투 티셔츠는 Maison Margiela 회고전 컬렉션에서 회자되고 있으며, 23년 후 Maison Margiela x H&M 컬렉션 리에디션으로 출시되었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문신 예술가이자 세일러 제리(Sailor Jerry)로 알려진 노먼 콜린스(Norman Collins). 올드 스쿨(Old School Tattoo) 혹은 아메리칸 트래디셔널로 불리는 타투는 단어 그대로 미국에서 유래한 타투 스타일이다. 이런 미국 전통 타투 스타일을 정의한 이가 바로 세일러 제리다. 그가 끼친 영향력은 타투 문화에서 그치지 않았다. 패션 산업의 식견을 넓힌 세일러 제리를 살펴보자.
아시아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그는 일본의 전통 타투 대가들의 작품을 존경했으며, 일본과 미국의 타투 스타일을 융합하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개척했다. 그뿐만 아니라 피부 손상을 덜 일으킬 수 있도록 타투 기계의 바늘을 일회용으로 도입했다. 세일러 제리는 위생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 타투 시술에 살균기를 처음으로 사용하고, 피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색소를 발명하는 등 타투 문화에 미친 영향을 모두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 순간 타투에 진심인 모습을 보인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전설적인 잉크맨 세일러 제리에게 영감을 받은 마틴 마르지엘라는 그의 레트로 타투 디자인을 Maison Margiela 2014 SS 쿠튀르 컬렉션에 부활시켰다.
문신의 가장 오래된 물리적 증거는 얼음 속에 얼어붙은 채 발견된 5,300년 된 미라 ‘냉동인간 외치(Ötzi the Iceman)’다. 외치는 기원전 4,000년경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며, 역사적 기록에 따라 타투는 수천 년에 걸쳐 오랫동안 행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무언가를 표시하다’를 의미하는 타히티어 Tatau에서 유래된 타투의 목적은 문화마다 제각각이다. 이집트와 인도 등 고대 문화에서는 타투를 종교 숭배 혹은 귀족이나 다산의 표시로 사용했다. 더불어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거나 형벌의 대상, 사랑의 선언, 업적의 표시, 예술적 표현, 구성원의 표시 등 다양한 이유로 문신을 새겼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문신 기술의 발전, 문신을 한 유명인들의 등장,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방법의 하나로 인식하기 시작하며 타투를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바뀌기 시작한다.
“Tattoos, for me, are like a timeline of my life.” 나에게 문신은 내 인생의 타임라인과 같다. - 타이가(Tyga)
2편에서 계속.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