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상의는 근사하게, 하의는 없어요

Trend: No Pants



Trend: No Pants

상의는 근사하게, 하의는 없어요





노 팬츠 트렌드가 돌아왔다. Y2K의 힘은 그야말로 강력했다. 10년 전 ‘하의 실종 패션’으로 불리던 노 팬츠 트렌드를 다시 우리 앞에 소환했으니. 마침 날씨가 따뜻해지는 이맘때 과감한 노 팬츠 스타일링으로 개성을 뽐내보자.





엉덩이는 나의 무기


노 팬츠 트렌드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우선 스코틀랜드의 독립전쟁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스코틀랜드 독립전쟁은 1296년 영국의 스코틀랜드 침공으로 시작되었다.


3만명이 넘는 대규모 연합군을 거느린 영국군에 비해 만명 남짓한 병사를 거느렸던 스코틀랜드 군은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스코틀랜드 독립 전쟁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인 윌리엄 월리스가 이렇게 말한다. “너희들이 우리의 목숨을 빼앗아 갈 순 있다. 하지만 절대로 우리의 자유는 빼앗지 못할 것이다. 스코틀랜드 만세!” 그러고선 넓은 평원에서 스코틀랜드 전통 복식인 킬트를 입고 일제히 엉덩이를 내보이며 영국군을 도발했다.


결과는? 스코틀랜드 군의 승리. 엉덩이에 대체 무슨 힘이 있길래 스코틀랜드 군은 세 배가 넘는 영국군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던 걸까.




스코틀랜드 독립전쟁에서의 엉덩이는 자유의 상징이다. ‘누구도 내 몸에 대한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 그 굳건한 의지가 전투의 승패로 연결된 것이다. 즉, 엉덩이를 내보인다는 것은 부드럽고 말랑하지만(?) 동시에 강인한 저항인 것. 현재까지도 스코틀랜드인들은 킬트를 입을 때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는다고 한다.





누구나 그런 마음은 있는 것 아닌가?


가끔, 아주 가끔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엉뚱한 행동으로 지겨운 굴레를 모두 끊어버리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상상으로만 했던 이 생각을 2002년 뉴욕의 한 단체는 현실로 만들어버렸다. 바로 바지 입지 않고 지하철 타기. 룰은 간단하다. 첫째, 노 팬츠. 둘째, 노 팬츠가 당연하다는 듯이 무덤덤한 표정 짓기.


2.jpg ©Gettyimages


처음엔 단지 웃음을 줄 목적으로 7명이 장난삼아 시작했던 이 이벤트는 현재까지도 뉴욕, 프라하, 런던, 베를린 등 전 세계 도시가 참여하는 글로벌 빅 이벤트가 됐다. 이 캠페인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공감에 있다. 국적,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누구나 무해한 일탈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한 구석에 있었기 때문.





가장 솔직한 표현방식


노 팬츠 트렌드도 그런 마음으로부터 시작됐다. Y2K는 컴퓨터가 2000년 이후의 연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생겨났다. 내일 세상이 망할 수 있으니 오늘의 나는 나대로 입겠다는 것이었다. 2020년대의 Y2K도 다르지 않다. 각종 전염병과 기후 위기가 도래한 시대에서 해야 할 것은 가장 나다울 것. 노 팬츠 트렌드는 가장 솔직한 표현방식이다.


©VOGUE RUNWAY




MIU MIU 2023 FW


©VOGUE RUNWAY


본격 너드미 대폭발. 뿔테안경에 부시시한 머리까지. 가방을 열면 전공 책이 들어있을 것 같다. 그런데 자꾸만 눈길을 끈다. 볼수록 빠져든다. 특히 돋보였던 점은 마이크로 미니 원피스와 언더웨어 팬티 등 ‘하의 실종’ 스타일. MIU MIU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는 쇼가 끝난 뒤 백스테이지에서 “내가 조금만 더 어렸다면 팬티만 입고 외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쇼는 MIU MIU만의 무심한 듯 페미닌한 매력을 제대로 선보였다. 그 매력엔 노팬츠룩이 한몫.


MIU MIU 쇼핑하기





Dolce&Gabbana 2023 FW


©VOGUE RUNWAY



포멀해서 더 매력적인 Dolce&Gabbana의 노팬츠룩. 올 블랙 수트로 포멀함과 시크함을 동시에 표현했다. 거기에 노 팬츠로 트렌디함까지 더했다. “과장된 소셜 미디어의 세계에서 벗어나 우리의 진짜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Dolce&Gabbana의 설명이다. 과한 장식은 빼고 소재감과 테일러링에 집중해 그 누구보다 본연에 충실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GIVENCHY 2023 FW


©VOGUE RUNWAY


눈 마주치면 혼날 것처럼 강렬한 스모키 메이크업으로 퇴폐적인 분위기를 나타낸 GIVENCHY도 마찬가지였다. 노 팬츠 스타일은 파워숄더 코트와도, 레더 자켓과도 조화롭게 어울렸다.

GIVENCHY 쇼핑하기




바지 벗고 센스 입기


컬렉션의 노팬츠룩만 보고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말 것!

일상생활에서도 가뿐히 적용 가능한 스타일링을 모아봤다.



Leggings


©SHUTTERSTOCK, ©VOGUE RUNWAY
©Seventeen Magazine, ©Gettyimages

과한 노출이 부담스럽다면 레깅스를 신어보자. 일상생활 어디에서도 내추럴한 느낌으로 편안하게 스타일링 할 수 있다. 거기에 왠지 운동을 잘할 것만 같은 건강미까지 한 스푼 추가.





Boxer Brief


©Gettyimages, ©CAMILLECHARRIERE


복서브리프를 입으면 링 위에 올라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 복서브리프는 더 이상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스포티한 연출도, 쿨 한 연출도 모두 가능한 여성들의 만능템이 됐다. 대충 입어도 찰떡 같이 어울리는 복서브리프.





One Piece


©VOGUE RUNWAY
©Gettyimages, ©SPLASHNEWS, ©Ulices Ramales


과거에 흔히 보이던 노 팬츠 스타일이 지난 몇 년 간 보이지 않다가 마침내 다시 돌아왔다. 캐주얼한 스웻 셔츠나 우아한 오버사이즈 셔츠로 스타일링하는 노팬츠룩. 특별히 아이템을 구매할 필요도 없다. 지금 옷장에서 아무렇게나 손에 잡히는 오버사이즈 상의를 꺼내 입어도 가능하니까.


이토록 다양한 트렌드가 범람하는 시대에 타인의 시선 따위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나 자신에게 솔직하면 그만. 이젠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으면 된다. 편하게, 쿨하게.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jentestore 바로가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