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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던진 허물에 관능을 입히다
디온 리 1편

Brand LAB: Dion Lee


Brand LAB: Dion Lee

벗어던진 허물에 관능을 입히다


디온 리(Dion Lee) 1편





언제부터인가 코르셋이 다시금 패션템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옷의 일부를 잘라낸 ‘컷아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관능미는 더 이상 특별한 하루를 장식하는 요소가 아닌, 일상과 함께하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나는 섹시함이 두렵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Dion Lee있다.



©ETC
©Dion Lee

2023 SS

©Dion Lee



전통적인 테일러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형해 독창적인 유틸리티 웨어를 선보이고 있는 Dion Lee는 동명의 디자이너, 디온 리(Dion Lee, 1985~)가 이끌고 있다. 그의 제품은 기술적이고 구조적인 동시에 섹시하다. 그리고 웨어러블함을 놓치지 않는다.



©ruush.com

디온 리





디온 리는 1985년생의 젊은 디자이너로, 호주에서 나고 자랐다. 그는 겨우 23살에 자신의 브랜드를 시작했다. 자신의 졸업작품 쇼를 Australian Fashion Week에서 선보였으며, 일 년 뒤인 2010년, 시드니의 랜드마크인 오페라 하우스에서 런웨이를 선보이는 영광을 누렸다. 이제는 뉴욕에 뿌리를 내려 활동하고 있지만, 그의 성장 배경 호주는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Vogue

Dion Lee의 2009 SS



©faddy.typepad.com

2010 SS




16살 때 선물 받았던 재봉틀로 브랜드를 일구기까지


디온 리는 어렸을 때부터 옷 입는 것에 대해 굉장히 까탈스러웠다고 한다. 본인만의 고집이 있었던 것이다. 청소년기에 들어서서는 친구들을 위해 옷을 만들어 주기도 했으며, 16살 생일 때는 재봉틀을 사달라고 졸라댔다고 한다. 재봉틀이 새것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다뤘다.


그가 패션에 대해 언제부터 애정이 있었는지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그의 어머니가 색실을 엮어낸 직물로 벽걸이나 다양한 장식 용도를 지니는 태피스트리(Tapestry) 작업을 즐겼으며, 코 바느질에 능했기에 자연스럽게 접했다고 말한다. 또한 디온의 아버지는 건설회사를 운영했다고 한다. 그리고 손으로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좋아하셨다고. 디온 리는 어머니의 창의성과 예술성, 그리고 아버지의 기술적이고 건축적인 측면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디온 리의 조언: 패션 밖의 세계로 눈을 돌려라


호주를 대표하는 천재 디자이너는 어떤 곳들에서부터 영감을 받았을까? 그가 내놓는 디자인을 유심히 살펴보면 몇 가지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일단 그는 미술과 건축, 그리고 음악으로부터 주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새로운 자극 혹은 신선한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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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space.com, ©nytimes.com

(왼) Heinz Mack at New York's Howard Wise Gallery

(오) “Light Ballet”, Otto Piene



미술에서는 특히 제로 그룹(Zero Movement)과 키네틱 아트를 언급했으며, 안도 타다오(Tadao Ando)의 건축물에 끊임없는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제로 그룹은 1957년 독일에서 조직된 예술가 그룹이다. 이들은 예술가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표현에 집중하기 보다, 작품으로 사용하는 물질 그 자체에 대한 연구를 지속했다. 그리하여 이들의 그룹명에는 ‘영점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빛과 광선에 대해 탐구했으며 이러한 빛을 활용한 키네틱 아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edition.cnn.com

Church of Light



그렇다면 안도 타다오의 건축 양식과 디온 리는 어떤 점이 닮았을까? 디온 리의 말을 직접 빌리자면, 그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과 자연환경의 조화를 주목한다고 이야기했다.


건축이 너무 말을 많이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용히 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바람과 빛으로 가장한 자연이 이야기하게 해야 합니다. -안도 타다오


인간과 자연의 조우는 Dion Lee의 컬렉션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dreamidemachine.com


이렇듯 Dion Lee는 매 시즌 거듭하며 자연에 대한 동경을 컬렉션에 담아내고 있다. 단,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의 자연보단, 구조적이고, 강인하고, 섹시하게!





승마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 인간에게 하네스를 채우다


어린 시절 승마를 즐겼다고 하는 디온 리. 물론 말을 아주 잘 타지는 못했지만, 동물과 나눴던 깊은 유대감을 오늘날까지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2021 FW 컬렉션 ‘HORSEPOWER’를 구축했다. 마력, 즉 말의 힘 혹은 엔진의 힘을 나타내는 단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듯 해당 컬렉션에는 말에 대해 심층적으로 탐구했다. 심지어는 말의 건강하고 탄탄한 몸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었다.


©Dion Lee

캠페인 이미지


©Dion Lee

Dion Lee의 레퍼런스 이미지



그리하여 탄생하게 된 컬렉션에는 말의 진행 방향 조절을 돕는 굴레와 기수가 말 위에 편히 앉을 수 있도록 하는 안장, 그리고 승마에 필요한 장갑과 부츠 그리고 채찍까지 승마에 관한 모든 요소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말 자체가 연상되기도 하고, 당당한 기수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는 2021 FW 컬렉션. 묶고, 조이고, 잘라내는 Dion Lee의 DNA를 어김없이 찾아볼 수 있다.



©Vogue

2021 FW


이러한 형태적 유사성뿐만 아니라 가죽(Leather)의 의미에 대한 디온 리의 해석도 흥미롭다. Russh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몸는 수 세기 동안 많은 이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레더 역시 피부죠. 동물의 피부입니다. 저는 동물과 인간의 피부 사이의 관계에 늘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몸을 보호해 주는 피부와 피부를 보호해 주기 위해 옷감으로 활용되는 동물의 가죽이 지니는 미묘한 관계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고민을 펼쳐 보인 것이다. 물론 긍정 혹은 부정의 뉘앙스가 따로 내포되어 있지 않다. 단지 다른 두 피부의 접촉에 대해 다룰 뿐이다. 이러한 연구의 연장선에는 2023 FW의 컬렉션이 있다.




2편에서 계속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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