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LAB: Dion Lee
디온 리(Dion Lee) 2편
언제부터인가 코르셋이 다시금 패션템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옷의 일부를 잘라낸 ‘컷아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관능미는 더 이상 특별한 하루를 장식하는 요소가 아닌, 일상과 함께하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나는 섹시함이 두렵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Dion Lee가 있다.
2023 FW
가장 최근에 선보인 2023 FW 컬렉션 명은 ‘Second Skin’. 비늘로 이루어진 뱀의 껍질과 뱀이 생명을 연장하기위해 필사적으로 허물을 벗는 행위, 즉 탈피에 대한 내용을 옷에 녹였다. 반투명한 허물, 규칙적인 뱀피의 문양, 자칫 잘못 만졌다가 부스러질 것 같은 연약함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단단한 껍질까지. 디온 리는 뱀의 피부를 인간의 몸에 덧씌웠다. 탈피를 완성한 뱀의 두 번째 피부이기도 한 허물이 인간의 옷으로 재탄생하면서 두 번째 피부라는 의미를 또 한 번 상기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동물이 아닌 식물에서 Dion Lee는 어떤 것들을 조명하고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바로 직전에 펼쳤던 쇼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1 SS
2023 SS는 ‘BIOMIMICRY’라는 이름으로 전개한 컬렉션이다. Biomimicry란 생물체의 특성 및 원리를 산업 전반에 적용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자연 모방’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인간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자연을 끊임없이 모방해 왔기 때문이다. 디온 리가 2010년 쇼를 올렸던 장소인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역시 조개껍데기를 닮은 외관으로 유명하지 않던가.
Dion Lee는 몬스테라 잎을 가죽으로 재탄생시켰으며, 광활한 바다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는 서퍼들을 연상시키는 네오프렌 서핑 슈트를 런웨이 위로 올려놨다. 이는 어쩌면 그가 오랜 세월 고향인 호주를 떠나 뉴욕에서 생활하면서 그리웠을 시드니의 자연환경에게 바치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Dion Lee
카모플라주 카고 팬츠를 통해 디온 리의 자연을 향한 집착을 엿볼 수 있다. 한껏 올라가 있는 입꼬리를 내보이며 당당한 발걸음으로 런웨이를 활보하는 디온 리. 그의 표정을 통해서 얼마나 만족스러웠던 쇼였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수 있다.
물론 특별히 소개한 세 컬렉션- 2021 FW, 2023 FW, 2023 SS 모두 자연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존재하지만, 그 외에도 Dion Lee의 미학-’Technical Yet Sensual 기술적이면서도 센슈얼함’-이 각각의 피스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두 개의 단어는 사뭇 모순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의 컬렉션에는 이러한 대비되는 요소들이 주를 이룬다.
옷의 구석구석을 시원하게 드러내는 컷아웃 디테일과 잠금장치로 활용하는 버클. 두껍고 빳빳한 가죽과 유연하고 얇은, 살이 비치는 시스루.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관능적으로 풀어낸 것 역시 그렇다. Dion Lee는 예상치 못한 것들을 결합함으로써 대중들에게 놀라움 선사한다. 그리고 의외의 조합을 통해 Dion Lee 특유의 자유로움을 보여주며 해방감을 안겨준다.
디온 리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022년 10월 Dion Lee의 피스들을 ‘Façade’라는 컬렉션 하에 NFT로 재탄생했다. 현실에서의 제약에서부터 완전히 탈피하고자 메타버스로 무대를 옮긴 것이다. Dion Lee는 아티스트 새뮤얼 워커(Samuel Walker)와 손을 잡고 Dion Lee의 2022 FW를 바탕으로 총 550개의 NFT를 공개했다.
2022 FW
이러한 시도는 브랜드가 다른 플랫폼에서는 또 어떤 발전 과정을 거칠지에 대한 하나의 실험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런웨이 위에서의 옷들을 가져와 디지털 의류로 변형시키는 과정은 지극히 현실을 기반으로 둔 프로세스였지만, 앞으로의 프로젝트에서는 디지털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물리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재료나 실루엣을 만들어 나갈 기회라는 것. 앞으로 더욱 지켜봐야겠지만, 메타버스로의 진출이 Dion Lee의 섹슈얼함이 더욱 증폭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리얼웨이일 것이다.
2012 FW에서 선보인 Dion Lee의 신발은 (구) 칸예와의 콜라보를 시작으로 수많은 스타들과 함께하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수이자 아티스트,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전 연인이었던 그라임스(Grimes)와 함께 2022 캠페인을 촬영하기도 했다. 게임 속 한 장면 같기도 하고, 3030년쯤 되어서야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은 미래를 그려놓은 듯한 이미지로 Dion Lee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미래주의적인 성향이 한층 더 극대화되었다.
Dion Lee의 협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올해에는 로살리아(Rosalia)와 손을 잡고 그의 ‘모터마미’ 월드 투어에 착용할 모든 의상을 디자인했다. 강렬한 에너지와 거침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로살리아의 무드를 담아내는데 Dion Lee가 최고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이외에도 두아 리파, 리한나, 블랙핑크, 그리고 제니와 함께 The Idol에 출연하고 있는 릴리 로즈 뎁까지 Dion Lee를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너무 과한 거 아니야?’라는 망설임에 Dion Lee를 쉽게 도전하지 못했다면, 이들의 착장을 참고해 Dion Lee에 대한 편견을 지워보자.
남반구에서 시작해 북반구까지, 지구를 아주 꽉 잡고 있는 Dion Lee. 아직도 동의를 못 하겠다면 핸드폰을 들고 당장 인스타그램에 접속하라! 구멍이 숭덩숭덩 뚫린 컷아웃과 가터벨트, 코르셋을 스타일리시하게 착용한 사람들의 사진이 쏟아져 내릴 것이다.
이제는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시도해 볼 차례. 어려울 것 없다. Dion Lee의 코르셋 탑에 루즈한 데님을 매치하면 끝. 노출의 계절, 여름이 다가오고 있으니 더더욱 망설일 필요가 없다. 디온 리가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섹시함이 두렵지 않다고. 그러니 우리도 그의 노래에 합창하자.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