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Balletcore
최근 전 세계를 점령한 댄스 열풍과 함께 하나의 트렌드로서 급부상 중인 발레코어(Balletcore)룩. 우아함과 편안함,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길 원한다면 반드시 필독할 것!
말끔하게 틀어 올린 머리, 가녀린 실루엣, 온몸의 무게를 전부 지탱하는 위태로운 발끝. 이 모든 건 오직 아름다운 몸짓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발레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유의 이미지다. 다소곳하면서도 절제되어 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끓어오르는 에너지가 엿보이는 춤. 발레의 치명적인 매력은 바로 온화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품고 있는 데에 있다.
15세기 이탈리아의 귀족사회에서 시작된 유서 깊은 이 춤은, 오늘날 모든 이가 즐길 수 있는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때문에 자연스레 발레와 관련된 아이템에 대한 관심 역시 함께 높아지는 추세다.
또한 댄스 서바이벌의 치솟는 인기와 소셜 미디어에서 자주 보이는 유명 댄서들의 룩들이 대중의 주목을 끌며 그들의 연습 룩이나 일상 룩에 흥미를 보이는 이들도 점점 늘어났다.
사실 발레코어 룩은 춤의 긴 역사만큼이나 꾸준히 우리 곁을 맴돌고 있었다. 1900년대 초엔 기성품이라고 불릴만한 정식 발레복이 없었기에, 당시 댄서들은 스스로 개조된 스트리트 웨어를 입어야만 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턴 댄스 웨어 자체에 대한 관심과 접근성이 높아졌고, 이에 힘입어 신축성이 좋은 원단으로 제작된 레오타드와 타이즈 등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특정 아이템들이 대두되기 이전엔, 고전 발레의 무대 의상인 튀튀(Tutu) 스커트에서 영감을 받은 이브닝드레스가 종종 출시되기도 했다. 실크와 시어 소재를 주로 채택하여, 여성의 실루엣과 맞물리는 곡선을 강조한 것이 인기 비결이었다.
1940년대부터는 토슈즈에서 착안한 발레 플랫이라는 혁명적 디자인이 등장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편안한 착화감 덕분에 연령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신기 시작했다. 또한 하이패션 브랜드 Vivienne Westwood는 2013년 비엔나 주립 발레단의 의상을 직접 제작까지 하면서 발레의 세계에 진심으로 참여하는 모습도 보였다.
2023년 발레코어 룩의 핵심은 무엇보다 편안함이다. 발레 플랫과 슬림한 핏의 보디 슈트, 활동성이 좋은 조거 팬츠와 롱 플레어스커트, 멋과 보온성을 겸비한 레그 워머까지.
기존에 유행하던 발레 스타일과는 달리 현대적인 감성을 기반으로 기능성까지 챙긴, 애슬레저 룩에 가까운 형태로 진화했다.
발레코어의 시작을 알린 건 바로 MIU MIU의 2022년 FW 컬렉션. 다양한 길이의 테니스 스커트와 함께 매칭한 니트 레그 워머와 실크 플랫 슈즈는 출시와 동시에 완판 행진을 기록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동안 지속되었던 어글리 슈즈의 열풍 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 꽃처럼. 페미닌한 감성에 갈증을 느끼던 많은 여성들은 단비와 같은 MIU MIU의 발레 룩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MM6 Maison Margiela의 2023년 SS 런웨이에선 발레의 필수 아이템인 레오타드를 연상시키는 보디 슈트의 향연이 이어졌다. 데미지드 데님과 와이드 팬츠, 맥시스커트 등과 매칭된 보디 슈트는 거의 모든 코디에 무난히 적용될 만큼의 뛰어난 활용성을 인정받았다.
발랄한 느낌도 좋지만, 좀 더 우아한 분위기를 강조하고 싶은 기분이라면? Max Mara의 2019 Pre-fall 컬렉션을 참고하면 좋을 듯. 은은한 핑크와 베이지를 베이스로 하여, 저지와 실크 소재의 스커트, 레이스업 플랫 슈즈로 완결되는 완벽한 발레리나 룩의 표본이 되어줄 것이다.
세계를 유랑하며 명공연을 펼치는 발레단의 모습을 닮은 런웨이. VALENTINO의 2016 FW엔 섬세하면서도 클래식한 매력이 엿보이는 발레코어 룩이 등장한다. 다양한 소재의 활용은 물론 반짝이는 크리스털 장식과 화려한 자수로 뒤덮인 누드톤의 의상들이 당장 무대 위에 올라도 손색없을 정도의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발레 DNA의 현대적 진화. Dior의 2019년 SS 컬렉션은 긴 역사를 거치며 보다 자유로워진 현대 무용의 스타일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 화이트와 블랙, 그레이 등 뉴트럴 한 컬러 팔레트에 풍성하고 독특한 소재가 어우러져 한층 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강렬한 무대 의상만큼이나 흥미로운 발레리나의 연습룩 스타일. 좀 더 느슨해진 텐션과 저마다의 개성이 적절히 어우러졌다는 장점 덕분에 데일리로 응용하기 제격이다. MONCLER Gamme Rouge의 2018년 SS 런웨이는 이런 연습룩에 특화된 아이템들의 집합소다.
그레이 니트 레그 워머와 핑크빛 발레 플랫을 기본으로 한 다채로운 코디의 발레코어 스타일이 등장하는데, 색감과 소재, 실용성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잘록한 허리라인을 강조하는 코르셋과 튀튀 스커트. 이 둘은 고전 발레에서의 필수품이자, 다른 룩들과는 차별화될 특별한 무드를 연출할 수 있는 독보적인 아이템이다. 우렁차게 뻗은 실루엣과 대비되는 얇고 잔잔한 레이스 소재, 나아가 길이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튀튀 스커트만이 가진 결정적 매력.
UNDERCOVER 2015 SS
Bibhu Mohapatra 2022 SS
Moschino 2018 SS
GIVENCHY 2008 SS
자! 이쯤이면 워밍업은 충분하다. 이젠 본격적인 실전으로 돌입해 볼 차례. 발레를 소재로 한 영화 속 주인공들과 여러 셀럽들의 발레코어 룩을 살펴보는 것으로 당신의 영감에 깊이를 더해보자.
대런 아로노프스키(Darren Aronofsky) 감독의 영화 블랙 스완은 아마 발레를 다룬 영화 중에서도 가장 크게 성공한 작품일 듯. 감독의 뛰어난 연출은 물론,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 주연상을 휩쓴 나탈리 포트만(Natalie Portman)의 혼을 담은 연기, 또한 그녀의 착장을 감상하는 재미까지 쏠쏠한 영화계의 종합선물세트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인기가 있는 것엔 다 이유가 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새롭게 재해석된 백조의 호수의 히로인을 맡게 된 주인공 니나.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백조와 흑조의 역할 모두를 수행해 내야 한다는 1인 2역의 압박은 완벽주의 니나의 멘탈을 점점 옥죄어 온다.
순수하고 청아한 백조와 도발적이며 관능적인 흑조 사이에서 스스로가 분열되고 있다는 사실도 망각한 채 춤에 몰입하는 니나의 모습이 무척이나 안타깝고 위태롭다.
한편 블랙 스완은 다양한 스타일의 발레코어 룩을 접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다. 꿈을 향한 열망으로 가득한 영화 초반부의 니나와, 공연이 가까워질수록 완벽함에 대한 부담으로 환청과 불안에 시달리는 니나. 그리고 그녀의 막강한 라이벌로 등장하게 되는 동료 릴리의 착장까지. 충격적인 스토리 라인을 따라 점점 극적으로 변해가는 의상들은 배우들의 연기 다음으로 가장 만족스런 관람 포인트다.
발레코어, 2편에서 계속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