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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Jul 27. 2023

레드와 핑크의 강렬한 유혹: Valentino

Brand LAB: Valentino

Brand LAB: Valentino

레드와 핑크의 강렬한 유혹



©getty images


미스터 발렌티노는 1930년도에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다. 그의 풀 네임은 ‘발렌티노 클레멘테 루도비치 가라바니 (Valentino Clemente Ludovico Garavani)’. 기다란 이름만큼이나 그가 일궈낸 브랜드 Valentino의 역사는 깊고도 짙다. 지금부터 한 꺼풀씩 천천히 벗겨 내보자.




새로운 시대의 서막


꿈 많던 소년 발렌티노는 17살의 어린 나이에 프랑스 파리로 향했다. 오직 에콜 데 보자르(École des Beaux-Arts)에서 패션을 공부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luxity.co.za


그렇게 일정 기간 패션 공부를 하고 여러 디자이너 아래에서 경험을 쌓은 끝에 로마로 돌아온 발렌티노. 자신의 첫 번째 아뜰리에를 오픈한다. 그로부터 일 년 뒤, 발렌티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운명적인 인연을 만난다.




사랑과 비즈니스라는 두 마리 토끼


©lofficielibiza.com, @realmrvalentino, 1968 ©wwd


상대는 건축학도 지안카를로 지아메티(Giancarlo Giammetti). 발렌티노와 지아메티는 서로에게 긍정적인 감정이 싹트고 있음을 깨닫고 찰떡궁합 비즈니스 파트너로 발전한다. 발렌티노는 컬렉션 피스를 제작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면, 지아메티는 그 외의 모든 비즈니스를 담당했다. 환상적인 협업의 결과물을 선보일 기회를 1962년에 어렵사리 얻었다.


피렌체에 위치한 피티 궁전에서 전세계 고객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일 기회였다. 우아하고 풍성한 드레스가 컬렉션의 주를 이뤘다. 그리고 Valentino는 곧바로 사교계 명사 및 귀족들의 눈에 들었다. 당시에는 숏한 기장의 드레스가 유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긴 기장감의 피스들이 눈에 더욱 띄었던 것.


©lofficielibiza.com


1960년대 중반부터는 유명 배우와 왕실 가문이 주요 고객이 될 정도로 명성을 쌓았다. 그 후로부터 Valentino는 탄탄대로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발렌티노를 있게 만들어 준 결정적인 요소는 무엇이 있었을까?




뿌리칠 수 없는 레드의 유혹


늘 안정적인 포지션의 Valentino였지만, 2022년 FW 컬렉션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바이럴에 성공했다.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쨍한 컬러의 Valentino 핑크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핑크가 Valentino의 눈에 들기 전, 시그니처 컬러는 어김없이 레드였다는 사실.


©anothermag


“레드는 나를 어린 시절로 되돌려줘요. 제게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징표이기도 합니다“

발렌티노가 처음으로 레드와 사랑에 빠진 것은 바르셀로나에서 오페라 <Carmen>을 관람하고 온 직후에서부터였다. 배우들의 코스튬부터 무대를 가득 채운 꽃장식까지 모두 다 크림슨 레드였다고 회상한다.


©ilcascinone.com


발렌티노에게 레드는 단지 하나의 빛깔이 아니라 브랜드의 로고이자 Valentino를 나타내는 상징이기도 하다. 그에 의하면, 오렌지빛이 미세하게 감도는 이 화려한 레드를 입고 있다면, 그 어떤 파티에서도 모두에게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녀가 사랑한 Valentino


Valentino가 심어놓은 강렬한 인상 때문일까, 그는 수많은 스타의 스타일을 책임졌다. 미국의 35번째 영부인, 재클린 캐니디 오나시스부터 모두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오드리 햅번와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리고 줄리아 로버츠와 앤 해서웨이까지. 그녀들의 선택에는 전부 이유가 있는 법. Valentino만의 독창적인 디자인과 우아한 이미지에 이끌렸던 것이 아닐까?


발렌티노와 재클린 캐니디 ©anothermag, Valentino 그린 드레스를 입고 있는 재클린 캐니디 ©pinterest
오드리 햅번, 1969 ©artsy
Elizabeth Taylor의 레몬색 웨딩 드레스 ©elizabethtaylor.com, ©Joel & Son Fabrics
앤 해서웨이의 웨딩드레스를 직접 제작한 발렌티노 ©pinterest





다시 써 내려가는 이야기


발렌티노가 남긴 거대한 유산을 이어받은 디자이너는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Pierpaolo Piccioli). 2008년도에 브랜드의 수장으로 임명되어 현재까지도 그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패션을 유독 좋아했던 문학 전공 소년, 그의 손길에서 뻗어져 나오는 모든 것들에는 특유의 인문학적 터치가 담겨있다.


©vogue, 발렌티노와 피치올리 ©la Repubblica


피치올리에게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럭셔리의 개념을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특정한 라이프스타일에서 벗어나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로의 발전을 꾀한다고. 피치올리는 Valentino를 통해 어떤 발자취를 남기고 있을까?




역사를 품은 락스터드


락스터드(Rockstud)는 2010 FW에 처음 등장했다. 락스터드는 하나의 태도로서 의미를 지닌다. 발렌티노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락스터드에는 Valentino 하우스의 여러 정신을 담고 있는데, ‘펑크의 힘과 대담함, 고대 로마의 건축물에 장식된 부냐토(Bugnato)를 연상시키며 날렵한 디테일을 통해 현대성과 헤리티지를 아우른다는 것’이다.


©getty images, ©valentino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락스터드 신발의 판매로 인해 브랜드는 1억 5천 달러 이상의 수익을 끌어낸 진정한 효자 아이템이다. 2023년 현재는, 트렌드인 발레코어를 만나 또 한번의 Valentino 열풍이 불고 있다. 발레리나 슈즈 출시를 기념해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 ‘발렌티노 스튜디오 부티크’까지 열었으니 말이다.


©valentino
‘Valentino 스튜디오 부티크’ 현장 ©harpersbazaar.co.kr





PINK IS THE NEW RED


발렌티노의 선택은 레드였다면, 피치올리는 핑크였다! 그가 Valentino에게 새로운 시그니처 컬러를 제시한 것. 10m 떨어져 있어도 시선이 꽂힐 아주 화려하고도 눈부신 핑크로!

©glamobserver.com


이 핑크의 정확한 명칭은 ‘Pink PP’로 팬톤 색채 연구소와 콜라보를 해 개발한 Valentino만을 위한 색상이다. 이러한 행보는 다른 유럽 내 럭셔리 브랜드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 새로운 시작에 맞춰 Valentino는 2022 FW에 온통 핑크로 가득 찬 쇼장에서 81개의 룩을 선보였다. Valentino 레드에 이은 핑크 물결이 현장을 가득 메웠다.


©vogue

그리고 Valentino는 이러한 핑크의 DNA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레드를 잃지 않고, 한 방울의 화이트를 톡 떨어트려 발렌티노의 흔적을 보여준다.


©vogue


눈여겨 볼만한 행보가 이뿐만이 아니다. Valentino는 그들의 디바로 개성과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 플로렌스 퓨(Florence Pugh)를 발탁했다.


©Valentino


플로렌스 퓨가 단지 뛰어난 배우이기 때문에 그녀를 고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가 화면 안팎에서 스스로를 거리낌 없이 모두 보여주는 데 있어서 그녀의 용감함과 당당한 애티튜드가 Valentino의 가치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다채로운 표정이 Valentino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는 듯 하다.




옷 위에 옮겨놓은 시


2024 SS 패션 위크에서 Valentino는 게스트에게 초대장과 함께 Valentino 핑크로 인쇄된 책을 보냈다. 그 속에는 한야 아나기하라(Hanya Yanagihara)의 소설 <리틀 라이프 A Little Life>가 새겨져 있었다. 책에 나온 구절을 일부 발췌해 옷에 그대로 옮기기도 했고, 쇼의 홍보 영상에서는 모델과 앰버서더가 책을 낭독하기도 하는 등, 하나의 문학작품을 둘러싸고 Valentino만의 해석을 보여준 것이다.


©@hanyayanagihara
©vogue


담백한 멋이 드러나는 컬렉션. 피치올리는 이제 더욱 클래식한 것들에 집중하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조금 더 부드럽고, 문학을 닮아 은유적인.


지금까지 역사가 깊은 이탈리아 하우스 Valentino의 짜릿한 독주를 감상했다. 1960년대에 첫 쇼를 올린 순간부터 2023년 오늘날까지 Valentino는 끊임없이 도전을 감행하면서 본연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그들이 가리킬 새로운 방향이 어딜까? 그곳이 어디든 우리는 어김없이 그들의 발걸음에 함께할 것이다.



Valentino 신상품 쇼핑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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