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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Aug 04. 2023

80년대 홍콩 스타 패션 전격 해부!

뉴진스 뮤비에 등장한 양조위부터 세기의 미녀 왕조현까지 

Hong Kong Celebrities

부모님의 아이돌, 전격 해부!




우리에게 뉴진스가 있다면, 엄마 아빠에겐 이들이 있었다! 80년대 최전성기를 누리던 홍콩 영화 스타들이 바로 그 주인공. 한 시대를 풍미하며 막강한 존재감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그들의 이야기가 지금 다시 시작된다.




부모님의 아이돌


그대여, <영웅본색(A Better Tomorrow)> 이라고 들어는 봤나? 80년대 후반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거리엔 온통 블랙 선글라스, 옷깃을 한껏 세운 트렌치 코트, 말끔하게 넘긴 포마드 머리의 청년들로 가득했었다고 한다. 참, 성냥개비 하나도 입에 문 채 말이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냐고? 지금 우리가 아이돌의 패션에 영향을 받는 것처럼 우리의 부모님 세대도 별다를 게 없었다는 말이다. 지금이야 정보력이 발달해 아이템의 브랜드와 품번까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되었으나 그때는 별 수 있나. 그냥 집 안 옷장을 뒤져 비슷한 옷을 꺼내 입는 게 최선이었다. 그 시절의 트렌드세터들은 그렇게 자급자족하며 본인의 패션 센스를 뽐냈었던 것. 완벽한 추억 고증으로 인기를 끌었던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만 봐도 당시 홍콩 배우들의 인기가 얼마나 어마 무시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hkcinemagic.com, ⓒimdb.com



그 누구도 K-POP의 번성을 예상치 못했던 것처럼 홍콩 영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1930년대 상하이의 영화사들이 본토보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자유로웠던 홍콩에 영화 제작 시설을 세우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라면 발단이었달까? 덕분에 그들만의 독창적인 상상력과 파워풀한 에너지들이 영상에 고스란히 재현될 수 있었으니 말이다.

60년대 무협 영화로 시작해, 70년대 이소룡, 80년대 성룡, 최전성기인 80년대 후반엔 홍콩 누아르, 뒤이어 리빙 레전드 왕가위 감독까지. 홍콩 영화가 이토록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막강한 장르성에 있었다. 백발마녀와 도사, 각종 권법을 종류별로 마스터한 먼치킨들, 쌍권총 하나로 조직 전체를 쓸어버리는 낭만적인 갱스터들. 억지 신파와 뻔한 일상물속에서 갈증을 느껴 온 관객들은 이 낭만적인 판타지에 홀린 듯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부모님들처럼 말이다.



ⓒimdb.com, ⓒcbr.com





스타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시대의 우상으로 거듭난 홍콩 스타들의 비범한 매력. 하지만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의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모습이다. 이제부턴 그들의 패셔너블한 순간들을 감상하며 그 인기의 향수를 고스란히 느껴볼 차례.



진한 남자의 향기


홍콩 느와르의 한 획을 그은 영화 <영웅본색>과 <천장지구(A Moment Of Romance)> 내용도 내용이지만 당시 무엇보다 화제가 되었던 건 바로 주인공 주윤발과 유덕화의 패션이었다. 한때 홍콩과 일본에선 롱 트렌치코트와 선글라스의 품귀현상까지 일어날 정도였다고.



ⓒtenor.com, ⓒtnews.co.th, ⓒmodels.com




이 둘은 우직하고 야망찬 이미지 덕분에 어두운 세계에서 극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배역들을 주로 맡아왔는데, 그래서 그런지 착장 역시도 대부분 남성미가 물씬 느껴지는 스타일이다. 특히 <천장지구> 속 유덕화의 패션은 요즘 트렌드인 청청 패션의 시초라고도 볼 수 있을 듯. 그때나 지금이나 데님은 자유로움을 표현하기 위한 막강한 아이템이다.



ⓒimdb.com, ⓒbrns.com







장국영파 VS 양조위파


한때 영화 좀 본다 하는 이들이라면 장국영과 양조위 사이에서 갈등 좀 해봤을 것이다. 우수에 찬 눈빛에선 1,2위를 다투는 그 출구 없는 매력에 한 번 빠져버리면 도무지 헤어 나올 수가 없다는 게 영화계의 정설. 어느 쪽이던 밀리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니 우리는 그저 이 둘이 빚어내는 황홀한 케미를 맘 놓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



ⓒmovie.douban.com


최근 양조위는 뉴진스의 ‘Cool With You' 뮤비에 깜짝 등장하며 또다시 화제가 되었었는데, 역시는 역시. 그 강렬한 눈빛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했다.

<아비정전(Days Of Being Wild)>, <화양연화(In The Mood For Love)>, <색, 계(Lust, Caution)> 등 그의 주옥같은 필모 그라피에서 목격되는 패셔너블한 순간들도 물론 멋지지만, 풋풋함이 느껴지는 90년대 초의 모습도 너무 좋다.



ⓒkpoppo.com, ⓒbrns.com



2003년 만우절에 세상을 떠난 장국영. 때문에 아무도 그의 죽음을 믿지 않았고, 믿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그날의 무거운 분위기를 여전히 잊을 수가 없다. 벌써 20년이나 지난 일인데도 말이다.

그간 출연했던 영화들에서 변화무쌍한 캐릭터들을 완벽히 소화해냈던 그도 일상에선 힘을 뺀 편안한 차림새다. 특히 블랙 반터틀넥은 그가 자주 착용하던 시그니처 아이템. 다시 보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비록 그의 시간은 20년 전에 멈춰있지만, 그를 사랑하는 우리들의 마음은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다.



ⓒtenor.com, ⓒbrns.com





미녀 삼총사의 화양연화


왕조현, 임청하, 장만옥. 원조 책받침 스타라 불리는 이 미녀 삼총사의 인기는 그야말로 절대적이었다. 우리가 애정 하는 스타의 사진을 잠금 화면에 띄워두듯, 엄마 아빠는 책받침으로 자신의 최애를 귀엽게 지지해 왔던 것!



왼쪽부터 천녀유혼, 백발마녀전, 첨밀밀의 포스터 ⓒimdb.com


왕조현은 <천녀유혼(A Chinese Ghost Story)> 에서 아름다운 요괴로, 임청하는 <백발마녀전(White Haired Devil Lady)> 속 사랑을 갈구하는 마녀로, 장만옥은 <첨밀밀(Comrades: Almost A Love Story)> 의 아련한 썸녀로 출연하며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워낙 독보적인 마스크와 아우라의 소유자들이었기에 당시엔 대적할 자가 없었다는 게 전해지는 후문. 게다가 패션은 또 어떠한가. 지금 당장 거리에 나가도 손색없을 정도로 트렌디한 모습이다. 왕조현의 초커와 임청하의 서머룩, 장만옥의 블랙 드레스까지. 상큼하고 풋풋한 그들의 모습이 왠지 익숙하게 느껴지는 건 그 시절 그 인기가 어렴풋이 전해져 오기 때문일까?



ⓒmedium.com, ⓒbrns.com





개그의 기본은 스타일


그 누가 말했던가, 개그의 기본은 스타일이라고.

개그의 기본이 상대를 웃기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이라면 스타일은 옷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그래서인지 몇몇 개그맨들을 그 어떤 셀럽보다 스타일리시한 경우가 종종 있다.

홍콩 코믹 영화계의 거물이라 할 수 있는 주성치 역시 그렇다. 그만의 독특한 색채가 느껴지는 작품들 속에서 별 기상천외한 모습으로 출현하지만, 그 한결같은 웃음 포인트가 참 정감 있다.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지?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도 결국 그 어이없는 개그에 서서히 스며들다 보면… 점점 중독되고 나중엔 갈망하게 되어버린다. 개인적으로 <식신(the god of cookery)>과 <도성(All For The Winner)><파괴지왕(Love on Delivery)> 에서 그러한 주성치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그치만, 이들의 항마력 테스트를 못 견뎌 중간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보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만 참으면 생생한 개그의 맛을 경험할 수 있게 될 테니.



ⓒ네이버영화



근데 이 사람, 그저 웃기기만 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사복 패션이 예사롭지 않다. 단정하고 깔끔한 셔츠룩이 대부분인 걸 보니 패션 쪽에선 은근히 고상한 취향을 선호할 듯. 맨날 찌질한 모습만 보다가 멀끔하게 차려입은 모습을 보니 그 갭이 엄청나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그의 연기력이 굉장하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주성치는 마니아가 많다. 어떤 커뮤니티에서는 그가 신과 같은 존재라고도 하니... 이제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말고 당당히 외쳐도 된다. 나, 주성치 좋아한다고.



ⓒ8days.sg, ⓒjaynestars.com



여전히 우린 알 수 없지만, 엄마 아빠에게도 분명 순정이 있었을 거다. 친구들과 쉼 없이 연예인에 대해 떠들고, 좋아하는 영화의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밤늦은 시간까지 몰래 텔레비전 앞을 지켰던 흥미진진한 시간들이 말이다.

하지만 그건 모두 우리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다. 한때 누군가에게 쏠렸던 모든 사랑이 이젠 우리에게 고스란히 옮겨온 걸 테니까. 그동안 집 안에서 묵묵히 생존신고만 해왔다면, 부모님께 홍콩 영화 이야길 슬쩍 꺼내보면 어떨까? 지쳐있던 그 두 눈이 이내 반짝하는 걸 목격하게 될 것이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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