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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Aug 08. 2023

우리가 꿈꾸던 판타지아 톰 브라운

Brand LAB: THOM BROWNE


Brand LAB: THOM BROWNE

우리가 꿈꾸던 판타지아







톰 브라운(Thom Browne)이 가진 이미지는, 사실 매우 유쾌하다. 종종 톰 브라운이 한국에서만 특정 이미지로 소비되는 게 안타깝다고 말들 나오는데, jentestore는 조금 다른 감성으로 톰 브라운에 흥분한다.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언제나 과감해질 줄 아는 소설 속 주인공처럼, 톰 브라운은 상업적인 것 따위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다. 오직 그의 상상, 뭔가 흥미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을 뿐.

오늘은 톰 브라운이 가진 ‘진짜’ 색깔, 우리가 몰랐던 그 깊고 넓은 이야기를 마주하고자 한다. 올해 FW 쇼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톰 브라운의 개인적인 철학을 통해 현실과 이상을 넘나들며 즐겁게 여행하는 기분을 느껴보길 바란다. 어느덧 톰 브라운 수트를 빼입은 멋쟁이 신사를, 당장 오늘 꿈속에서 마주칠 것 같은 기분이 들 거다.





2022 FW COLLECTION





나지막한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된 톰 브라운의 2022 FW 패션쇼. 그야말로 '성인과 어린이' 모두를 위한 한 편의 동화였다. 쇼장에는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그레이 수트'를 입은 테디베어 500마리가 정연하게 나란히 앉아 있었으며, 인형과 테디베어로 분장한 모델들은 입가에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차례로 등장했다.

톰 브라운의 아이콘인 그레이 슈트가 주제에 맞게 다채롭게 변형된 모습. 스트라이프 체크, 파이, 주름 디테일이 오묘하게 어우러지며, 스커트 아래 팬츠를 겹쳐 있는 레이어드 스킬이 특이나 돋보였던 시즌이었다. 스커트를 입은 남성 모델들은, 극단적으로 과장된 실루엣의 수트를 입고선 높은 플랫폼 부츠를 신고 걸어 나왔다. 쇼장에 앉아있던 모든 이들은 마치 놀이동산에 방문한 듯 반짝거리는 눈을 하고 지켜봤다고.






처음부터 재미있다. 혹이 난 듯 둥근 니트볼을 부착한 볼드한 바라클라바와 블루 페이스페인팅. 여러 옷들을 겹겹이 레이어드 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원피스인 것이 반전. 전반적 컬러감을 그레이 톤 그라데이션으로 표현하고, 여러 옷들이 겹쳐 보이게끔 착시 효과를 부여했다. 나의 소장 욕구를 자극했던 유명한 도그 셰이프 토트백도 눈에 띈다. 자세히 보면 신발의 미드솔의 도그 프린팅도 발견할 수 있을 거다.





가능한 실험적이고 과감하게. 도전을 좋아하는 톰 브라운이 밥 먹듯 내뱉는 말이다. 항상 재미있는 요소를 의상에 적용하는 걸 즐기고, 그를 통해 자신을 시험해 보려 한다고.

네이비와 그린 스트라이프 원단들이 복잡해 보이지만 재밌게 패치워크 되어 있고, 볼륨을 넣어 여러 군데 볼드하게 부풀어 있는 실루엣이 포인트인 룩이다. 울 수트 셋업을 이렇게 맥시멀 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게 톰 브라운의 필살기 아닐까. 룩의 패턴을 그대로 형상화한 박스 토트백도 인상적이다.





와우. 곰돌이가 피어싱을 하는 이런 발상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걸까. 베어 페이스의 거대한 톱 햇(top hat)이 모든 이들의 시선을 강탈했다.

톰브라운 시그니처 삼선 스트라이프 리본으로 바라클라바처럼 스타일링하고, 쇼츠 수트 셋업에 맥시한 케이프 코트까지 같은 컬러로 레이어링한 전략. 매우 통일감있으면서도 다채로워 보인다. 케이프 코트의 안감 스트라이프가 살짝 보이는 것도, 톰 브라운만이 챙길 수 있는 꽤나 중요한 디테일이다.









WHO ARE THEY?

꿈이 배우였던 그


프라다(Prada)의 미우치아 프라다, 와이 프로젝트(Y/project)의 글렌 마틴스,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등.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들이지만, 이들이 그렇다고 꼭 과거에 패션을 전공한 것은 아니다. 톰 브라운도 그렇다.

1965년, 아일랜드계 가톨릭 가정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란 톰 브라운은, 노트르담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운명과 동떨어진 느낌에 결국 자퇴를 결정했다. 그가 꿈꿔왔던 길은 다름 아닌 '배우'였다. 배우의 꿈을 가지고 로스앤젤레스로 향했다. 멋진 외모로 여러 오디션까지 보면서 잠깐의 배우 생활을 했지만, 그는 이내 또 자신이 다른 분야에 더 잘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Designer Thom Browne



다시금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뉴욕으로 떠난다. 그리고 처음으로 패션 일을 하게 된다. 1997년,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의 매장 판매원으로 일을 하게 된 거다. 패션 디자인 분야에 전혀 배움이 없던 그였지만, 확실한 건 그가 다른 분야보다 '패션'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믿음 하나로 훗날 클럽 모나코(Club Monaco)를 거쳐 미국 패션계 대부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옆에서 보조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경력을 쌓게 된다.





2001년, 5가지 수트만으로 '톰 브라운' 사업을 시작한다. 부지런히 갈고닦은 실력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공식적인 패션 레이블이었다. 의류 택에 자필로 판매 연도와 고객의 이름을 일일이 기입하며 수제작 위주의 고급 의류 판매를 고집했다. 그렇다고 옛 방식과 똑같은 디자인의 수트를 만든 건 아니었다. 획일적인 남성 수트의 틀을 깨고 톰브라운만의 위트와 감성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게 된다. 늘 단정하게만 입던 수트에 스포티함을 부여하는 디테일을 하나씩, 가미하기 시작한다.





2004년 뉴욕 패션 위크에서 첫 컬렉션을 시작으로, 톰 브라운은 미국 패션디자이너 협회(CFDA)와 GQ로부터 여러 번 ‘올해의 남성복 디자이너’로 꼽히는 등 패션 디자이너로서 승승장구한다. 그리고 톰 브라운 고유의 스타일과 철학이 굳혀지자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시도한다. 


2009년에는 몽클레르 감마 블루(Moncler Gamme Bleu) 라인을 런칭하고, 또 슈프림(Supreme), 삼성(Samsung)과 같은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도 자신 있게 이뤄나갔다. 2011년에는 여성복 라인까지 선보이고, 가격과 연령층을 낮춘 세컨드 브랜드 '톰 그레이' 라인을 런칭하기도 하고. 브랜드의 색깔이 워낙 확고하고 독보적인 덕분인지, 지금까지 뭘 하든 환영받고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완벽함이 가진 지루함을 없애겠다


"1950, 60년대 미국의 감각과 영감을 톰 브라운만의 비율로 클래식하게 표현했다."

매일 회색 정장을 입고 출근하시던 아버지에게 영감을 받은 톰 브라운. 그가 만든 수트는 과거 '전통적인 미국 수트'의 정석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1960년대부터 미국 디자이너들은 오직 '편안함'을 강조하기 위해 큰 어깨, 적은 수의 단추, 주름 없는 오버핏 정장을 공장처럼 찍어내고 있었는데. 2006년부터 톰 브라운이 선보인 수트는 그 어느 국가,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무드였다. 여전히 좁은 라펠, 주름이 없는 바지, 적당한 어깨 등 미국 수트의 전통성을 가지고 왔지만, 뭔가 다르다. 노턱 팬츠와 발목까지 오는 짧은 기장감, 엉덩이를 덮지 않는 자켓의 길이, 투 버튼 혹은 쓰리 버튼, 측면의 벨트, 바지에 끼워넣은 타이, 그리고 날씨가 덥다 싶으면 반바지 수트. 그야말로 톰 브라운만의 취향으로 수트를 재정의했다.





“톰 브라운의 옷은 단순한 전통성을 뛰어넘는다. 그는 어색함(Awkwardness)을 통해 완벽함에 대한 지루함(Boringness of perfection)을 없앤다.” 디자이너로서 톰 브라운 또한 일을 하거나 어디 방문할 때 수트만을 고집한다. 스스로 자주 입는 만큼, 자기 브랜드에 시그니처 포인트를 만들고자 했다. 바로 톰 브라운에게 있어 메인 아이템으로 불리는 '그레이 수트'. 가장 모던하고, 가장 정중하며, 가장 중립적인 컬러인 '그레이'에 레드, 화이트, 블루가 세로로 나열된 삼선을 만들어 냈다. '그로그랭 스트라이프'라고도 한다. 팔에 감기거나 셔츠와 블레이저의 등 뒷부분에 일자로 떨어지듯 배치되어 언제나 시선을 사로잡는 위트가 되어준다.





잡다한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방방한 어깨 라인, 좁은 라펠, 그리고 단출한 행거치프. 겉으로 보기에는 미국의 기존 전통적인 수트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입어보면 안다. 모델을 봐보라. 비록 수트지만 잘못 재단된 것 마냥 훤히 보이는 발목과 셔츠가 훤히 보일 만큼 짧은 소매. 고전적이고 따분한 옷으로 여겨지던 수트가, 재치를 머금은 모습이다.

마치 판타지 소설의 정중한 키다리 아저씨가 입을 것 같은, 그런 귀엽고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랄까. 이제 사람들은 톰 브라운 덕분에 이제 출근할 때 유머와 여유를 입게 됐다. 이쯤 되면 궁금하실 거다. 어떻게 이런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저는 잡다한 것을 싫어합니다.”

톰 브라운의 침실에는 오직 1인용 침대와 스탠드, 그리고 최소한의 가구밖에 없다. 그는 결벽증 비스무리하게 깔끔떠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보통 우리가 입는 정장은 구두 위에서 살포시 구겨지는 기장인데, 톰 브라운에게는 이것 또한 매우 거슬린 모양이다. 그래서 바지 기장을 복숭아뼈 위로 싹둑, 잘라버리고 소매 또한 손목이 훤히 보일 정도로 재단했다. 시어서커 등 전통적인 미국 수트 직물을 활용하여 구김 하나 없이 깔끔하게 몸에 딱 맞아떨어지는 실루엣을 구현해 냈다.

톰 브라운은 수트가 오직 특정 성별의 전유물이었던 사실도 짜증스러웠다. 미니부터 맥시까지 다양한 길이에 남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입을 수 있는 톰 브라운의 스커트가 등장한 이유다. 지금은 그가 진행하는 거의 모든 패션쇼에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그의 역작, 프레피 감성의 '플리츠 스커트'. 성별의 경계를 처참히 뭉개버리고자 하는 그의 고집스러운 철학이 잘 드러나는 아이템이다.





패션을 즐길 줄 아는 당신이라면




판타지 세계를 엿보는 듯하다. 톰 브라운의 쇼는 언제나 이상적이라고 유명하다. 그의 패션쇼가 현실의 옷장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아이디어를 세상과 공유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스링크, 호수 등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패션쇼를 진행한다. 그 안에서 모델들은 오븐에 구운 칠면조를 들고 나오고, 재밌는 가면을 쓰고 나오거나, 앵무새 탈을 쓴 모델이 쇼장을 헤집고 다닌다.





“전통적인 것을 특별하게 표현하는 것은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톰 브라운의 쇼는, 그가 디렉터로 있던 '몽클레르 감마블루' 라인의 2011 FW 쇼 였다. 모델들이 귀여운 강아지들을 데리고 나와서 기억에 남는다. 경마장을 가득하게 메우는 트럼펫의 소리에, 승마 코트를 입은 다섯 명의 기병들이 강아지들과 함께 워킹을 보여준 강렬한 쇼였다. 역시 톰 브라운에게 패션쇼는, 그의 상상해온 판타지를 구현하는 기회이자 공간이다. 진보의 탈을 쓴 보수적인 패션계에서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고 자신만의 것을 관철해 나간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유다.

이쯤 되면 알 거다. 톰 브라운이라는 브랜드를 대변하는 키워드. 그는 이렇게 표현한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Effortless), 간결함(Simple), 그리고 과감함(Provocative). 그래서 원하는 것을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독립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입어줬으면 좋겠다고.



이미지 ©THOM BROWN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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