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수덕사

by 적바림

불자는 아니지만 절을 좋아해서 어느 지역이든 여행을 할 때면 그 지역의 사찰을 방문하곤 한다. 수덕사 역시 그런 이유에서 처음 방문하게 되었는데 꽤나 마음에 들어 두어 번 더 방문했다. 처음 방문했을 때 사천왕문에서 황하정루를 잇는 웅장한 길에 감탄했다. 그리고 그 길은 대웅전으로 이어졌고 금강보탑 앞에서 산아래를 바라보고 그 경치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분위기가 압도적이라고 느꼈다. 유명한 사찰이라 그런지 저마다의 소원을 빌러 오는 신자들도 많고 나 같은 관광객도 많았다. 두 번째 방문에는 웅장한 길 대신 옆 길로 빠져 견성암으로 향했다. 견성암은 비구니스님들이 수도 정진하는 암자인데 확실히 대웅전 부근보다 조용했다. 가파른 길을 올라 간단하게 암자를 둘러보고 대충 걸쳐 앉아 산아래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스님 한 분이 "눈에 좋은 메리골드 차예요. 드셔 보세요." 하며 차를 건네셨다. 여러 사찰을 다녀봤지만 스님들을 뵌 적은 없었고 당연히 대화를 나눠 본 적도 없었다. 차를 마시며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하고 산을 내려왔다. 그 이후로 아직 재방문하지는 않았는데 수덕사하면 처음에 느꼈던 웅장한 느낌보다도 두 번째 방문에 만났던 스님의 인자한 미소와 따뜻했던 차 그리고 약간은 쓸쓸한 가을날의 풍경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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