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꿈

by 적바림

거의 99%의 확률로 잘 때 꿈을 꾸는 편이다. 그렇다고 꿈이 잘 들어 맞거나 의미 있는 꿈을 꾸는 것은 아닌데, 한 때 같은 꿈을 자주 꿔서 '이건 뭐지?' 했던 적이 있었다. 바로 '화장실을 가서 볼일을 못 보고 나오는 꿈'이다. 꿈에서 나는 백화점 같은 큰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볼일을 보고 싶어서 화장실에 가면 화장실이 더러워서 볼일을 못 본다. 백화점일 때도 있고 어렸을 적 다니던 학원일 때도 있고 학창 시절 다녔던 중학교일 때도 있었는데, 화장실을 찾아 헤매고 화장실을 찾지만 더러워서 볼일을 못 보고 잠에서 깨는 것은 항상 같았다. 굳이 꿈해몽을 찾아보지 않아도 좋은 꿈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을 정도로 잠에서 깨고 나면 찜찜했다. 꿈속에서 화장실의 모든 칸을 확인했지만 모든 칸이 볼일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더러워서 볼일을 보는 것이 내키지 않았고 그나마 덜 더러운 곳에서 볼일을 보려 해도 끝내 보지 못하고 꿈에서 깨곤 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 꿈속 상황이 그 꿈을 자주 꾸던 때의 나의 현실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나는 뭔가를 해보려고 계속 시도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마음에 내키는 것이 없었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어서 상대적으로 더 낫다고 생각되는 일을 시도했지만 열정과 의지는 얼마 못 가 사그라들었다. 시간이 지나 어느 순간부터 화장실 꿈을 안 꾸는 것을 알았을 때는 특정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그 분야에서 계속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즈음이었다. 글로 표현한 것보다 더 길고 막막했던 그 시기의 나는 뭘 해야 할지 몰라 이 일 저 일에 기웃거리며 방황했다. 그 터널 같던 시기가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기가 어쩌면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듯이 저절로 지나갈 시기였을 수 있다. 그저 휴식의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마음 편히 지내면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키지 않아도, 실패해도 계속해서 여러 시도를 한 과거의 나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그 시도들 없이 그저 시간만 흘렀다면 나는 아직도 화장실 꿈을 꾸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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