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드모트시기 역사를 제대로 가르쳐야한다
가끔 주변에서 ‘볼드모트님이 그깟 애송이한테 당했을 리가 없어. 그 분은 살아 계실 거야.’라는 말을 듣곤 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호그와트에서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음을 통탄한다. 나는 호그와트에서 볼드모트가 군림했던 시기를 심도 있게 가르쳤단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요즘은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호그와트 뿐 아니라 마법사 세계 전체에서 볼드모트라는 이름을 듣기 어려웠다. 이는 단순히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는 마법사 내 권력 집단이 그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은폐했기 때문이다. 볼드모트의 사상은 마법사 내 권력집단의 사상과 맥을 함께 한다. 바로 순혈주의이다.
순혈주의란 무엇인가? 마법사 태생만을 진정한 마법사로 인정하며 머글 태생이거나 머글 혼혈을 배타하는 사상이다. 산업 혁명을 겪으며 토지가 개발 되었고 많은 마법사 마을이 사라졌다. 자연스럽게 마법사들은 머글과 어울려 살게 되었고 머글들의 마법사 세계 진출이 전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를 못 마땅하게 여긴 마법사들은 머글의 마법능력 부족, 자질 부족 등 과학적 근거를 만들어가며 머글에 대한 차별을 합리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순혈 이데올로기를 퍼트린다.
볼드모트는 이런 마법사 세계 내의 뿌리깊은 차별 사상, 순혈주의를 본인 사상의 전제로 하는 마법사였다. 그렇기에 많은 마법사들이 ‘죽음을 먹는 자’가 되어 직접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아도 그를 방관하는 행동으로 그의 행보를 지지한 것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권력은 볼드모트가 사라진 뒤 그의 이름 자체를 마법사 세계 내에서 금지한다. 그를 비판한다는 것은 마법사 권력을 비판하는 것과 같은 행위이기 때문이다. 볼드모트의 사상 대신 권력은 볼드모트의 폭력적 행위(예를 들면 한 동네 전체를 살인한 것)만을 강조한다. 그렇게 볼드모트는 단순하게 ‘미치광이 마법사’로 이미지화되고, 그의 문제는 마법사 세계 내의 문제와 개별화된다. 그리고 마법사 세계는 순혈 이데올로기를 유지해간다.
그렇게 볼드모트는 단순하게 ‘미치광이 마법사’로 이미지화되고,
그의 문제는 마법사 세계 내의 문제와 개별화된다.
하지만 볼드모트는 절대 멍청한 마법사가 아니다. 그가 마법사 세계로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은 호그와트라는 지성의 집합체를 장악한 것이다. 그 다음으로 그는 예언자일보라는 언론을 장악한다. 그는 군중을 선동하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상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호그와트에서 볼드모트에 대한 역사를 낱낱이 제대로 가르칠 것을 강조한다. 만약 역사를 제대로 가르쳤다면 마법사 세계 내의 순혈주의에 대한 문제가 제기 되고 이에 대한 토론, 정책수립 등이 이뤄져 사회가 발전했을 것이다. 루시우스 말포이나 이고르 같은 사람들은 마법 세계의 높은 자리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손가락질 받았을 것이다. 네빌과 해리같이 볼드모트로 인해 고아가 된 아이들은 올바른 보상을 받았을 것이고, 루핀과 아서 위즐리 등 불사조 기사단이 가난하게 생계를 이어갈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볼드모트가 돌아왔을 때 동조하는 마법사 세력이 훨씬 적어 그를 빨리 진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가 돌아와서 생긴 문제들은 분명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다.
호그와트는 볼드모트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국정 교과서 정말 혼나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