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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lma Dec 13. 2018

포기의 미덕

Epi11_절마; 포기하면 편하느니라.

왜 지금까지 아등바등 살았던가.

하나라도 놓치기 싫었던가.

스스로 만든 틀 안에서 왜 그리도 한발자국 넘어가기가 힘들었던가.


과거에 나는 그러하였다.

욕심이 많아서인지 근성이 투철해서 그러한것인지

하나라도 포기하고싶지 않았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음악이면 음악, 취업이면 취업, 인간관계이면 인간관계.


그러하다보니

공부를 잘하고 싶어서 컨닝도 해봤다.

운동을 잘하고 싶어서 미친듯이 연습도 해봤다.

음악을 잘하고 싶어서 레슨도 받고 오락실노래방에 가서 노래연습도 해봤다.

취업을 잘하고 싶어서 코피터져가며 스터디란 스터디는 다 해봤다.

인관관계가 좋아지고 싶어서 착한척, 쿨한척, 성인군자처럼 행동 해봤다.


그래서?


물론 결과가 나쁘지는 않았다.

나란 녀석은 생각보다 근성이 있었고 열정이 있는 아이인 것 같다.

성적도 운동도 음악도 취업도 인간관계도 나름 만족할만큼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공허함이 몰려오고 삶에 피곤함을 떨칠수가 없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착한척 하느라 고생한 나에게서.


주위에서 붙여준 별명중에 '허언증녀'라는 별명이있다.

나도 몰랐는데 뭐든 맛있다, 재미있다, 신난다, 힘들지않다.

라고 말했다.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혹시나 날 떠날까봐서.


그래서 학창시절에 전교생들이 날 알아봐주었고

대학생때도 두루두루 인맥을 형성하는 나였다.


근데 그게 뭐?


지금와서 돌아보니 내 진심을 공유할 사람은 정말 한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혹시 싫어할까 거절도 못했던 나에게

부탁할땐 연락하지만 내가 정녕 힘든일이 있을 때는 그정도의 가까운 거리감의 관계는 찾기 어려웠다.

 

Poor girl.


직장생활도 마찬가지다.

까라면 까라는 식의 구 사고방식은 나에게 너무나 잘 맞는 사고다.

까라면 깠다.


어느순간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번뜩 들었고

어느순간 싫다. 안할래. 이건 내가할게 아니야. 됬어. 라는 말이

조금은 내 입술에서 살짝살짝 나온다.


예전의 나였다면 전혀 불가능했던 말들이 튀어나온다.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무너졌고 결과는 세상 참 편해졌다.

생각보다 타인은 나에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않는다.

정말 필요한 순간에 진심어린 조언과 이야기 하나가 되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애써 착한척 하기 싫다 이제는.

애써 다 잘하려고 하기 싫다 이제는.


포기하니 참 세상이 밝다.

포기하니 참 세상에 할게 더 많다.

포기하니 나를 알 것 같다.

포기하니 이젠 나의 삶을 오롯이 챙겨갈 수 있을 것 같다.



포기하고 살아갑시다!


I just need some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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