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속에 식물로 피어난 여자

한강 선생님의 ≪채식주의자≫

by 젊은최양

≪채식주의자≫는 1장 <채식주의자>, 2장 <몽고반점>, 3장 <나무 불꽃> 이렇게 총 3장으로 구성된 바뀐 화자가 누구인지를 추리해내야 하는 연작소설이다. 1장과 2장을 묶어 크게 두 단락으로 나뉜다고도 할 수 있겠다. 2장까지는 아주 예술 작품 같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동생 영혜의 이 대사 때문이다.


안 지워지면 좋겠어요.


나의 계획과 생각이 모두 무너졌을 때 식물을 새겼다. 이름 없이 작가의 작품으로서의 식물을 말이다. 분명히 영혜와 내가 어떤 지점에서 만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끝으로 향할수록 그건 아니었다.


극도의 대비를 바란 것이라면 성공이다. 그 대비로 인한 음울함이 끝을 내달린다. 각종 장치들이 임팩트와 불쾌감을 함께 준다.







"진짜 주인공은 영혜가 아니라 언니인 것 같아요.

영혜가 '그렇게' 되지 않았더라면 본인이 '그렇게' 되었을 거라 떠올리잖아요."


"맞아."



한강 작품을 좋아하는 동료와의 짧은 대화다. 나는 고통에의 잠식을 쉽게 버티지 못한다. 그래서 이 작품에 대해서는 이 이상 길게 할 수 있는 말은 없을 것 같다. 한강 선생님의 ≪희랍어 시간≫으로 소통과 삶의 순환, 엮임을 다시 감각하며 최애 고전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와 최애 영화 ≪컨택트≫가 잔잔하게 떠올렸다. 내 맘 속 국내 최애가 생겨버린 경험으로 펼쳐든 두 번째 한강 선생님의 작품이 바로 ≪채식주의자≫였기에 더 그렇게 느끼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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