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터프가이들의 지위와도 상관없는 오징어 게임
오랜만에 여운이 남았다. 22년도 10월 내내 이 영화에 잠겨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란티노 감독의 여덟 번째 영화, 헤이트풀 8에는 8명의 빡쌘 인물이 등장한다. 현상금 사냥꾼, 교수형 집행인, 사형수, 연합군 장교, 보안관, 이방인, 리틀맨, 카우보이.
계속해서 다른 인물의 시선을 따라가는 카메라 무빙과 불안을 고조하는 음향 효과는 언제 총격이 울려도 놀랍지 않은 긴장감을 선사한다. 미국의 남북전쟁, 그로 인한 지위와도 상관없는 은근한 편 가르기. 이는 그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하지만 희대의 터프가이들은 추위를 못 이겨 걸쇠 없는 문에 볼품없이 망치질을 한다.
“레버를 당겨 당신 못을 부러뜨리는 자는 감정에 좌우되지 않지. 그리고 그런 냉정함이 정의의 본질이야. 냉정함 없는 정의 구현은 틀릴 수 있는 위험이 있거든.”
그들은 정의를 구현하려고 위험에 뛰어들었다. 정의가 각자에게 다른 기준으로 세워져 있다는 것을 간과한 채.
쿠엔틴은 여덟 번째 영화를 필름카메라로 촬영했다. 광활한 배경을 담을 수 있는 필름카메라의 장점을 살린 건가, 싶다가도 고립되고 고정된, 마치 극 무대 같은 공간은 관객의 기대 심리를 배반한다. 쿠엔틴의 다른 영화에서도 자주 보아 눈에 익은 배우들 덕분에 더욱 극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음향 감독은 서부 영화의 대가 엔니오 모리꼬네가 맡았다. 오프닝에는 광활한 설원 배경에 리어왕에서 영감을 얻은 '못 믿을 사람의 주제가'가 흘러나온다. 쿠엔틴 영화답게 후반부로 갈수록 피의 향연이 펼쳐지고, 쿠엔틴 영화답게, 그 장면은 잔혹하다기보단 B급 농담의 재미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