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투게더(1998) - 왕가위 #2

부유하는 사랑과 청춘을 말하다

by 젊은최양

여요휘(양조위 분)와 하보영(장국영 분)은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떠난다. 사랑하는 서로에게조차 안정하지 못하고 그야말로 세상을 떠다니는 영혼들이다.



"우린 스탠드에 그려진 폭포가 궁금해졌는데 그것이 이과수 폭포란 것을 어렵게 알아냈다. 거기만 들렀다가 홍콩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길을 잃은 것이다. 나는 여전히 그날 우리가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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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갈망하지만 성격도, 성향도, 삶을 대하는 태도도, 사랑의 방식까지도 엇나간다. 방향성이 맞지 않는 사람과의 꾸역꾸역 사랑은, 결국 관계에 더 성실한 이에게 상처를 준다. 어느 순간부터는 하보영이 미칠 듯 얄미워 장국영 배우가 파렴치한으로만 보일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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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갑자기 현자 같은 녀석이 등장해 자꾸만 명언을 날린다.



"집에서 나왔어. 가족들은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를걸. 행복하지 않아서 나온 건데 답을 못 찾고 돌아가면 나온 의미가 없잖아."


"가끔은 귀가 눈보다 더 중요한 거 같아. 눈보더 더 잘 보거든. 누군가가 행복한 척해도 그 사람이 내는 소리는 숨길 수 없어. 자세히 들으면 다 알 수 있어. 네 목소리를 들으면 지금 네가 불행한 게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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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당시의 나 또한 서른 하나, 아직 직장에서 건실히 자리를 잡지 못했으니 부유하는 청년이었다. 공감되는 부분들도 있었고 왕가위 감독이 보여주는 영상 연출과 색감에 사로잡혔다. 내가 굉장히 방황하는 철부지로 보였는지, 30대 가장 멋진 시기에 기반이 무너지면 안 된다고 이야기해준 Y 언니의 말도 떠오르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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