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넘어 한 점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의 대화

괴테의 ≪이피게니에·스텔라≫

by 젊은최양

당신들도 그럴 수 있게 된다면 좋겠지요. 모든 증오가 일순간에 사라지고, 설령 하늘에 시커먼 구름 한 점 걸려 있어도 곧 별들로 뒤덮여 높은 곳에서 아주 밝은 빛이 비치고 전 세계가 우리로부터 조화를 배우게 되는 것 말입니다. 지상 최고의 행복에는 외부와의 살벌한 싸움이 끝난 후 찾아든 내적 평화도 깃들이게 되겠지요.



1~2년에 꼭 한 번씩은 시간 내서 여기저기서 만나는 친구가 있었다. 내 인생 첫 영화 친구, 문화 친구. 같이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을 했었는데 같은 반인 적도, 나는 이과고 그 친구는 문과라 수업이 겹친 적도 없었다. 단지 감상에 눈을 뜨기 시작할 무렵 그 친구는 이미 눈을 부릅뜨고 있었고 내 걸음마에 손 내밀어줘서 나는 뛸 수 있었다. 단지 건너서 알던 친구였는데 그때부터는 무언가를 느끼기만 하면 그 애에게 뛰어갔다.


감상적인 이야기 외는 진한 나눔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고맙게도 대학 진학 이후에도 꾸준히 연락을 해줬었다. 뜬겁새로 전화가 걸려오기도 하고,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나는 진심으로 반갑고 감사하게 응했고 직접적으로 표했다.


각자 열심히 살던 어느 날 강남에서 몇 시간을 주야장천 앉아서 서로에 대한 요새의 취향을 나눴다. 우리는 고등학교 때부터 확실한 취향이 있던 애들이었고 온전히 같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등 돌린 방향의 그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소소한 대화가 정말 즐거웠다. 그 친구는 나의 별 것 아닌 것들을 지금까지도 기억해주었고 나는 그런 것들에 큰 감동을 느꼈다. 그날, 집에 가기 직전에 시간이 조금 떠서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러 각자 책을 잠깐 읽었다. 신비롭게도, 그날 대화했던 젊은 우리들의 이야기가 1767년 열여덟의 괴테가 쓴 작품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우리에게만 있는 대화일 줄 알았던 것들을 담은 그 옛날 과거의 작품. 담아오지 않을 수 없었다. 젊은이들의 생각은 시대를 넘어 한 점에서 만난다!



2020.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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