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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점록 Jan 29. 2024

 생솔가지

    생솔가지

                         이 점 록


겨울이 깊자 동굴처럼 정지가 깊어진다

응어리진 가슴판은 화살촉처럼 뾰족한데

고단한 아궁이 속 생솔가지 밀어넣자 

화난 듯 솟구치며 대든다


듬쑥한 그녀는 길길이 쌓인 

찌꺼기를 찬히 게워내고 

얼면서 마르는 빨래처럼 

얼어붙은 서러운 마음을 마름질한다


눈물을 흘리며 시적거리는 생솔가지 

타닥타닥 불씨되니 정말로 생광스럽다      

사그라진 아궁이 봄날처럼 느긋하고  

가마솥 보리밥 고슬고슬 곱디곱다

      


작가 노트 :

사온삼한(삼한사온) 한겨울이 깊다.

정지에서 생솔가지를 때며 매캐한 연기속에서

한맺힌 속울음을 우셨지 싶다. 

생솔가지 때기는 쉽지 않지만 땔감이 없을 땐 어쩔 수 없다.

얼면서도 마르는 빨래같은 우리네 인생사

그래도 춥고 배고프던 유년시절이 마냥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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