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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점록 Mar 23. 2024

복기, 가장 지혜로운 용기다

복기는 아프지만, 그 때를 위함이다.

  바둑에서 복기(棋)는 패자의 시간이라고 한다. 대국의 내용을 두 대국자가 수순대로 재연하는 일이다. 전문기사들의 대국에서는 복기를 통해 상호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승패의 결과에 구애됨이 없이 바둑의 내용을 심층 검토하는 참으로 아름다운 전통이다. 승자는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고, 패자는 아쉬움과 분함으로 복잡한 감정이리라. 패자에게는 엄청 힘든 시간이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복기를 한다면 승자의 반열에 한걸음 더 가까워 질 것이다.

 

  패자는 자신이 둔 악수(惡手)를 되짚으며 잘못 둔 실수의 순간들과 직면한다. ‘바둑의 전설’ 조훈현 9단은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다. 자신의 치부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패전 후 복기의 고통을 토로한 바 있다. 바둑에서 복기를 회피하면 실력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복기를 게을리하는 하수들은 자신의 패착을 매번 반복해, 패배의 굴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인생사도 바둑처럼 복기를 해야 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쓰라린 기억을 헤집어 내어야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성공보다 실패할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복기가 필요하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터이다. 모든 일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상사 풀지 못할 문제가 없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바둑을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바둑판 위에 서 있다.

     



  이처럼 복기는 개인의 실력향상 외에도 인격수양과 조직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자기 개선과 성장을 위한 의지를 나타내며, 지혜롭게 행동하고 경험을 통해 배움을 쌓는 것이다. 이런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실수를 되새겨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거기에서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미래에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삶에서 어려움과 고통을 겪을 때도 그 경험을 돌아보고 깊이 생각해 보라는 의미이다. 이는 어려운 시기나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을 끌어내기 위해 어려움을 직시하고 극복하는 말이다. 성공한 일을 복기하면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 주고, 실패한 일을 복기하면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 준다. 살아가면서 삶에 꼭 적용해야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어떤 상황에서도 학습하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나는 작가로서 필력이 달리는 둔필임을 잘 안다. 그래서 상상력을 키우려 독서와 산책을 한다. 사색을 통해 심신을 다듬고, 생각을 키우고 넗히는 것이다. 글쓰기에도 복기가 가능할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꾸준한 습작을 통해 경험에서 지혜를 짜내야 한다. 실패한 경험을 조금도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를 해야 한다.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함이다.

  



  지역 관서장으로 근무할 당시 기억을 조심스레 반추해 본다. 관내 유흥가 밀집 지역에 흡연, 폭력, 소란 등 청소년 비행 신고가 급증했다. 주민들의 항의성 민원이 쇄도했다. 낮과 밤이 따로없이 현장 출동은 했지만 근원적 조치없이 급급했다. 직원들의 피로감도 증가하고 있었다. 대책을 강구해야만 했다. 낮에는 현장 답사를 통한 환경 분석를 했다. 우범 구역 순찰, 청소년 선도, CCTV 및 가로등 설치 교체, 학교장 간담회 등으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주요 사건의 접수 단계부터 마감까지 진행 상황을 복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똑같은 실수를 절대로 범하지 않으려는 비책이다. 자연스럽게 "잘해보자"는 다짐과 결의의 표정이 역력해졌다. 지역공동체 치안 활동으로 위기청소년 선도와 보호에 주력했다.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주민 치안만족도 또한 크게 향상되었다. 지역 언론에서 부각이 되기도 했다. 소통과 공감으로 성과를 창출했던 소중한 기억이 너무 그립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수많은 실수를 한다. 나무라지 말고 약점은 도와주고 허물은 덮어주자. 격려하는 강점은 말해주고 능력은 인정해 주자. 실패의 아픔은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실패를 묻고 가면 절대 안 된다. 소를 잃은 아픔이 있더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그리하면 또 다른 불행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복기, 절대 바둑기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변화'와 '성공'을 간절히 바라는 모든 사람이 꼭 시도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생 최고의 공부라 여기기 때문이다. 누구나 실패는 한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로 도전하여 목표에 도달하면 좋겠다. 쉬지 않고 복기하는 습관은 성공을 위한 귀한 발걸음이다. 더 나은 미래의 나침반이다.


   복기, 가장 지혜로운 다. 


#공감 에세이 #바둑 #복기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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