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마음의 소리이다.
말은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음성 기호다. 일상생활 중에 자주 접하는 잘못된 언어습관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다르다’와 ‘틀리다’이다. ‘다르다’는 ‘같다’의 반대말이고, ‘틀리다’는 ‘맞다’의 반대말이다. ‘다름’과 ‘틀림’은 그 의미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일천하지만 나름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제대로 쓰기를 소망한다. 최근들어 우리는 '다름'과 '틀림'을 너무 흔하게 혼용하고 있다. '다르다'고 표현해야 될 상황에서 '틀렸다'고 표현한다.
다름과 틀림의 뜻을 살펴보면 ‘다름’은 비교 대상과 같지 않다는 뜻이고 ‘틀림’은 정당한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명백히 뜻이 다른 단어임을 알 수 있다. 정리하자면 '다름'은 서로의 입장이 같지 않고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반면, '틀림'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 기준에 맞지 않고 그릇되고 어긋난 것을 ‘틀리다’고 할 수 있다. 즉, 틀림은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하는 부분이다.
결국 ‘다르다’고 말해야 할 때 ‘틀리다’라고 쉽게 말하면. 그 말을 듣는 사람들도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쉽게 받아들인다. 그러다 보니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틀린 것, 나쁜 것으로 평가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생각이나 의견을 가진 상대방은 대화의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사회 분위기는 불신이 확산되고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게 된다.
가치, 비전, 생각, 성별, 신념이 같지 않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를 뿐이다. 사소한 갈등의 원인은 대부분 ‘다름’을 ‘틀림’으로 보기 때문이리라. 나와 다른 사고를 가지고 있으면 그것을 틀리다고 인식한다. 그러면 서로 대화도 거칠어지고 껄끄러워진다. 대학(大學)에 이르기를 "말이 남에게 거슬리게 나가면 역시 거슬린 말이 자기에게 돌아온다."고 했다.
말은 생로병사를 겪는다. 아무리 말 자체가 생로병사를 겪고 다른 말과 경쟁을 치룬다지만, 그래도 이건 문제가 심각하다. 다름과 틀림은 그 뜻이 전혀 다른데, 왜 사람들은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이해하고, 그렇게 받아들이고, 또한 그렇게 말할까? 정확한 통계를 확인할 길 없지만, 솔직히, 요즘엔 혼용의 차원을 넘어, "틀리다"는 말이 "다르다"는 말을 거의 먹어버린 게 아닌가라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다시 한 번 확인해보면 ‘다름’과 ‘틀림’의 개념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틀림은 옳은 것을 찾아갈 수 있게 알려주고 고쳐주면 되지만 다름은 이해와 관용, 소통과 화합이 필요하다. 이 다름과 틀림에 대한 분별을 우리가 제대로 하지 못하기에 일상에서도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아니 어쩌면 우리들은 이 둘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구분하기 싫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요즘 대화 중에, 사람들이 "다르다"고 해야 할 때 "틀리다"로 표현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걔네들은 우리랑 틀려.”라고 하거나,
“이 집 주방장이 바뀌었나. 예전하고 맛이 틀리네.” 라는 식의 표현이다.
"여자들은 남자들과 틀려서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지" 자세히 살펴보면 '틀려서'는 '달라서'로 써야 맞는 표현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가장 혼동해서 사용하는 말이다.
"너와 나는 달라"와 "너와 나는 틀려" 중 어떤 표현이 옳을까? 물론 "너와 나는 달라"가 맞는 표현이다. 위의 예시처럼 ‘비교가 되는 둘 이상의 대상이 같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자 할 때는 ‘다르다’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 반면 ‘사실이 그릇되거나 어긋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할 때는 ‘틀리다’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 ‘다름’을 써야 할 자리에 ‘틀림’을 썼을 경우, 말의 의미는 엉뚱해지고 마는 것이다.
방송에서 간혹 유명 강사나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도 '틀리다'로 표현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K-본부 '바른 말 고운 말' 프로그램에서 꼭 방송을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집사람과 대화 중에도 잘못된 표현을 하면 지적하는 편이다. 집사람도 이제는 어느 정도 제대로 쓰고 있어 다행으로 여긴다.
다름을 인정하려면, 남을 이해하고 분별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 기본을 더 강하게 하는 것,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성품을 키우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을 연습하고 훈련하는 것이 우리의 자세가 아닐까? 나이가 들어가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다름을 인정하기 어려워지고 틀림을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그만큼 생각이 자기중심적이 되고 고착화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연하지 못하고 너무 단단하면 모든 것이 멈추어 버리거나 깨져버린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겠다.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다 보면 차이와 다름을 틀림 속에 가둘 수 있다. 다른 것을 틀리다고 인식하면 편견과 차별이 생기기 쉽다. 나와 같지 않으면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것, 나쁜 것이 된다. 성별 세대 인종 장애 학력 계층, 심지어 성격과 사고까지 나와 같지 않으면 틀렸다고 규정짓기도 한다. 우리 눈 앞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원인이 다름과 틀림을 구별하지 못하는 데 있다면 과장일까?
우리는 지금 다양성이 심화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남의 다름을 비난하지 않고 이해할 줄 아는 포용력, 남의 틀림을 회피하지 않고 고쳐줄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나의 다름과 나의 틀림을 우선 인정함이 중요하다.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은 틀림보다는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가 아닐까?
언어는 생각하는 도구라고 한다. 언어는 습관이기 때문에 바꾸기 위해선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내가 불편하다고 바꾸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에게 고스란히 옳지 않은 언어를 물려줘야 한다.
경제 활동이나 문화의 교류 따위가 전 세계를 무대로 이루어지는 글로벌 시대다. 다문화 사회 이행으로 외국인들의 이주가 빈번한 만큼 원조답게 우리말을 제대로 써야 함은 당연하다.
말은 마음의 소리이다. 글은 생각의 표현이다. 그래서 말과 글은 내면의 인격이고 행동은 마음의 거울이다. 짧은 말 한마디가 사이가 돈독해지기도 하지만 끊어지기도 한다. 지금부터 제때 제대로 쓰자. '다름'은 '틀림'이 절대로 될 수 없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바른 말을 쓰면 어떨까?
다름은 이해의 대상이고 틀림은 고침의 대상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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