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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점록 Mar 07. 2023

세상에 없던 세상살이

카이로스와 멋진 춤을

 위기인가


  누구나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듯 퇴직은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한다. 어떤 사람들은 퇴직일자를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남은 기간 하루라도 마지막날까지 보람차게 몸을 움직이는 사람도 있다. 퇴직은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 속이다. 변화는 위기와 기회가 함께 오지만 기회는 위기 뒤에 꼭꼭 숨어서 온다.  언론매체와 SNS에는 소위 퇴직에 따른 재테크 등 인생 2 모작을 준비하라는 메시지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간한 ❰신중년 경력설계 안내서❱에 의하면, '은퇴 후 변화에 대비하기'가 맨 먼저 나온다. 퇴직 후 신중년은 지위, 생활리듬, 소비 수준, 가정 내 역할, 체력 등 다섯 가지 변화를 겪는다고 하였다. 즉 실패 없는 인생 후반전을 펼치기 위해서는 나 다운 직업을 구하고, 새로운 생활리듬을 만들고, 경제적 자유를 위해 일자리를 찾고, 적극적인 대인관계에 나서며, 여가와 건강을 알차게 챙겨야 함을 설명하고 있다.   


 은퇴와 퇴직은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국립국어원 자료에 따르면 은퇴는 직임에서 물러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을 뜻하고, 퇴직은 현직에서 물러 남을 설명하고 있다. 은퇴는 그야말로 인생의 마지막 직임에서 물러나는 것이고, 퇴직은 지금 하는 일에서 물러나 또 다른 창업이나 재취업 그리고 봉사활동을 하는 등 일을 더 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은퇴하기까지 인생 후반전을 황금기로 꼭 만들고 싶다.




 워밍업   


  가끔 지인들과의 만남도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워밍업의 과정일 것이다. 꿈같은 시간을 보내던 중, 얼마 전작년 말 같이 퇴직한 K소장과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퇴임식 후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눈 지 딱 한 달 만이다. K소장은 반갑게 악수를 나누자마자 숨도 쉬지 않고 한탄조로 말을 건네왔다.

  "소장님! 강둑에 물이 넘치듯 남는 게 시간인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시간 제약 없이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렵니다." 나는 쉽게 대답을 하였다.

  "그럼 소장님은 어떻게 지내십니까?" 나는 짐짓 짐작을 하면서도 묻는다.

  "시쳇말로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처럼 엄청 바쁩니다."라는 대답에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공감을 표한다. 나도 바쁜 것을 체험하고 있으니까.

  "비록 미미하지만 집안 내 역할 분담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가정 내 역할'에 대해 말을 꺼냈다.

  "어떻게 역할 분담을 했습니까?" K소장이 궁금한 듯 물어왔다.

  "저는 세계평화를 위해 설거지를 합니다." 내가 웃으면서 대답하자,

  "대단합니다."라며 L소장은 양손으로 엄지 척척을 해준다.

  

  K소장은 청춘의 찬란한 시기의 영웅담을 이야기할 때는 사자후를 토하듯 열정이 가득 묻어나기도 했다. 그리고 '지는 힘보다 놓는 힘이 더 든다'는 속담도 있듯이 마지막 임지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것에 함께 감사를 표했다. 또한 단조로운 일상에 활기찬 에너지를 주는 취미생활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렇게 서로에게 즐거운 시간을 뒤로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알차게 차곡차곡 시간을 채우는 것도 풍요로운 삶의 자양분이 아닐까 싶다. 인생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을 알기에 저축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요즈음 건강한 아침을 위해 뿌듯한 저녁 운동 루틴인 근력운동을 조금씩 하고 있다. 오래 살려면 근감소증을 관리를 꼭 해야 한다는 어느 의사의 말을 듣고 나름 노력 중이다. 그리고 글감을 캐기 위해서 퇴직일기도 쓰고 있다.   


퇴직 한 베이비 부머들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퇴직 이후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다면 당연히 관계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기회이다 


  먼저 퇴직 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새 출발을 하면서 면사무소 협력단체에 가입을 하였다. 지역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월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여러 가지 정보를 습득하니 더 넓은 세상을 보는 것 같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 너무 좋다. 귀한 만남을 통해 기회는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에 집안 애경사에 참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자들께서도 잘 알고 계시듯이 하루 24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져 바꿀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크로노스의 시간이다. 여기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면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전화될 수 있다는 것을...... 또한 카이로스의 시간은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마음을 가지느냐에 따라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생 2막'은 전인미답 즉, 미지의 세계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부딪히고 넘어지며 배워갈 수밖에 없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전직지원센터에서 채용 및 교육정보를 알려주어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N잡러가 되기 위한 공부도 조금씩 하고 있다.


  내가 현직에 있을 때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한 '톡톡 데이'시간에 자주 인용 한 말이 있었다. 세상살이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한 '지금의 나는 어제 선택의 결과이고, 내일의 나는 오늘 선택의 결과이다.'란 말이었다. 우리의 선택엔 결과가 있고 우리는 그 결과가 무엇이든 선택한 결과를 먹으며 살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세상에 없던 세상살이를 찾는 것이다. 결국 기회의 신 카이로스와 멋진 춤을 추기 위한 간절함 때문이 아닐까?  

 


이미지 출처 : Pixabay로부터 입수된 Jorge Guillen님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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