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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점록 Apr 11. 2023

콩나물 예찬

콩나물이 근육과 뼈
건강에 좋다.

콩나물이 몸에 좋다는 것은 독자분들께서도 잘 아실 터이다. 면역력 향상, 피부미용, 변비 개선, 빈혈 예방,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에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뼈 건강과 치매예방에 좋다고 하니 나 같은 신중년에게 추천되는 식품이다. 콩나물은 어떤 식사에도 맛있고 영양가가 더해진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재료가 되는 대두는 전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작물이지만, 싹을 틔워 먹는 것은 대한민국에서만 주로 소비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 콩나물로 번역되고 사용되는 것들은 대부분 녹두를 이용한 숙주나물이라고 한다. 콩나물은 우리만의 우수한 식품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 우리 집에서는 콩나물을 자주 길러 먹었다. 나는 밖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집에 오면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곤 했다.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또한 먹먹함과 아련함이 밀려온다. 엄마는 이른 아침부터 밤이 늦도록 몸을 움직여야 했다. 그때만 해도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던(日出而作 日入而息)' 고단한 농촌살이였다. 


먼저 아침 식사준비를 위해서는 샘터에 가서 물을 길어와야 했다. 그리고 쌀을 가마솥에 안친 다음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그리고 반찬 담기, 밥상 나르기, 설거지 등 쉴틈이 없을 정도이다. 한겨울에는 냇가에 가서 언 손으로 빨래하기가 일쑤였다. 여름에는 집안일이 산더미지만 밭에 가서 김매기를 하셨다. 그리고 해가 지면 또 저녁 준비까지, 아! 얼마나 힘드셨을까? 엄마의 허덕이던 모습들이 파노라마가 되어 지나간다. 마치 '여자의 일생'의 노래가사처럼 눈물로 보내셨다. 

(가마솥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 짓던 모습)

엄마생각에 콧날이 시큰거리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세월을 탓할 수도 비교해서도 안 되지만 가슴이 저며온다. 엄마는 대접을 받는 것이 사치였다. 못난 자식의 치사랑은 아예 받아보지도 못하셨다. 그렇게 한 많은 세상을 사신 것이었다. '인정은 물과 같아서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라고 한다. 그렇지만 불효막심한 죄책감은 앙금이 되어 아직도 남아 있다.  


나는 지금 편안하게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고 있다. 정성 어린 엄마의 콩나물에 감히 비할 바는 못되지만, 기억의 저편에 있는 엄마의 고단했던 삶을 반추해 본다.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갈 수 있다면 옥체를 편히 쉬도록 하고 싶다. 하루에 세 번씩 물을 주고 있다. 새싹으로 변하는 콩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쑥쑥 자라는 콩나물을 보면서 고개를 끄떡인다. 이처럼 콩나물 재배의 또 다른 즐거움은 함께 오는 성취감이다. 즉 보람된 경험이 될 수 있음이다. 


혹자는 "그냥 사 먹자"라고 지나가는 말을 할지도 모른다. 새싹이 나날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자연의 힘과 우리의 능력을 일깨워 준다. 아이들에게는 건강한 식습관과 추억을 만드는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리고 신선하고 영양가 있는 반찬을 추가할 수 있는 매우 좋은 방법이라 여긴다. 


집에서 기르는 콩나물의 장점은 많다. 신선도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최대한 풍미를 더할 수 있다. 건강한 재료를 식사에 추가할 수 있는 접근 가능한 저렴한 방법이다. 작은 콩이 다양한 요리에 추가할 수 있는 영양가 있는 식품이 된다. 콩나물에는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제 등의 영양소가 가득하다. 또한 단백질과 섬유질의 좋은 공급원이므로 어떤 식사에든 건강에 더할 수 있다.

(7일 차)

잘 알고 계시겠지만, 먼저 콩 싹을 틔울 콩의 종류를 선택해야 한다. 흐르는 물에 깨끗이 헹구어 이물질을 제거한다. 콩을 8~10시간 정도 물에 담가 불린다. 이렇게 하면 콩이 부드러워지고 발아 과정이 시작된다. 불린 콩을 항아리나 용기에 담는다. 콩나물은 촉촉하게 유지해야 되지만 물에 담기지 않아야 한다. 하루 이틀 지나면 콩에서 새싹이 나기 시작한다. 콩의 종류와 집 안의 온도에 따라 자라는 기간은 약간 다르다.


콩나물이 원하는 만큼 자라면 물기를 제거한다. 흐르는 물에 깨끗이 헹구고 헐거운 껍질을 제거한다. 마지막으로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면 된다. 지금은 콩나물 재배기까지 등장했으니 참으로 좋은 세월이다. 여러 가지 도구와 방법들이 많이 있다. 나는 엄마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시루에 기르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집에서 재배하는 것은 책임감의 가치를 가르쳐준 보람 있는 경험이다. 콩 발아는 최소한의 도구로 도 가능하다. 며칠 만에 신선하고 영양가 있는 콩나물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풍미가 있다. 그저 '콩나물 예찬'으로 끝나서는 안 될 말이다. 오늘 저녁은 개운한 콩나물국이 제격인 듯싶다. 아울러 독자분들에게 콩나물 재배를 권하고 싶다. 기분이 나쁘지 않다. 시쳇말로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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