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쓰는 말이 곧 우리의 삶입니다
경기도 용인시의회(의장 유진선)가 공공문서에서 외래어와 외국어, 신조어 사용을 자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용인시 국어 진흥 조례' 제정에 나섰다. 시민의 일상 가까이에서 행정을 다시 세우겠다는 이 시도는, 언어를 통해 시민과 소통하려는 지방자치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공공언어는 단순한 표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행정이 시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태도이자, 시민 참여의 문을 여는 첫 관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례 추진은 시의적절하며,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공공언어, 배려를 넘어 '기본권'의 영역으로
국어기본법은 공공기관이 국민 누구나 일상에서 불편함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바른 국어로 공문서를 작성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권고를 넘어,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고 민족문화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국가적 책무에 바탕을 둔 원칙이다.
그러나 행정의 현장에서는 이러한 취지가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편의 위주의 행정 관행과 외국어에 대한 과도한 의존 속에서, 공공문서는 어느새 모두를 위한 소통의 언어가 아니라 일부만이 이해할 수 있는 문서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그 간극만큼 시민과 행정의 거리는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김희영 의원 등 12명의 의원이 발의한 이번 조례안은 단순히 우리말을 아끼자는 감성적 호소에 머물지 않는다. 이는 정보로부터 소외되는 이웃이 없도록 하겠다는 행정적 결단이자 인권의 문제다. 어려운 행정 용어는 어르신이나 외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에게 시정 참여를 가로막는 거대한 문턱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은 시민이 시정의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기본적인 배려이자 보편적 복지의 시작이다.
지역의 색을 담고 정책의 책임감을 더하다
이번 조례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외국어 간판에는 한글 표기를 병기하도록 권장하고, 공공 영역에서 무분별한 신조어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는 등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는 도시의 언어 환경이 곧 그 지역의 얼굴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조치다.
더 나아가 용인 지역 고유의 정서가 담긴 '지역어'를 보존하겠다는 방향성도 눈길을 끈다. 표준화의 이름으로 사라져가는 지역의 말과 이야기를 지켜내는 일은, 지자체가 감당해야 할 중요한 문화적 책무다. 여기에 시의 국어 정책을 총괄할 '국어책임관'을 지정하도록 한 점은, 이 조례가 일회성 선언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용인에서 시작된 변화, 대한민국의 표준이 되기를
말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며, 공공언어는 행정이 시민을 대하는 태도를 투영한다. 딱딱하고 낯선 외국어 대신 정겹고 명확한 우리말이 공문서를 채울 때, 시민들은 비로소 행정이 자신들의 삶 가까이에 있음을 체감하게 된다. 화려한 수식어보다 진솔하고 명료한 우리말 한마디가 시민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법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변화하는 언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과 지역어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오는 2월 5일 임시회에서 심의될 이번 조례안이 용인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로 확산하기를 기대한다.
용인시의 글자가 시민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와 정확한 정보가 되는 날, 우리 민족문화의 뿌리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언어의 문턱이 없는 도시를 향한 용인의 도전이 전국의 지자체에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용인시의회 #국어진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