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이 시작한 변화, 대한민국이 답해야 할 물음표가 되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 갈 일은 늘어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병원 문턱은 더 높아진다. 거동이 불편해 집을 나서는 일부터가 큰 결심이 되고, 키오스크 앞에서는 한참을 서성이다가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접수·수납·처방전 수령까지 이어지는 복잡한 절차는 몸보다 마음을 먼저 지치게 한다.
"병원 한 번 다녀오면 하루가 다 간다"는 어르신들의 말에는 과장이 섞여 있지 않다.
이른바 '의료 소외'의 그림자다. 병원이 멀어서가 아니라, 병원까지 가는 과정이 버거워 치료를 미루는 현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인특례시가 팔을 걷어붙였다.
혼자 가는 병원길, '원스톱 케어'가 동행하다
용인특례시는 지난해 시범 운영해 이용자 만족도 99%를 기록한 '고령 어르신 병원 동행 서비스'를 올해부터 정식 사업으로 전환했다. 핵심은 단순한 이동 지원이 아니다. '전문 매니저의 전 과정 밀착 동행'이다.
매니저는 어르신과 함께 병원을 방문해 접수와 수납을 돕고, 진료 후에는 처방전 수령과 약국 방문까지 함께한다. 올해부터는 환자 맞춤형 '원스톱 케어' 시스템을 도입해 서비스 완성도를 높였다.
병원 문을 나설 때까지, 어르신은 혼자가 아니다. 보호자가 매번 시간을 내기 어려운 현실에서 이 서비스는 가족의 부담까지 덜어준다.
전국 최초 '실증특례' 차량 플랫폼 도입
이동 수단 역시 주목할 만하다. 용인시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전국 최초로 '실증특례' 승인을 받은 전용 차량 플랫폼을 활용한다. 제도적 한계를 넘어선 이 플랫폼은 안전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확보해 '적극행정 우수사례'로도 선정됐다.
어르신의 신체 조건과 이동 상황을 고려한 차량 운영은 단순한 택시 서비스와는 다르다. 의료 이동에 특화된 공공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제적 문턱도 낮췄다. 시가 매니저 인건비를 직접 지원해 이용자는 2시간 기준 2만 원(차량 실비 포함)만 부담하면 된다. 시중 민간 서비스의 20% 수준이다.
소득과 관계없이, 용인시에 거주하는 70세 이상 어르신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초고령 사회, 지자체의 역할을 묻다
한국은 이미 초고령 사회 문턱에 서 있다. '병원 동행'은 더 이상 개인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돌봄 공백을 메우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용인특례시의 사례는 지자체가 플랫폼을 직접 구축하고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공공 복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행정이 한 발 먼저 움직이면, 어르신의 한 걸음이 훨씬 가벼워진다.
서비스 이용은 전용 콜센터(070-8211-0390)를 통해 예약할 수 있으며, 누리집 예약은 오는 9일부터 가능하다. 병원까지 가는 길이 두려움이 아닌 안심이 되는 도시.
용인의 변화는 이제 초고령 사회의 해법을 제시하는 시대적 이정표로 자리매김했다. 이 변화의 흐름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재설계하는 핵심 엔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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