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없어 잔뜩 먼지를 뒤집어 쓴
전화기를 꼼꼼히 닦았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정든 이름을 부르자
금방 북적북적 사는 맛이 난다
너도나도 뒤는 안 돌아보고
새처럼 훨훨훨 날아갔다
오는 세월 막을 수는 없지만
전화기 소리가 듣고 싶다 꿈일지언정
참으로 편한게 다 좋으랴
정말로 새것이 다 좋으랴
알아서 얻은 것 많아도
몰라서 잃는 것 많으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귀에 들리지 않는다고
허투루 잊으면 잊는다
귀하지 않은 만남은 없으니
미소띤 얼굴로
팔짱끼고 서 있지만
보물 같던 다이얼 전화기와
하릴없는 내 모습이 왠지 닮은 꼴이다
작가 노트 : 다이얼 전화기는 과거에 널리 사용하였던 전화기입니다. 지금은 통신 기술의 발달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 신세로 전락한 모습이죠. 스마트폰의 편리함을 좇다보면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분명 있다고 봅니다. 어찌보면 우리 인생살이처럼 느껴집니다.
출처 : Pixabay의 MabelAmber님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