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이 깊은 그늘로 갔다가
아차 싶어 햇볕 쬐러 금방 나왔다
은은한 주황으로
익어가는 마을이 얼핏 보인다
햇살 가득 머금은 여러 낮
비를 머금은 구름조각들의 여러 밤
여물고 무르익는 열매처럼
오롯이 땅내를 맡아야 하리
날이 갈수록 정이 쌓이고
사랑도 점점 깊어가네
고맙다 미안하다
이 가을엔 말하련다
보고 싶은 벗들아
그리운 나의 고향아
고개 숙인 벼처럼
더 낮아지고 낮아지리
아! 마음 익는 가을이고 싶다
작가 노트 :
시나브로 가을하는 가을입니다.
뜨거운 햇볕과 비바람을 받아내어 땅내를 맡아 익어가는 계절입니다.
과연 저에게도 잘 익은 알곡이 있는 지 스스로 물어봅니다.
아! 마음 익는 가을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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