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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익는 가을

by 이점록

생각 없이 깊은 그늘로 갔다가

아차 싶어 햇볕 쬐러 금방 나왔다

은은한 주황으로

익어가는 마을이 얼핏 보인다


햇살 가득 머금은 여러 낮

비를 머금은 구름조각들의 여러 밤

여물고 무르익는 열매처럼

오롯이 땅내를 맡아야 하리


날이 갈수록 정이 쌓이고

사랑도 점점 깊어가네

고맙다 미안하다

이 가을엔 말하련다


보고 싶은 벗들아

그리운 나의 고향아

고개 숙인 벼처럼

더 낮아지고 낮아지리


아! 마음 익는 가을이고 싶다



작가 노트 :

시나브로 가을하는 가을입니다.

뜨거운 햇볕과 비바람을 받아내어 땅내를 맡아 익어가는 계절입니다.

과연 저에게도 잘 익은 알곡이 있는 지 스스로 물어봅니다.

아! 마음 익는 가을이고 싶습니다.


#가을 #고향 #열매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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