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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점록 Nov 15. 2023

다산 정약용 선생을 만나다

문학의 샘을 찾아서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말. 더 없이 하늘이 드높다. '인생나눔교실' 멘토링 선생님들과 야외 활동을 위해 다산 정약용 유적지를 탐방하기로 했다. 다산 선생의 숨결이 서려있는 곳이다. 이는 글쓰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상상력과 창의력의 고양시키기 위해 마련하였다. 하남도서관에 사전 야외활동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간단하게 준비사항을 점검 후 차에 올랐다. 마치 소풍가는 아이들 마냥 잔뜩 신이 난 표정들이다. 


  시내는 벗어나자 우리는 서로 번갈아가면서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아! 이 얼마 만의 즐거움인지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한차례 노래가 끝날 즈음에 다산 유적지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나는 사실 이곳이 처음이다. 알고보니 주차와 입장료 모두 무료다. 먼저 도착 한 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 곳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M선생님께서 해설사 역할을 했다. 사실 오늘 문화해설사를 모시기로 했는데 쉬는 날이었다.


  잠시 다산 선생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조선 정조 때 실학자로 호는 다산이다. 1762년에 경기도 광주군(현재의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서 출생하여, 문장과 유교 경학 뿐 아니라 천문ㆍ지리ㆍ과학 등에도 밝았다. 진보적 학풍을 총괄 정리했으며, 실사구시를 추구하는 태도는 그의 학문 정신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500여권의 방대한 실학 관계 저작을 완성했다. 시(詩)와 문(文)으로도 뛰어난 저서를 많이 남긴 살학의 집대성자다.   

 



  유적지로 들어가기 전 수 많은 책들을 나선형 탑으로 표현한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형물을 지나 생가인 여유당 앞에 섰다. 사랑채와 안채로 꾸며져 다산의 성품처럼 소박하다. 기교는 없으나 예스럽고 소박한 멋이 있다. 당시 나라의 부패를 꾸짖던 선생의 청렴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그리고 꼿꼿하고 검소한 선생의 생활이 그대로 보존되어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한 걸음이면 뛰어 넘을 것 같은 여유당의 낮은 담장에는 허물없이 백성들의 기쁨과 아픔을 함께하고자 했던 선생의 깊은 마음이 담겨 있는 듯 하다.


  정작 발걸음을 재촉하는 곳은 나지막한 언덕위에 자리한 정약용 선생과 부인(풍산홍씨)의 합장묘이다. 모진 비바람에도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박한 호석의 보호가 오히려 옷깃을 여미게 한다. 약속이나 한 듯이 우리 모두는 숙연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여 참배를 했다. 다산 선생은 비록 시대를 잘못 만났지만 그럼에도 뛰어난 족적은 존경심과 동시에 아픔을 느꼈다. 


   다산 유적지 입구에는 '다산 문화의 거리'에 정약용 선생의 얼이 느껴지도록 수원성 축조에 사용된 거중기 전시 및 동판에 선생이 집필하신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이 새겨져 실감이 난다. 다음은 시대를 앞서 간 선구자의 업적과 자취가 전시된 기념관을 탐방할 차례이다. 기념관 내에 들어서면 다산 선생의 일대기를 디오라마로 연출하였다. 이는 역사적인 사실을 생생하게 경험하도록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조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비견되고 있다. 이는 학문의 영역과 깊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천재였기 때문이니라. 그의 후반부 삶 대부분을 지배한 유배로 인해 다산의 학문이 집대성된 것은 아이러니다. 거대한 강줄기가 만나는 이곳 능내리에서 다산은 역사의 도도한 흐름도, 삶의 덧없음 모두 깨닫고 생을 마감 했으리라. 지레 짐작해 본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7세때 한시를 쓰고, 10세에는 자작시를 모아『삼미자집(三眉子集)』이라는 시집을 냈으니, 작가로서도 천재성을 보였다. 오늘 우리가 다산 유적지를 찾은 목적이 있다. 물론 자연을 벗삼아 멋진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릇 여기는 역사공부와 더불어 강변의 시정(詩情)에 젖어볼만한 곳이 아니던가? 글쓰는 작가의 혼을 함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배꼽시계는 정확히 정오를 가리키고 있다. 서둘러 맛집으로 향했다. 매운탕으로 꽤 유명한 집이라는 소개에 우리는 숨도 쉬지 않고 점령군처럼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매운탕을 주문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던가? 팔당호 호수를 바라보며 마치 밥도둑처럼, 맛있게 허기진 배를 채웠다. 우리는 사진을 찍으며 식정으로 더욱 다져진 친구같은 사이가 되었다.



  

  점심을 먹은 후 자연 속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다산생태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팔당호의 맑고 푸른 물은 반기듯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며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고 있었다. 우리나라 제1의 강 풍경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 지고 있다. 수려한 자연경관에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으며 가을을 만끽하고 있었다. 우리는 자연과 벗 삼아 문향을 느끼고 싶어 정자 한 곳을 정했다. 너나없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뽐내며 문학의 샘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 꽤 유명한 카페를 찾았다. 서서히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여러 선생님들의 소감을 버무려 하나로 표현하면 젖어있던 마음들이 햇볕에 잘 말라 뽀송뽀송해졌다는 느낌이다. 마음 가득 기쁨이 가득하다.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야외로 나오고 싶다.

 

   '인생나눔교실' 에서 문학 강의를 진행하면서 나 자신이 더 많이 배우고 있다. 그야말로 인생을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다. 세상을 향해 경험과 지혜를 나누다 보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다.  

  나는 소망한다. '인생나눔교실' 에 참여하는 선생님들 모두 좋아하는 글을 마음껏 쓰는 작가가 되기를……


  스스로의 자제력과 분별력을 가지고 행동하는 힘, 바로 용기다. 각자의 고유한 상황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이해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데에 있다. 용기는 때로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데에서 발현될 수 있다. 모름지기 작가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앞에 놓인 종이에 진솔하게 쓰는 것이다. 이처럼 쓰는 행위를 통해 나아질 수 이는 존재, 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 일인가?


  다산 선생이 가르쳐 준 '문장을 이루는 법'이 일침처럼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꽃을 급히 피어나게 할 수는 없다." 

 

#공감에세이 #문학 #유적지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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