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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점록 Mar 01. 2023

남매의 실종

특명! 남매를 구하라

  Code1 


'다가올 미래사회 최고 가치는 청소년'이라는 대명제에는 아마 독자분들께서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몇 개월 전 우범지역에 대한 청소년비행 신고가 급증하여 본서 주무부서와 특단의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민ㆍ관 합동순찰을 대대적으로 실시하였으며, 청소년클린포인트 및 로고젝터 설치, CCTV설치 등 관내 청소년비행 예방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갔다. 


한 주민은 "청소년 클린포인트 안내판이 곳곳에 설치돼 해당장소에서 흡연하는 청소년들이 많이 줄었다"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일련의 활동으로 청소년비행 신고가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지역공동체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하기도 하였다. 안전한 학교 환경을 위해 학교장 간담회를 실시하여 서로 간의 공통분모를 찾아 간극을 좁히고 있었다.  


그러던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12월 어느 날, 평소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00 중학교 교장선생님에게서 휴대전화 벨이 울린다.

"안녕하세요 교장선생님 별일 없으신지요?" 나는 전화를 받으며 반갑게 인사를 드렸다.
"네 소장님 우리 학교 아이가 등교를 하지 않고 연락도 안되어 걱정이 됩니다."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교장선생님의 목소리는 평소와는 달리 힘이 없고 가라앉은 목소리여서 더욱 온몸에 긴장감이 팽만해졌다.


나는 순찰차를 학교로 급파하여 선생님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뒤 신중하게 대응하도록 지시했다. 

아울러 "시험기간이라 최대한 조용하게 출동해 달라"는 학교 측의 요청 내용도 전달했다.

그러고 나서 112 신고시스템을 열어 신고내용을 보니 'CODE1'으로 접수되어 있다. CODE1은 112 신고 대응단계로 '생명과 신체에 위험이 임박하거나 발생하였거나 현행범인을 목격하였을 때' 긴급사건으로 분류하여 최단시간 내 현장도착을 목표로 소위 골든타임 확보 대응 차원이다.

    

        "아이가 연락이 안 된다 / 남동생도 연락이 안 된다/ 부모님도 연락이 안 된다"는 등의 내용이다. 


관련부서인 실종팀과 여청과에 이미 공조가 취해지는 등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실종팀은 동선 추적 등, 여성청소년과는 아동학대, 방임 여부를 수사하게 된다. 담임선생님의 전언에 따르면, 어제 아침에 감기가 심해 학교 가지 못한다는 전화 통화가 마지막이라는 것이었다. 순찰차는 우선 주거지로 달려가 수색을 했지만 인기척이 없자 주변 주민들에게도 수소문을 했지만 아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실마리를 찾아서 


출동 나간 직원들이 상기된 얼굴로 귀소 하자마자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하였다. 만약 여러 가지 방법이나 실마리를 더듬어 찾아봐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마지막 수단으로 119 소방서에 공동대응 협조를 구해 문을 개방하는 것을 염두에 두기로 하였다.  


불현듯 뇌리에서는 세상에 경종을 울린 2014년 2월에 일어난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과 2022년 8월에 일어난 수원 세 모녀 사건 등이 오버랩되면서 불길한 생각들이 계속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혼자 속으로 "만약 일가족 동반 자살을 했으면 어떻게 하지" 등 걱정은 걱정을 낳고 소설을 쓰고 있었다.

 

나는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인근 지역에 있는 00 희망학교에 입소하기도 했다는 것을 사실을 듣게 되었다. 그곳은 2014년에 문을 열어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의 정서적 회복을 도와주어, 미래사회에서 살아갈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을 하는 곳임도 알게 되었다.  


나는 00 희망학교 선생님과 통화할 수 있도록 내 연락처를 전해 달라고 담임선생님께 부탁했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벨이 울린다. 나는 직감적으로 희망학교 관계자라 생각하고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관계자와 어렵게 연락이 닿아 아이를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상황을 물어보았지만 신병을 찾을만한 단서를 들을 수는 없었다. 일분일초를 다투는 긴박한 시간이 속절없이 흘렀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었다.




❙'함께'라는 보석 


촌각을 다투며 보내던 중 출동한 직원이 요구조자 중 누나의 같은 반 친구를 통해 전화번호가 바뀐 사실을 전해 듣고 극적으로 통화를 하게 되었다. 통화한 내용은 이렇다. '남매는 얼마 전 이사한 할머니 댁에서 지내고 있으며 누나는 몸이 아파 쉬고 있고, 동생은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귀가 중'이라는 것이었다. 


곧바로 이사한 할머니댁 주소를 확인하여 그쪽 지역 순찰차를 보내도록 공조를 요청하였다. 잠시 후 출동한 순찰차로부터 "남매와 어머니 모두 할머니댁에서 신변에 이상이 없이 무사하다"는 무전소리가 어두운 터널 속에서 한줄기 빛줄기처럼 들려왔다. 나는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우리 모두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주먹인사를 나누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 걱정에 노심초사하고 계실 교장선생님께 가장 먼저 소식을 전해 드렸다.

"교장선생님 아이들을 찾았습니다. 둘 다 무사합니다."

"휴 참으로 다행입니다. 너무 감사드린다"며 교장선생님의 감동한 마음이 전해오는 듯했다.


'특명! 남매 구하기'는 이렇게 단순한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지만 가슴을 쓸어내리야 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소소하지만 궁금한 일은 꼭 듣고 싶어 하는 마음은 꼭 자리하고 있다. 오늘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나름의 '함께'라는 소중한 보석을 찾은 느낌이다. 책상 위를 정리하면서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도움을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이미지 출처 : Pixbay로부터 Gerd Altmann님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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