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스터 말고 힙시퍼 - 이모

[이모저모세모] 2022년 06월호

by 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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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스터 말고 힙시퍼



[이모] 힙? 난 그런거 모르겠고.


힙? 도대체 그게 뭔데?


세상을 살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힙, 힙스터이다. 힙을 모르는 사람이 힙스터에 대한 글을 쓰게 됐다. 그래서 좀 찾아봤다. 도대체 힙이 뭔데?


책 『후 이즈 힙스터?+ 힙스터 핸드북』에 따르면 힙스터는 1940년대의 재즈 팬을 지칭하는 힙(hip)에서 왔다고 한다. 한국의 힙스터와 미국의 힙스터는 그 발달 과정이 조금 다른데 난 한국 사람이니 한국의 힙스터를 중심으로 설명해보려 한다.


위의 책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2014년 홍대를 비롯한 이태원 등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낙후된 지역에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려와 임대료가 올라가고,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이 심해지고, 소설가 김사과가 2011년에 「프레시안」에 기고한 이 책의 리뷰 ‘홍대 앞 좀먹은 힙스터들, 다음 타깃은 이태원?’(2011.07.08)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힙스터라는 단어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김사과는 이 리뷰에서 ‘힙스터라는 존재 자체가 인간이라기보다는 온갖 유행하는 품목이 진열된 상점의 쇼윈도에 가까워서 그것을 하다 보면 그 온갖 진기한 품목들에 매료되거나 혹은 그것들을 모두 묘사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서 결국 논의 자체가 힙스터 품목을 늘어놓은 또 하나의 쇼윈도가 되어버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일으킨 장본인을 찾고 싶어 했고, 김사과의 리뷰를 읽은 사람들은 정확히 누구를 말하는지도 모르고 실제로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힙스터를 젠트리피케이션의 피의자로 몰아갔다. ‘읽지 않으면서 서점에서 책 사진을 찍는 사람’, ‘모두 똑같은 옷차림을 하고 셀피(selfie, 셀프 카메라)를 찍어 SNS에 올리는 사람’, ‘외국 음악이나 홍대 인디밴드 음악 듣는 사람’, ‘독립 영화만 보는 사람’, ‘빈티지 옷만 입는 사람’ 소위 ‘홍대 예술 병에 걸린 사람들’이라고 불리던 젊은이들을 지칭할 수 있는 단어로 힙스터는 안성맞춤이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서울의 특정 지역-홍대 혹은 이태원-을 중심으로 모여서 노는 젊은이를 힙스터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힙스터는 도시에 거주하고 현재 유행하는 하위문화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흡수하는 20, 30대라고 할 수 있으며 도시 생활에 적응하여 누구보다 잘사는 존재인 동시에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도시를 탈피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서울에 살던 젊은이들이 좀 더 자유롭고 느린 삶을 살기 위해 제주도나 양양, 혹은 지리산 같은 지방으로 이주했다.


미국에서는 힙스터를 돈 많은 젊은이라고 정의하지만, 한국의 힙스터는 비록 돈은 없지만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젊은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힙스터가 ‘(~에 대한) 부심’ 정도로 희화화되긴 하지만, 사실 힙스터는 문화계급이다(소비층이라고 하기에는 한국의 젊은이는 돈이 너무 없다). 그래서 작은 자본으로도 소비할 수 있으면서, 다른 계급과의 ‘차이’를 드러낼 수 있는 ‘소소한 문화생활’에 집중하게 된다.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종합하면, 힙스터와 보통 사람들을 구분 짓는 것은 ‘취향’일 것이다. 힙스터가 좋아하는 것들이 그들을 힙스터로 만든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특별한 것, 좋아 보이고,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것들을 발견하여 퍼뜨린다.


사람들이 쉽게 힙스터라는 말을 놀림거리로 사용했던 이유는 ‘남과 다른 모습’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적인 인식에 이미 흡수되어 있어서일 것이다. 오로지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것을 하는 힙스터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 어렵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고, 새로운 것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쉽게 얻을 수 없고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중에도 분명 좋은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좋은 것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힙스터라고 생각한다. 각자 본인이 좋아하는 것, 취향에 따라 좋은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직접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고, 이런 행동이 여러 분야에서 많이 생겨나면 생겨날수록 우리의 생활이 좀 더 풍부해질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넌 힙스터가 아니야?


현재 힙스터는 유행하는 하위문화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흡수하는 20, 30대이며, 다른 사람과 자신을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특별한 것, 쉽게 얻을 수 없는 것 중에 좋은 것,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것들을 발견하여 퍼뜨리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정의를 읽어본 당신은 힙스터인가?


나는 아니다. 힙스터는 유행하는 문화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흡수해야 하는데 나는 유행을 잘 따라가지 못한다. 태생이 느린 인간이고 빠르게 변하는 것보단 오래가는 걸 선호한다. 게다가 지극히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눈을 갖고 있기에 하위문화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래도 접하면 잘 흡수하는 편이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오로지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것을 하는 건 지금의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난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흡수는 잘하는,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긴 한 애매한 힙스터이다. 이런 나를 힙시퍼(힙해지고 싶은 사람)라고 정의하려 한다.


여전히 난 힙을 모르고 힙스터가 되기엔 따라가지 못하는 힙시퍼이다. 하지만 힙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래서 까짓거 내가 다시 정의하기로 했다.



내가 정의하는 힙


마마무의 HIP이라는 노래 가사 중 이런 부분이 나온다. ‘코 묻은 티 삐져나온 입 떡진 머리 난 상관없지’ 이렇듯 힙은 당당함이 포인트다. 나의 힙은 여기서 시작한다. 당당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당해지기 위해선 본인에게 자신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본인에게 자신 있는 사람은 본인의 기준을 만족하는 사람이다. 또한 본인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기준을 정해봤다. 내가 생각했을 때 괜찮은 사람의 기준이자 내 마음대로 정의하는 힙. 저들을 따라가기보단 나에게 맞게 힙을 다시 정의하고 실천하면 나도 이제 힙시퍼가 아닌 힙스터겠지!


우선 첫 번째는 본인이 좋아하고 재밌는 걸 계속 쫓는 사람이다. 이 정의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내가 뭘 좋아하고 재밌어하는지 설명할 수 있을 만큼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 위에서 설명한 힙스터들은 하위문화의 유행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흡수한다고 했다. 이는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화를 받아들일 만큼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는 뜻이고, 받아들이는 범위 또한 넓다는 뜻이다. 많은 걸 받아들이고 새로운 걸 시도해야 취향을 찾을 수 있다. 즉 많이 시도하고 흡수해서 취향을 찾고 그걸 쫓는 것이다. 초면이라서 이해가 안 간대도 인정하고 관찰하다 보면 어느새 취향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잘해야지’라는 생각보단 그 자체와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하다 보면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데 때때로 욕심은 부담이 된다. 그러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많아진다. 그럴 땐 잠시 내려놓고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힙해 보인다. 혹시 모른다. 목적지보다 헤매는 길에서 더 많은 즐거움을 발견할지도!


세 번째는 ‘다른 사람도 그렇게 하잖아!’보단 ‘나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를 따르는 사람이다. 나쁜 행동도 좋은 행동도 주변 사람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스스로 당당해지기 위해선 나를 속이거나 적어도 내 기준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기준은 무조건 ‘나’로 맞추며 살아가자.


네 번째는 본인을 믿는 사람이다. 남들이 아무리 칭찬해준대도 내가 인정하지 않으면 절대 당당해질 수 없다. 그러니 본인을 믿어야 한다. 결국 나와 끝까지 함께할 사람은 나고, 내가 날 믿어주고 사랑해줘야만 당당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어차피 혼잔데..’라는 생각으로 주변에 표현하지도 않고 웃지도 않으면 곤란하다. 다섯 번째 기준은 많이 표현하고 많이 웃는 것이다. 많이 웃고 많이 표현하고 인간이 싫어지더라도 분명 선이 있다고 믿으면 그들로부터 행운이 찾아올지 모른다. 아무리 본인을 믿어도 혼자서 채우기에 역부족인 부분은 생긴다. 그럴 땐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자. 이때도 그들에게 과하게 휩쓸리지 말고 여전히 기준은 본인으로 정해야만 한다.

여섯 번째는 당당해지기 위해 본인의 몫을 다하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분명 내 몫과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뭐,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믿고 주어진 것을 해내는 사람은 본인에게 당당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일곱 번째는 책을 삶에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소설에서 만난 캐릭터의 경험을 본인 선택에 활용해도 좋고, 자기계발서대로 따라 해도 좋고, 힐링 에세이로 휴식을 취해도 좋고, 가장 좋아하는 문학작품을 품어도 좋으니 책을 삶에 활용할 줄 알면 분명 괜찮은 사람이 될 것이다.


쓰다 보니 내가 정의한 힙은 그저 문화에 국한되지 않은 가치관이며, 원래 힙스터의 힙도 그들의 가치관에 맞춘 생활양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걸 쫓아 이주하고 취향을 찾아가고 소개하고 여러 사람을 연결하는 것.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던 힙스터들도 지금은 꽤 멋져 보인다. 힙스터들이든 나와 같은 힙시퍼들이든 모두 신념에 따라 본인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으로서 서로 박수치며 응원해주고 싶다. 게다가 그들은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고 있으니 사람들이 힙을 쫓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힙스터들이 좋아하는 걸 쫓으며 다른 취향을 발견하고 소개해서 많은 사람의 삶이 다양해지고 풍부해지길 바란다.




해당 게시글은 2022년에 쓰인 글로,

네이버 블로그에 포스팅한 게시글을 브런치에 재업로드 한 것입니다.


2023년은 홀수 해를 맞이해 홀수달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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