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세모] 2022년 06월호
‘힙스터’라고 하면 버킷햇을 쓰고, 크롭티 같은 노출 있는 상의를 입고, 통이 큰 긴 바지를 입고 있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전체적으로 검은색. 약간 시크한 분위기를 풍긴다. 소위 멋진 언니들 같다. 이런 강하고 멋진 느낌과는 반대로 요즘은 또 빈티지하고 잔잔한 감성의 아날로그적인 것을 힙하다고 하는 것 같다. LP판, 을지로의 옛날 간판, 필름 카메라 등.
힙하다는게 도대체 뭘까? 힙한 패션, 힙한 공간, 힙한 브랜드. 대충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는데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힙’은 본래 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개성이 강한 것을 뜻한다고 한다. 원래는 일부러 유행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한다는 의미였지만, 한국에서는 ‘핫하다’, ‘트랜디하다’는 의미로 변질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앞서 떠올린 ‘힙’의 이미지는 한국에서 변형된 의미의 ‘힙’에 해당한다. (앞으로 말할 힙도 여기에 해당한다.)
힙이 주류문화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유행과는 달리 ‘힙’함에는 어느 정도 진입장벽이 느껴진다. 예를 들면 간판이 없어 찾기 어려운 카페, 아무나 소화하기 힘든 노출 있는 패션, 힙스터들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감성. 어쩌면 이런 진입장벽이 힙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지도 모른다. 아무나, 그리고 손쉽게 가질 수 없다는 점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욕망하게 만드니까.
가만 생각해보면 나 또한 힙을 선망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물론 선망하는 것과 별개로 힙스터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그래도 요즘 힙하다는 것을 입어 보고 싶고, 먹어보고 싶고, 가보고 싶고, 경험해보고 싶다. 힙한 것은 있어 보이니까. 말 그대로 ‘힙’해 보이니까.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힙한 것을 경계한다. 힙이라는 것은 곧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힙스터들의 문화가 대중화되면 진짜 힙스터들은 그곳을 떠나듯이, 지금의 힙은 떠난 힙스터들이 새롭게 찾아낸 다음의 힙으로 대체된다. 디자인이든, 패션이든 ‘유행 타지 않는 것’을 추구하는 나에게 힙은 종종 경계의 대상이 된다. 또 힙은 나의 취향인 척 위장해 나를 속이기 때문이다. 힙은 당시의 트랜드이기 때문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그것이 내 취향인 것 마냥 추구하게 된다. 그렇게 나의 취향이라고 착각해서 추구한 힙은 금세 질리거나 후회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힙은 소비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외적인 힙만큼 빠르고 쉬운 힙은 없고, 이 힙은 소비를 통해 손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외적인 힙과 소비에 집착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힙해지고 싶어 하는 힙시퍼지만, 그와 동시에 힙을 경계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건 사회가 말하는 힙이지 나의 힙이 아니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추구하는 힙은 뭘까? 나는 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개성이 강하다는 본래 ‘힙’의 의미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태도’에 주목하고 싶다.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태도를 갖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덕목이 필요하다. 세상을 향한 끊임없는 호기심,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발견해내는 관찰력, 검증되지 않은 것을 시도할 용기, 남들의 시선에 굴하지 않을 주관. 여기서 얼리어답터와의 차이점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먼저 경험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덕목이 추가된다.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요즘처럼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잘 타는 사람, 그 흐름에 앞서 있는 사람이 힙스터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힙스터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이렇게 내 나름 정의한 힙스터가 되기 위해 힙시퍼로서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게 뭐가 있나 레이더를 세우고,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배우려고 노력한다. 뒤에 나올 ‘나의 NFT 민팅기’도 힙스터가 되기 위한(시대의 흐름에 앞서기 위한) 발버둥 중 하나이다.
해당 게시글은 2022년에 쓰인 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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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홀수 해를 맞이해 홀수달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