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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모 Aug 17. 2023

여행 기억법 - 이모

[이모저모세모] 2022년 08월호



이모의 여행 기억법


여행이 특별한 이유는 평소에 자주 시간을 보내던 공간에서 벗어나 낯설고 새로운 비일상적인 경험을 한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일상적인 공간에 쌓여 있던 나의 스트레스를 모두 털고 환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나는 이 여행을 한순간에 끝내지 않기 위해 기록하고 내 방식대로 그 감정과 기억을 담아놨다가 빠르게 다시 돌아간다. 그게 여행을 가지 않아도 일상을 지킬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다. 이 글을 참고해서 모두가 행복하고 특별한 여행을 조금 더 오래 즐기길 바란다.



여행지의 모든 것을 가져온다.


여행 다녀와서 자주 보진 않지만 사용한 티켓, 가게의 명함, 하나씩 뽑아온 팸플릿, 물건 담을 때 썼던 봉지, 심지어 여행지에서 다 마신 물통(이건 좀 특별한 경우다. 라벨에 일본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호그와트 성이 그려져 있었다)까지 가져온다. 가져올 수 있는 건 몽땅 다 가져온다. 여행 기록 관련해서 들었던 강의 중 어떤 분은 병뚜껑을 가져와서 마그넷으로 만들기도 하고, 가져온 것을 여행지별로 스크랩 박스에 모아둔다고 했다. 그걸 듣고 나도 가져온 모든 것을 여행지마다 파일이나 봉지에 담아서 보관하고 있다. 나중에 보면 ‘이런 곳도 갔었지’, ‘이런 경험도 했지!’ 알 수 있다.



모든 것을 찍진 않지만, 사진과 영상 때때로 녹음까지 필수로 남긴다.


난 사진을 자주 찍는 타입은 아니다. 그 어떤 렌즈도 사람의 눈만큼 좋진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꼭 남긴다. 계속 사진과 동영상을 찍진 않지만 특별한 경험을 하거나 추억이 생긴 곳, 특별한 기분을 느꼈던 곳은 꼭 남긴다. 특히 라이브 사진이나 영상처럼 소리가 들어가도록 찍는 것을 좋아한다. 소리는 확실히 그곳의 분위기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여행 기록엔 사진이나 영상이 아닌 녹음도 많이 있다. 소리를 들으면 묘사된 글을 읽을 때보다 더 빠르게 그때의 시공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 둘 다 있으면 금상첨화. 또한 맛있었던 디저트나 초콜릿, 사탕, 과자, 과일 등도 꼭 찍어 놓는다. 시간이 조금 흐르면 한국에서 사진의 실물을 발견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나라의 분위기를 담은 무언가를 사 온다. 


정확히는 기억하고 싶은 무언가가 담긴 물건을 사 온다. 마그넷으로 예를 들면 마그넷에 적힌 도시 이름의 폰트와 색깔, 배경이 천차만별이다. 그중 내가 이 도시에서 느꼈던 분위기나 기억하고 싶은 것, 모습, 관광지 등등이 표현된 마그넷을 고른다. 나는 유럽에서 마그넷을 샀을 때 내가 봤던 대표 관광지를 잊기 싫어서 랜드마크 마그넷을 선택했다. 당시의 기준에 따라 사면 색다른 기념품을 얻을 수도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그 나라의 느낌을 많이 담은 음악 CD이다. 이왕이면 전부 들어보고 내가 느끼는 여행지의 분위기를 담은 음악으로 고른다. 위에서 소리는 그 시공간으로 더욱 빠르게 데려다준다고 했는데 이후에 사 온 음악을 다시 듣게 되면, 여행했던 그 시공간으로 정확하게 도착할 수 있다. 실제로 내가 CD를 샀던 도시는 일본의 오키나와인데 음악을 들을 때마다 그때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고 그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일기 쓴다. 


매일 간단하게라도 하루를 남긴다. 내용은 어디 갔는지, 뭘 먹었는지, 기억에 남은 모든 일과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 생각들을 적는다. 문맥을 따지지 않고 생각나는 모든 걸 적는다. 어차피 누굴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고 나만 볼 글이기 때문에 의식의 흐름대로 적는다. 근데 이왕이면 생생하게, 사소한 것 하나까지 전부 적는다. 나중에 보면서 회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복습한다. 


복습이란 말이 공부에만 쓰이는 것 같지만, 이 경우에도 어찌 보면 같은 맥락이다. 추억도 복습할수록 오래 남기 때문이다. 여행을 복습하는 건 나에게 즐거운 일인데 특히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특효약이었다. 다른 여행들은 구글 포토에서 몇 년 전 오늘을 보여줄 때 기록을 잠깐씩 들춰보는 정도이지만, 내 유일한 장기 여행인 유럽 여행은 여행했던 시기가 되면 특별히 구글 맵으로 그 장소의 스트릿 뷰까지 본다. 그럼 순식간에 그 공간으로 돌아간다. 코로나 이후에 사라진 가게나 숙소도 많아서 속상하지만, 여전히 굳건하게 남아있는 공간과 마냥 걸었던 길들을 보면 행복해지고 기억도 오래간다. 그리고 함께 갔던 사람들과 그때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때 기록을 공유하면 추억이 오래 남는다.




해당 게시글은 2022년에 쓰인 글로, 

네이버 블로그에 포스팅한 게시글을 브런치에 재업로드 한 것입니다. 


2023년은 홀수 해를 맞이해 홀수달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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