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세모] 2022년 08월호
사진이나 일기 같은 기록물을 되돌아보길 귀찮아하는 나는 눈앞에 보이는 물건을 통해 여행을 추억하는 편이다. 해외여행을 가면 꼭 사 오는 기념품. 기념품이 특별한 이유는 여행의 추억을 담아오기 때문 아닐까? 기념품을 볼 때면 그것을 산 곳, 가게까지 가는 길, 그날 있었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먹거리부터 수집품까지 다양한 기념품들 사이에서 내가 특별히 꼭 사 오는 품목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대만에서 사촌 언니를 따라 우연히 산 대만 지도 모양 마그넷에서 시작된 여행 수집품. 나의 목표는 마그넷으로 나만의 세계지도를 만들기!!
지도 모양 마그넷을 찾기 힘든 나라도 많고(여러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일수록 찾기 힘들다), 상대적으로 다른 마그넷에 비해 안 예쁠 확률이 크지만(어느 정도냐면 스웨덴에서 형형색색의 예쁜 마그넷 사이에서 우중충한 스웨덴 지도 마그넷을 계산대로 들고 오자 사장님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그 나라의 대표 도시나 특산품을 한눈에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라별로 마그넷을 한 개만 사면되고, 다양한 종류의 마그넷 사이에서 무엇을 살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여행지에서 꼭 들리는 곳 중 하나는 서점. 그곳에서 꼭 사 오는 것은 그림책!
그림책을 고르는 기준은 꽤 까다롭다. 먼저 그림이 (1) 시각적으로 흥미롭거나 (2) 나에게 참고가 될만한 점이 있는지 확인한다. 그림이 마을에 들었다면 (3) 그 나라 언어로 쓰였는지 확인하고, (4) 핸드폰으로 작가를 검색해 그 나라 태생인지 확인한다. (5) 그 나라의 특징이 담긴 책이면 더욱 좋다. 책이 무척 마음에 들어도 4번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면 눈물을 머금고 책을 내려놓는다. 굳이 그 나라 작가가 그 나라 언어로 쓴 책을 고집하는 이유는 그 나라의 정서가 잘 담긴 책을 가져오고 싶어서이다.
비록 읽지는 못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글자를 모르는 아이의 입장이 되어 그림책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러다 그 나라 언어에 흥미가 생기면 여행지에서 사 온 책을 펼쳐보는데, 더듬더듬 책을 읽을 수 있을 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보들보들한 촉감과 귀여운 것을 무척 좋아하는 내게 인형은 그야말로 참새에게 방앗간인 격. 귀엽다고 다 살 수 없으니, 인형을 봤을 때 어떤 이야기가 떠오를락 말락 한 친구들만 데려온다. 보면 대충 느낌이 온다. 그 아이들을 데려와 가만히 보다 보면 이런저런 이야기가 생각나면서,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드는데 좋은 소스가 된다. 이야기의 배경을 인형을 사 온 나라로 설정하면, 그곳에서 찍은 사진을 자주, 자세히 보게 되어 여행지를 추억하기 더욱 좋다. 인형도 얻고 창작물도 나오고 일석이조! 인형값은 했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토끼마을이양’에 나오는 줄과 유비도 노르웨이에서 산 인형에서 시작되었다.
장기 여행일수록 아무리 피곤해도, 무슨 일이 있어도 일기는 쓰고 잔다. 일기에는 그날 날씨와 입었던 옷, 하루 한 줄 요약을 꼭 포함시킨다. 날씨와 옷차림은 다음 여행에 은근 유용하고, 한 줄 요약은 일기를 길게 쓰는 편이다 보니 한 줄만으로 하루를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본문에는 느낀 점과 함께 시간순으로 일기를 써 내려간다. 그러면 빠뜨리는 일 없이 하루를 통째로 기록할 수 있고, 읽을 때 그날의 동선과 길들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더욱 생생하게 기억난다. 다녀온 관광지에 그날과 어울리는 색깔의 색연필로 밑줄을 쫙 그어놓으면 일정을 한눈에 파악하기도 쉽고, 다음에 코스를 짜는 데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티켓이나 팸플렛 등을 붙여주면 일기 겸 스크랩북 완성! 여행을 다녀오면 큼지막한 기억 외에는 잘 잊어버리는 편인데, 일기를 보며 하나하나 세세한 것들까지 기억할 수 있어서 좋다.
해당 게시글은 2022년에 쓰인 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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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홀수 해를 맞이해 홀수달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