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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접지몽 Apr 11. 2024

내가 나에게 말을 걸어보다

" 어? 지금 오른쪽 무릎이 살짝 시큰한데?"

" 멈출까? 지금까지 한 5km 정도 달렸어. 지금 집으로 가면 10km 를 다 못채울것 같아"

" 그럼 마저 달리고 가자. 어차피 여기서 그만달린다고 해도, 집에까지 시간맞춰서 가려면 3km 는 더 뛰어야 하니까. "

" 그래 그러면 속도를 조금 늦추자. 지금 호흡도 많이 가빠져 있는 상태니까"


달리기를 하다 보면 계속 저의 몸상태에 대해서 스스로 체크하는 버릇이 생깁니다. 오늘 무리하면 일주일을 달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불편한지를 늘 감각을 통해서 인지하고 있어야지 그 부분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내일도 달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 몸상태를 스스로 점검하는 버릇이 들다보니, 어느새 내가 나에게 말을 거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달릴때에 그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도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특히 마음이 힘들고 지칠때 그 빈도가 많아집니다. 


" 아이고 이 좁은 골목에 차는 왜 여기다가 대가지고 사람을 불안하게 하지?"

" 불안한거지 지금 화가 나는건 아니지? 어차피 내가 화를 여기서 내 봤자 저 차를 주차한 사람은 알지 못할꺼야. 내 손해라고. 그냥 지나가자. 계속 여기에서 다른사람을 불편하게 할 것 같으면 주차단속해달라고 신고하면 되지. 화내지 말자"


" 우리집 앞 골목에 누가 이렇게 음식물쓰레기를 막 버려 놨을까? 아침에 등원하는 아이랑 아내가 이걸 보면 불쾌해 할텐데. 참 양심없는 사람이네"

" 그냥 치우자. 가만히 놔두면 내가 볼때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욕하는 거자나. 그럴때마다 내 마음이 지치는거지 쓰레기를 버린 사람은 뭘 잘못했는지, 누가 나를 욕하는지도 모를거 아니야. 나도 그사람이 누군지 모르고. 그냥 치우는게 좋을것 같아. 골목도 깨끗해지고, 착한일 하는거니까 좋네"


" 아... 어떻게 일처리를 이렇게 하지? 우리 팀 모두가 같이 하는 일인데 어쩌면 이렇게 책임감이 없을까?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이면 분명 이걸 모를리 없었을텐데, 꼼꼼하지 못하다면 책임감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나? 전화해서 한소리 해야겠어"

" 그사람과 내가 일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똑같아? 그사람하고 나는 다른 사람이잖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억지스럽고 무리가 있는 생각이야. 다만 그사람이 생각하는 우리일의 책임감이 그정도라는 것은 잊지 말고, 그만큼의 일과 그만큼의 권한, 그리고 그만큼의 결실만 주면 된다고 생각하자. 내가 더 움직이자고"


이런식입니다. 절대 제가 성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 성미대로 정말 화가나고 치밀어 오르는 것을 누군가에게 분출해야 하지만, 결국 분출하는 것을 보는것도, 그래서 다시 기분이 나빠지는 것도 제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그것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 보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러면 정말 제 삶의 체력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다만, 제 마음속에서 제 말에 대답하는 저의 페르소나는 스스로 좀 튜닝을 하는 중입니다. 무조건 착한 사람이 될지, 적당히 이기적이고 냉정하며 생산적인 사람이 될지, 아니면 지금의 저와 똑같은 사람이 될지는 고민이 되는 부분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말을 걸어서 어떤 답을 듣는가에 따라서, 저의 행동과 마음의 체력은 큰 폭으로 달라질 테니까요.


하지만 어떤 사람이 제 마음속에서 저와 말을 하던지, 제 말을 들어주는 다른하나의 제가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는건 똑같습니다. 스스로에게 혼잣말로 편안하게 저의 감정을 읊조리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속의 내가 어떤캐릭터로 어떤말을 하든지 상관없이 편해지는걸 느낍니다. 


가끔은 혼자 중얼거리는 자신을 인식할때마다, 내가 정신이 살짝 이상해진건가 불안하기도 합니다만, 당분간은 이렇게 하면서 제 마음을 챙겨보려고 합니다. 현재까지는, 제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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