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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접지몽 Feb 20. 2023

퇴근길 교대역 풍경

저는 교대역에서 늘 지하철을 갈아탑니다. 빨리 퇴근하고싶어 발걸음을 서두르다 문득, 내 옆사람들의 표정과 주위의 풍경이 궁금해 졌습니다. 걸음을 옮기면서 주위의 풍경을 돌아봤습니다. 얼마만큼이나 주위에 집중할 수 있을지 스스로를 시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기차가 역에 도착하면 다들 저처럼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은 표정을 읽을 수 없습니다.퇴근해서 집에가는게 기쁜지, 급하게 다른곳으로 가야해서 허둥지둥하는지, 친구를 만나 술한잔할 생각에 설레는지, 보이지 않는 표정으로는 알길이 습니다. 그저  발밑으로, 핸드폰으로 고개를 떨구고 걸어갑니다. 빠르게 앞사람의 인기척과 발소리를 쫒아 갑니다.


 겨울이라 그런지 옷도 무채색입니다. 회색과 검정색 외투에 하얀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3호선에서 내려 바삐 2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움직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우리가 다같이 무채색 옷만 입었는지 알아채지 못합니다. 우중충한 무리들이 뭉치고 때로는 부딫쳐 가 환승 승강장으로 움직입니다.


 얼마를 기다려서 2호선으로 갈아탑니다. 기차안은 이미 사람이 그득하지만, 다음열차도 꽉차서 올 것을 알기에 조심스럽게 한발을 디밀어 봅니다. 그 다음엔, 뒤에 서있는 누군가가 문히 닫힐까봐 불안해 하며 배로, 어깨로 내 등을 세차게 밀어버립니다. 내 바로 앞에있는 사람의 원망스러운 눈과 마주치면, 마스크 위에 둥둥 떠있는 눈과 이마 근육을 열심히 움직여 어쩔수 없었다는 표정을 지어봅니다.


오늘 있었던 머리속 복잡한 일들을 쉽게 잊기 위해서는 유튜브를 열어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땐 먹방이나, 런닝맨이나, 무한도전 다시보기가 힘이 됩니다. 아무생각없이 보고 있으면, 금방 집앞 역에 도착합니다.  중간중간 회사에서 온 메세지가 화면위 팝업창으로 보여지지만, 힐끔 보고 중요하지 않다 싶으면 다시 화면에 집중합니다. 그래야 잊을수 있고 내일의 삶을 위해 머리를 비울 수 있습니다.


잠시 후 집앞 정류장에 지하철이 도착합니다. 역시 고개를 숙인 사람들이 불빛이 있는 출구로 빠르게 향합니다. 저도 한참동안 있었던 어두운 지하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옵니다. 점점 봄이 가다오는지, 아직 해가 남아있습니다. 크게 숨을 쉬어봅니다. 오늘따라 상쾌한 공기가 들어옵니다. 비로소 하루가 끝났습니다.


늘 깨어있으라고 누군가 말씀하셨지요. 그래서 가장 깨어있기 힘든 퇴근길 붐비는 지하철에서 저의 의식의 흐름을 정신을 똑바로 차리며 깨어있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은 궂이 정신을 차리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나태한 생각이 듭니다. 늘 깨어있기 보다는, 깨어있어야 할때 깨어 있으면 될것 같습니다. 하루의 일을 시작할때, 집에가서 사랑하는 가족을 만날때, 조용히 혼자 생각하고 사색할 시간을 만들수 있을 때 깨어 있으면 됩니다. 어떻게 늘 깨어있겠습니까? 이렇게 지루하고 힘든 일상이 하루의 시작과 끝에 존재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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