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짜리 작은 건물에 5년동안 출근하던 나는, 몇층인지 세어보지도 못한 높은 고층빌딩의 공유오피스로 첫 출근을 했다. 내 새 동료가 출입을 할 수 있는 패스를 발급받아주고, 엘레베이터를 잡는 법을 알려주었다. 엘레베이터를 잡아야지 출입을 할 수 있다니. 마치 10년전에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 온 기분이었다. 이런것도 배워야 하다니.
사무실에는 여러번 방문한 적이 있지만, 그때는 활기찬 로비에서의 인상이었고, 막상 사무실을 들어가 보니 고요하고 아무도 없었다. 그때 시간이 1시, 사람들이 뒤늦은 점심을 먹고 아직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시간이었다. 나는 동료가 안내해준 내 자리로 가서 가방을 놓고 의자에 털석 앉았다.
주위를 가만히 둘러본다. 어수선하게 놓인 컴퓨터와 집기, 그리고 촬영도구와 책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새로운 회사에, 새 사무실에 출근하는걸 환영해 주는 사람 역시 없었다. 그런 관심이 늘 부담스러웠지만, 막상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하니 왜 섭섭한 걸까?
그래도, 높은 빌딩에 햇살이 잘 비치는 창가 바로 옆자리라서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이 자리에서, 나와 우리의 새로운 비즈니스가 움트고, 쑥쑥 자라서, 높은 나무가 되고, 울창한 숲이 될 것이다. 나는 그 숲을 시작하는 작은 자리의 씨앗이 된 것이다.
잠시후,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 들어온다. 역시 내가 누군지 말을 걸어오지 않고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잠시 서운했던 마음이 홀가분해 진다. 자유로운 기분이다. 이렇게 자유로운 분위기와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는 열망을 갖지 않았던가. 이제 나는 제조업에 종사하지도, 꼰대도, 부장도 아니니까.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업가니까.
조용하고 평화롭고 자유로운 첫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