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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접지몽 Mar 30. 2023

117kg 아저씨의 달리기 결심

작년까지 내 몸무게는 117kg 였다.


회사의 스트레스로,  진로고민의 스트레스로, 핑계가 많은 각종 스트레스를 핑계로 먹은 술과 탄수화물, 과자, 각종 음료수 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아니, 음식과 스트레스가 나를 이렇게 만든게 아니라 그런 핑계를 만들어대면서 주저앉아있었던 내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커리어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 결심한 어느날, 나와 결의를 함께한 동료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 저랑 하나만 약속하시죠.운동하시고 건강관리 하시기로요. 이런 체력으로는 오래 즐겁게 일할 수 없어요 "


운동과 식단으로 날씬해진 경험이 있는 동료가 사업의 제안과 함께 건강해 지는 것을 제안했다. 그래서 무작정 시작했다. 건강해지고 싶어서.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이 사람들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하고 싶어서.


그런데 막상 운동을 하려고 보니, 몸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 관절에 부담을 주는 걸림돌이 있었고, 나는 우선 1차적인 목표를 세웠다. 그건 바로, 몸무게 두자리로 만들기! 일단 몸무게를 두자리로 만들어야 운동을 하는데 있어 지구력도 생기고 몸에도 부담을 주지 않을것 같았다. 그래서 두자리가 될때까지 극한의 탄수화물 제한식에 돌입했다.


라면, 과자, 쌀밥, 칼국수, 비빔밥, 우동 이 이렇게 당기는 음식인지 몰랐다. 고기러버인 나는 열심히 단백질과 채소를 위주로 식단을 했지만, 탄수화물이 당길때 참는것은 정말 고역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운동하기 위해서는 두자리가 빨리 되야 하는 것을.옆에서 아내와 아이가 먹는걸 턱바치고 보면서 침을 꼴깍꼴깍 삼켜대며 버텼다.


내가 두자리에 집착한 것은 운동을 하기 위한 몸을 만들기 위함뿐은 아니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동료들과 함께 하기전에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독하게 8개월동안 식단만을 통한 다이어트를 했다. 아내가 매일의 식단을 균형있고, 다이어트식이 질리지 않도록 다양하게 구성해 주었다.


8개월이 지난 시점의 내 몸무게는, 96kg 로, 현재까지 21kg 를 감량했다. 몸이 가벼워지고, 피로도가 줄어들고, 짜증도, 먹고싶은것도 줄어들었다. 나는 새로운 동료들과 새로운 회사에 조인했고, 이제는 운동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


그래서, 이번주 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종목은 달리기였다. 달리기를 선택한 이유는, 동료가 추천한 이유도 있지만, 매번 결심할때마다 가져다 바친 헬스장 회원권을 더이상 살 명분이 없었고, 뛰는것이 가장 기초적이면서 효과적이고 많은 성취감을 주는 운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운동화만 있으면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처음 시작한 달리기의 결과는, 누가 비웃어도 할말이 없을정도로 꾀죄죄한 실적이다. 겨우 8분, 1.2km 를 뛰었다. 겨우 고거 뛰었다고 허리가 찌릿찌릿하고, 숨은 턱끝까지 차올랐으며, 땀은 범벅이 되었다. 이것밖에 안되는 저질체력이었나 싶다. 하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런 좌절을 빠르게 밀어내는 생각이 있었다.


그건 바로 " 드디어 내가 달리기 시작했다" 라는 희열이었다. 고작 8분이었지만, 내가 드디어 두자리의 몸으로 시작을 했다. 이렇게 상쾌하고 뿌듯한 기분이라니. 가볍게 뛰기 시작하기 위해서 내가 노력했던 8개월의 시간을 바친 결과라고 생각하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 뒤로 이번 주 내내 아침마다 달리기를 하고 있다. 아주 미미하지만, 어제보다 1분만, 어제보다 100m 만 더 뛰어보자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달리고 있다. 이제부터, 100kg 아저씨가 뛰는 달리기 에세이를 매주 시작해 보고자 한다. 나같은 아저씨, 운동을 망설이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보고 힘을 냈으면 하는 바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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