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접지몽 May 04. 2023

아이디어 훔치기

서비스 출시가 임박되어서, 할수 있는한 많은 잠재고객을 만나서 웨비나를 열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기획한 의도와 목적, 고객을 어떻게 도와줄지를 얼마나 고민했는지 설명하고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 한분한분이 한시간 이상의 시간을 할애해서 저희 회사의 설명을 들어주시고 의견을 주시니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영업이라는 것을 처음 해보기 때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영업을 하러 나가기 전에 대본을 작성해 보고, 우리 제품에 대한 정보를 상대방에게 강제로 전달하기 보다는 상대방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우선 대본대로 이야기 하는것에 집중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사단이 오늘 벌어졌습니다. 어떤 잠재고객에게 저희 서비스를 설명하는 도중이었는데, 같이 접속한 대표가 저에게 슬랙으로 메세지를 보내왔습니다


" 지금 정보를 캐려고 하는 것 같으니까 조심하시죠. 지금부터는 제가 적절히 대응하겠습니다"


순간, 아차 싶으면서 다양한 감정이 흘러갑니다. 왜 나는 그걸 캐치하지 못했을까? 상대방에게 관심이 없고 내 설명에만 집중한 결과다. 그런데 정말 상대방이 정보를 캐려는 의도일까? 대표가 과대망상하는건 아닌가? 어쨌든 나는 초보지만, 참 자존심이 상하네.


하지만, 그 이후 상대방의 반응을 보니, 정보를 캐려는 의도가 있는게 맞았습니다. 대표가 그 시점에 끼어들어서 저를 말리지 않았다면 더 큰 정보가 흘러들어갔을수도 있습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제 미숙함을 탓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왜 나는 이런 예민한 기운을 감지하지 못했을까 스스로가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요새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대기업들이 많습니다. 롯데가 그랬고, 카카오가 그렇고 다른 많은 회사들도 법망을 피해가면서 스타트업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교묘하게 훔쳐가고 있지요. 저희같은 작은 기업에서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환경이기 때문에, 저보다 스타트업계에 많은 경험이 있는 대표의 촉은 동물적으로 발달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맹수는 널려있고, 저는 태어난지 얼마 안된 초식동물인것을요. 경험을 통해서 하나하나 헤쳐나가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마음은 조금 상했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제 못끊죠. 스타트업의 매력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