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당연히 그런 것은 아니구요, 지금도 매일 반복되는 거절과 가슴을 후벼파는 말들을 하루하루 견디고, 깨져가며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영업이라는 것은 정말 힘들다고 많이 느낍니다. 뭐가 그렇게 힘드냐구요?
제일 큰건 거절당할까봐 두려워 하는 것입니다. 전화를 하기 전부터 심호흡을 하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적어봅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냥 거침없이 읽어 가지요. 전화에서는 단지 만나는 약속을 잡는 것임에도, 상대방은 벌써 말이 수세미처럼 까칠합니다. 왜 오시는거죠? 뭘 설명하려고 하시죠? 얼마나 걸리는데요? 이런 말을 들을때 마음이 오그라들지만, 이런말을 해주시는 분들은 그래도 만나는 것을 수락하시는 경우가 많지요. 그렇지 않은 경우로는, 아 관심 없습니다. 저희는 그런 서비스 필요 없습니다. 피차 서로 바쁜데 이쯤 하시죠? 라고 말씀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말을 들을때는 그 말이 머리속 귀찮은 파리처럼 계속 윙윙거리면서 하루종일 제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엄청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어렵게 잡은 약속에서는 대부분 저의 말을 잘 들어주시고 제 진심을 잘 받아들여주십니다. 그래서 흔쾌히 한번 써보마 하고 말씀하시지요. 실제로 방문미팅을 했을때, 저의 클로징 성공율은 계산해 보니 약 75% 수준이었습니다. 저희회사 대표는, 이정도면 꽤 높은 수준이라고 하네요. 다행입니다. 초짜라서 귀엽게 봐주신건지, 제가 전하는 진정성이 그분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건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재미를 느끼는 것은 단순히 높은 성공율이 가져다 주는 희열만은 아닙니다. 저의 영업에서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는 이렇습니다.
첫째, 책에서 배운 내용을 그대로 실천해 보는 재미가 있다.
여러 영업서적에서 배운 내용을 그대로 따라해 보고, 하나하나 고쳐가며 나만의 방식을 개발해 나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저에게 아무도 영업을 가르쳐 주지 않아서, 현재까지 약 5권의 영업관련 서적을 읽었는데요, 그 책에서 시키는 다양한 기법들을 하나하나 실험해 가면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정말 쏠쏠합니다. 예를들어, 말을 주도적으로 이끌 자신이 없으면, 대본을 완성하고 그것에 감정을 실어서 읽어라 하는 포인트를 철저히 지킨다던지, 사실을 전달하기 보다는 스토리를 만들어서 전달하라던지, 사용해 보시겠습니까? 라고 물어보기 보다는 A와 B 의 서비스가 있는데 어떤 서비스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처럼 이미 그 서비스를 쓰기로 결정한 것처럼 행동해라 라던지 하는 내용들은 실전에서 사용했을때 신기하게 잘 먹히는 전략이었습니다. 다른 많은 직무보다 영업은 노하우, 마음가짐 등 전반에 걸친 서적들이 많아서 초보자도 쉽게 배울 수 있어 재미가 있더라구요.
두번째,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전환해서 인식하는 변화된 나를 발견한다.
저는 전형적으로 실패를 두려워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한 다음에 일을 시작했지요. 늘 스스로에게, 완벽하게 준비해야 나중에 낭비되는 시간이 없다고 설득했고, 그렇게 15년을 살았습니다. 그 세월동안, 제가 정한 규칙과 프로세스에 어긋나는 수많은 사람과 싸웠고, 예외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순간순간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속에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놓치고 있었고, 그것을 영업이라는 새로운 일을 하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영업은,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내가 한통의 전화를 위해 수화기를 들지 않으면, 고객이 알아서 나에게 오지 않거든요. 그런데 그런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나는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지 못합니다. 설사 전화나 미팅에서 고객을 설득하는데 실패해더라도, 그게 세상의 끝이 아니라, 거기서 배우는 것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실패하지 않으면 배우는게 없다 라는 것을 43년만에 스스로 깨닫게 된게 이제는 조금 억울하기 까지 합니다. 그래도,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겠지요?
세번째, 알토란같이 쌓이는 나의 고객과 네트워크를 보면 뿌듯하다.
매일같이 미팅을 하고 그 결과를 쌓아 나가면서, 하루하루 늘어가는 나의 고객리스트를 보면, 아 내가 정말 열심히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돈보다 더 값어치가 있는 것이 제 고객 리스트 인것 같습니다. 미팅때 있었던 일들을 매일 기록하고, 다음날이 되면 되세기면서 하나씩 살펴보는데요, 그때의 상황과 고객의 말들을 떠올리면서, 어떻게 도움을 드려야 될지를 생각해 보는게 참 보람이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라는건 봉사활동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저의 관점이 확 바뀌게 된 계기가 바로 영업을 시작하고 나서 인것 같네요.
물론, 아직도 새로운 고객을 찾아서 콜드콜을 하는 단계는 여전히 두근거리고 떨립니다. 거절을 당했을때의 후유증도 아직은 매우 큽니다. 하지만, 매번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시간이 조금씩 짧아지고, 나름의 노하우를 조금씩 쌓아가고 있으니까, 지금같은 시간을 점점 쌓으면 보다 겸손하고 훌륭한 영업사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정도면 영업이 재미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도 열심히 영업하시는 모든 선배님들 너무 존경합니다.